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영웅’들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악당을 물리치기 위해 현란한 기술이나 초월적인 무기를 사용하고는 한다. 하지만 호빵맨은 조금 결이 다른 방식을 사용하는 캐릭터다. 그 자체로 특유함을 가지고 있다. 만화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자신의 얼굴 일부를 떼어 주는 행위를 한다. 놀라지 마라. 얼굴이 ‘빵’이다.
조금 특이하지 않은가. 타인의 허기를 채우기 위해 자신의 신체를 스스로 훼손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다시 말한다. 얼굴이 빵이다. 미치겠다. 어딘가 서늘할 정도로 지독한 다정함을 가진 캐릭터다. 타인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력을 깎아내는 이 처절한 나눔은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영웅은 영웅인데 뭔지 모를 애잔함을 가진 이 영웅은 어쩌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조금은 닮아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 역시 매일 나의 에너지를 소모하며 일을 하고 누군가의 필요를 채우며 살아간다. 그러다 문득 “대체 내게 남는 게 뭐지?”라는 회의감에 빠지기도 하고 깊은 무력감을 느끼기도 한다.
언젠가 호빵맨이 사고하는 방식을 조금 배워볼까 생각해 봤다. 방법은 간단하다. 소모를 ‘손실’이 아닌 ‘존재 이유’로 받아들이면 된다.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피로가 ‘소모성 에너지’에 그치는 이유는 내가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존재라는 감각이 그리고 그들의 피드백이 다시 살아갈 동력인 ‘저장성 에너지’로 치환되지 않기 때문이다.
타인의 결핍을 채우는 것이 곧 존재 이유라고 믿는 것. 물론 적과 싸울 때는 ‘호빵 펀치’를 날리기도 한다. 이 와중에 얼굴이 온전하다고 말 안 했다. 대단한 캐릭터다. 이런 걸 보고 불굴의 의지라고 하는 거겠지. 걱정 마라. 호빵맨 곁에는 잼 아저씨가 있으니까. 잼 아저씨는 호빵맨 얼굴 만들어주는 제빵사다...
갈아치울 머리를 많이 만들어줄 잼 아저씨가 내 인생에도 있었으면. 아니 스스로 잼 아저씨가 되어 소모한 에너지를 다시금 채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