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괴물에 대한 압박감은 대단했다. 두명 중 한명은 떨어진다는 조건이 굉장히 부담스럽게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채용 담당자의 설명이 끝나자 어떤 사람과 짝을 이루게 됐는지 발표 되었다. 내가 있는 4조에서는 4명, 2명으로 각각 짝이 지어졌다. 즉, 4명으로 묶이면 2명이 탈락하고, 2명으로 묶이면 1명이 탈락하게 되는 구조였다. 개인적으로는 4명으로 묶이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나는 다른 인턴 동기와 함께 2명으로 묶였다.
나와 함께 인턴 생활을 하게 된 동기의 이름은 '동규'였다. 동규는 IT개발 관련 대회에서 전국 3위의 성적을 거둘 정도로 실력이 뛰어난 친구였다. 가장 만나고 싶지 않은 동기와 짝을 이룬 느낌이었다. 다행히 동규는 성격이 좋은 친구였다. 2명으로 짝이 묶이자마자 앞으로 서로 도와가면서 잘 지내보자고 반갑게 인사를 했다. 그렇게 나의 6주 인턴 생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인턴 첫 날, 우리가 배치된 부서는 제조공정과 관련된 부서였다. 공장에 필요한 IT시스템을 검토해서 실제로 구축하는 부서였는데, 나는 평소 스마트 팩토리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배치된 부서가 마음에 들었다. 부서에 처음 도착하자마자 머뭇거리면서 서있었던 나와 달리, 동규는 앉아있는 팀원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했다. 동규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최대한 반갑게 팀원들에게 따라서 인사를 했다. 동규 덕분에 그래도 첫 인상에서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었던 것 같다.
인사를 끝내자 해당 부서에서 우리를 담당하게 된 과장님이 전체적인 회사 생활과 인턴 과제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다. 회사는 보통 8시에 출근해서 5시에 퇴근하지만, 보통 7시50분까지는 도착해서 자리에 앉는다고 했다. 그리고 회사 내부 시설 이용과 점심식사 방법도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설명을 듣다보니 진짜로 회사원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좋았다.
회사 생활에 이어 인턴 과제에 대해서도 설명을 들었다. 우리에게 6주동안 주어진 과제는 공장 현장에서 겪고 있는 문제를 발굴한 후에 해당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IT시스템을 기획하는 것이었다. 처음 과제를 받았을 때 상당히 막막했다. 공장에서 일해본 적이 없으니 어떤 문제가 있는지도 파악이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구글링을 열심히 해봤지만 원론적인 정보만 찾을 수밖에 없었다. 몇 시간 동안 인터넷만 뒤적이다가 나는 그냥 노트북을 닫았다. 그리고 고민 끝에 나는 개인적으로 담당 과장님을 찾아가서 한 가지 요청을 드렸다.
'저 공장 한번 다녀와도 될까요?'
과장님은 왜 공장에 가고 싶은 것인지 물어봤고, 나는 현장의 문제점을 발굴하려면 직접 현장을 가서 경험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내 답변을 듣고 과장님은 흔쾌히 공장에 가는 것을 허락했다. 그리고 공장에 개인적으로 과장님과 친하다는 분도 소개를 시켜주었다. 뭔가 약하게나마 가닥이 잡히는 기분이었다. 동규에게도 물어보니 그는 이미 과제를 하나 선정해서 개선 방안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어떻게 과제를 선정했고 어떤 주제인지 매우 궁금했지만, 아무래도 경쟁이기 때문에 쉽사리 물어볼 수가 없었다.
며칠 뒤, 나는 과장님이 알려준 공장 주소로 버스를 타고 갔다. 아무래도 공장이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있다보니 가는데만 4시간이 넘게 걸렸다. 겨우겨우 도착해서 과장님과 친하다는 또다른 과장님을 찾아갔다. 공장이 너무 넓어서 길을 몇 번이나 헤맸지만 지나가는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서 잘 찾아갔다.
공장 과장님을 만나서 간단히 인사드린 후 내가 공장에 찾아온 목적에 대해서 설명을 드렸다. 공장 과장님은 내 말을 듣고 웃으시더니 현장에서 단기간에 문제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거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본인이 알고 있는 문제점은 매우 많아서 현장을 돌며 직접 설명해줄테니 하나를 골라서 개선해보라는 말씀을 하셨다. 공장에 도착하기 전에 걱정했던 것과 달리 생각보다 일이 하나씩 잘 풀려서 기뻤다. 왠지 좋은 주제를 선정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