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하는 것
모두가 잠든 이 시간. 개미 새끼 한 마리 없을 것 같은 고요함이 방 안을 가득 채우면 역설적이게도 귀끝에는 팽팽한 이명이 들려온다. 삐. 그 적막이 너무나도 고요해서 외부의 소음을 차단하는 벽이 되어 나를 오롯이 책상 앞에 붙들어 놓는 것에 아무런 무리가 없다.
우주 노트북을 키고 하루의 일들을 글로 옮기는 행위를 시작한다. 이 행위는 마치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근 사우나처럼 개운함을 준다. 낮 동안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요구 아래 켜켜이 쌓였던 마음의 묵은 때가 문장 하나를 써 내려갈 때마다 시원하게 씻겨 나간다. 아무도 보지 않는 이 독방에서 나는 비로소 가면을 벗어 던지고 가장 솔직한 모습의 날 것의 나 자신과 마주한다.
낮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누군가의 묘한 어조와 찰나의 표정, 그리고 공기의 온도까지. 기억 속의 목소리들이 생생하게 음성 지원되어 귓가를 맴돌면 나는 서두르지 않고 그 음절들을 하나씩 곱씹는다. 이 새벽의 기록은 단순히 있었던 일을 적는 작업이 아니다. 흩어진 감정의 파편들을 모아 나만의 언어로 다시 조립하는 공정의 과정이고 비로소 하루를 온전하게 매듭짓는 엄숙하고도 평온한 의식이다.
내면의 고백을 뱉어낸 내 속은 묘한 열기로 가득하다. 그렇게 나는 가장 깨끗해진 마음으로 내일의 나를 견디게 해줄 작지만 큰 문장들을 완성해본다.
Dobby is f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