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정신 건강 관리법 세번째 시간입니다. 정신과의사가 되고, 수많은 분들을 상담하면서 깨달은 가장 중요한 것을 우선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마음건강 관리, 즉 멘탈관리를 잘 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멘탈 관리는 멘탈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멘탈 관리는 피지컬로 하는 것입니다.
이게 무슨 얘기일까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제가 정신과 레지던트 때 충격받은 일이 있었습니다. 우울증으로 종합병원에 입원하시는 분들은 중증 우울증이라서 몸에도 힘이 없어서 주로 누워만 계시는데요. 그 때 제 생각은, 우울증 때문이니까 하루종일 푹 쉬게 해주는 게 좋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경험이 많으신 교수님은 제 생각과 달리, 환자분들이 계속 누워서 쉬지 못하게 하시더군요.
교수님께서 회진 시간에 환자분들께 매일 말씀하시는 내용은, 하루에 일정 시간 동안은 누워 계시지 말고 운동을 하거나 최소한 앉아 계시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환자분은 몸과 마음이 힘드니까 그냥 누워만 계셨습니다. 그럼 의사와 간호사 등 치료진은 어떻게 했을까요?
정말 문화 충격이었는데요. 하루 일정 시간동안은, 병상 매트리스 상체 부분을 직각으로 세워서 눕지 못하고 앉게 했습니다. 당시 저는 '아무리 그래도 너무 한 거 아닌가? 비인간적인 처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나중에 보니 그런 치료 방침이 환자분의 심리적 건강 회복에 직결되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예전 글 <정신과의사가 마음 건강을 파악하는 3가지 기준>에서 생각, 감정, 행동 3가지 축을 말씀드렸는데요. 바로, 행동이 생각과 감정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이를 활용해서 행동 먼저 조정하는 것을 행동 치료라고 합니다.
요즘 처럼 무더운 날엔 더 우울하고 귀찮아서 밖에 나가지 않게 됩니다. 코로나 시국엔 집 안에 콕 박혀 있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핑계 아닌 핑계를 대곤 하죠. 그래서 집에만 하루종일 있으면 기분이 나아지나요? 보통은 기력은 더 없어지고, 기분도 더 가라앉습니다.
실제로 코로나 이후로 많은 분들의 심리적 건강이 많이 안 좋아진 이유 중 중요한 것은 외출이 급격히 줄어들은 것입니다. 비대면 수업도, 재택 근무도 초반에는 오히려 편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계속 집에만 있다보면 평소보다 더 무기력해지고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나는 등 감정조절이 어려운 경험도 하게 됩니다. 각자 그런 상태에서 비대면 소통을 하다 보면 사소한 오해가 쌓이다 증폭이 되고 터지기도 하죠.
이와는 반대로 우울하고 귀찮아도, 피할 수 없는 일 때문에 밖에 나가게 되고 몸을 움직였더니, 내 의지와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기분도 점점 나아지는 경험을 다들 해보셨을 것입니다.
이처럼 몸을 움직이는 것이 신체적 건강 뿐 아니라 심리적 건강에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정신과 의사들은 늘 경험합니다. 진료와 상담을 할 때에도, 잠과 식사패턴에 별 문제 없다면, 정기적인 외출 여부를 꼭 확인합니다.
우울증은 상담과 약물 치료 이외에도 명상, 요가, 영양제, 독서 등 다양한 보조적인 치료법들이 있습니다. 근데, 그 중에서 약물과 상담 만큼의 과학적 효과가 입증된 것이 딱 하나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바로 운동입니다. 그 효과가 항우울제만큼 나타난다는 것을 정신과의사들은 진료실에서 자주 경험합니다. 모든 운동이 다 도움 되지만 가장 효과적이라고 입증된 것은, 매일 30분 정도 살짝 땀이 날 정도로 빠르게 걷기입니다.
혹시, 요즘 우울하고 의욕이 없어서, 집에만 있고 가만히 누워 핸드폰으로 이 글을 보고 계신가요? 그 상황과 마음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억지로라도 밖으로 나가서 움직여 보세요. 다시 한번 강조 드리겠습니다. 멘탈 관리는 멘탈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멘탈 관리는 피지컬로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