'OOO님 축하드립니다. OO회사 2017년 상반기 채용전환형 인턴 공채에 합격하셨습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대학교 식당에서 학식을 먹고 있던 내게, 어느 날 한 통의 문자 메시지가 날아왔다. 평소에 너무나 가고 싶었던 대한민국 최고 대기업 인턴 채용 최종면접에 합격했다는 문자 메시지였다. 나는 문자를 보고 너무 감격스러운 나머지 남은 밥을 제대로 먹을 수가 없었다. 먹는둥 마는둥 식사를 마치고 곧바로 기숙사에 가서 합격 메일을 찬찬히 뜯어봤다. 메일에는 앞으로의 인턴 과정과 사전 준비사항에 대해서 자세히 나와있었다. 나는 모니터가 뚫어지도록 메일을 읽고 또 읽었다.
인턴은 다음 달인 7월부터 시작해서 약 6주동안 진행되는데, 결과에 따라 정규직 채용으로 전환될 수도 있는 채용전환형 인턴이었다. 내가 합격한 인턴 직무는 IT계열이었는데, 대학교에서 어학을 전공했지만 취업이 안될 것 같아서 틈틈이 IT를 공부한 것이 도움이 되었다. 인턴을 잘 마치면 경쟁률이 어마어마하게 높은 신입사원 공개채용 과정을 굳이 거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에 내게는 너무나 소중한 기회였다.
합격 메일을 읽고나서 부모님께 기쁜 마음으로 인턴에 합격했다고 전화했다. 갑작스러운 합격 소식을 들은 부모님은 매우 놀라신 눈치였고,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에서 인턴을 한다는 것에 대해 매우 자랑스러워 하셨다. 나는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남은 한 달 동안 인턴 생활을 준비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몇주 후 인턴을 시작하는 당일이 되었다. 전날에 설레고 긴장되는 마음에 밤 늦게까지 잠을 못잤지만 그래도 개운한 느낌이었다. 미리 열심히 다려놓은 정장을 입고 모이기로 한 장소로 출발했다. 버스를 타고 가는데 과연 내가 인턴 생활을 잘 해서 합격까지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것을 잘 알고있었기 때문에, 비록 탈락하더라도 인턴 경험만으로 중요한 성과라며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나는 평소에도 긴장을 많이하는 성격 탓에 마인드 컨트롤을 자주 하는 편이다.
늦지않게 인턴 집합 장소에 도착한 나는, 끝도 없이 높고 넓은 빌딩을 보면서 앞으로 내가 인턴으로 일해야 할 회사의 위엄에 잠시나마 압도되었다. 그리고 모여있는 우리 옆을 지나가는 정규직 직원들을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에게서 뭔가 자신감과 당당함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부러워하지 말자고 다짐했지만 막상 정규직원들을 보니 속으로 주체할 수 없는 부러움이 느껴졌다.
30분정도 기다리자 인사팀 채용 담당자가 와서 우리를 인솔해갔다. 나는 엄청나게 큰 대강당 같은 곳으로 들어갔는데, 좌석이 그렇게 많고 넓은 공간은 처음봤다. 강당에는 테이블이 둥글게 배치되어 있었고 각 테이블마다 번호가 붙어있었다. 나는 사전에 안내받은 4번 테이블로 향했다. 그곳에는 나를 포함해서 IT계열에 합격한 6명이 배정되어 있었다. 이미 몇명은 서로 어떻게 알았는지 친밀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어색하게 통성명을 하며 자리에 앉아서 그들이 어떤 말을 하는지 들었다.
대화를 들을 수록 나는 점점 주눅이 들었다. 나를 제외한 인턴 동기들은 대단한 사람이 많았다. 전국대회에서 3위를 수상한 동기, 스타트업 회사에서 팀장으로 일하다가 온 동기, 이미 많은 회사에서 인턴 경험을 한 동기, 학점 만점에 외국계 회사에서 신입으로 일하다가 퇴사한 동기 등 하나하나 스펙이 대단했다. 동기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도대체 내가 어떻게 붙었는지 갑자기 가늠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봐도 6명 중 내가 가장 역량이 떨어진다는 것은 스스로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처음부터 주눅이 들고 힘이 쭉쭉 빠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었다.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다 못해 까맣게 되기 직전에, 다행히 채용 담당자가 들어와서 인턴 과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설명을 듣다가 첫 번째 괴물과 마주치게 되었다.
인턴은 총 6주 동안 진행되는데 한 가지 조건이 있었다. 바로 현재 앉아있는 동기 중 랜덤으로 둘씩 짝지어진다는 것이다. 둘씩 짝지어지는게 무슨 대수냐고 할 수 있지만, 문제는 이번 채용전환형 인턴은 두명을 각각 비교해서 한 사람은 떨어지게 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회사에서 첫 번째 괴물과 마주쳤고, 그 괴물의 이름은 '인턴 데스매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