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도도 있지 아무렴
하루를 마무리하는 글을 쓰다보면 그렇다. 언제나 글의 끝을 긍정적으로 끝내야 할 것 같은 강박에 휩싸인다. 꼭 뭔가를 알고, 무언가를 깨닫고, 그래서 이게 의미가 있고 그러니 이제 내가 좀 어제보다 발전한 사람 같지 않나? 이런 느낌이다. 그렇게 흡족한 마음으로 마지막 문장의 마침표를 찍고 나면 잠시나마 내가 고결한 성찰을 이룬 주인공이 된 듯한 충만함에 빠지곤 한다. 자기만족.
하지만 실상은 오히려 퇴보할 때도 많고 생각에 생각이 꾸밈을 낳을 때도 많다. 글 속의 나는 늘 어떠한 의미에서든 도약하고 있지만 실제는 여전히 같은 자리를 맴도는 것이다. 어제 썼던 반성문이 무색하게 오늘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고쳤다고 믿었던 옹졸한 마음은 작은 자극에도 금세 바닥을 드러내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결론은 못난 내 모습을 직면하기 두려워 생각에서 만들어낸 정교한 꾸밈에 불과한 것이라는 사실.
하지만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사람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찰나의 깨달음이 삶의 궤적을 단번에 바꿀만큼 인간의 본성이 그리 가벼운가. 매일 같이 글을 쓰며 대단한 의미를 부여한다고 해서 정말로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이제 발전하지 못하고 제자리 걸음 하는 나, 오히려 어제보다 퇴보해버린 못난 나의 순간을 적나라하게 기록해보고자 한다. 억지로 쥐어짜 낸 교훈이나 희망찬 결론보다 비록 그 끝에 대단한 의미는 없을지라도 솔직한 퇴보를 기록하는 것이 진실한 방식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