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강의 가성비를 추구하던 내 삶을 되돌아보며
나이를 좀 먹고 나니 세상은 보다 객관적인 수치와 명확한 결과라는 명목으로 비효율을 걸러내는 법을 내면화하는 과정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부연 설명을 하자면. 어린 시절은 그저 즐겁다는 이유만으로 충분했던 수많은 행위들이 성인이 됨과 동시에 ‘비용 대비 효율’이라는 냉혹한 검열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는 뜻. 투입한 시간과 자본 그리고 소모한 에너지만큼 확실한 보상이 돌아오는지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리는 일이 점차 익숙해지는 이유다. 그래서 효율의 잣대에 맞지 않으면 그것을 시간의 낭비 혹은 쓸모없는 것으로 치부하며 삶의 우선순위에서 과감히 없애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삶의 모든 것들이 철저하게 계산된 논리로만 재단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우리를 더 인간답게 만들고 정신적으로 풍요롭게 만드는 무용한 아름다운 가치들은 영영 사라지게 되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 ‘효율’은 분명 우리를 목적지까지 빠르게 도달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인생은 과정이라 하지 않았는가. 당장 어떠한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취미나 보답을 바라지 않고 건네는 타인에 대한 따뜻한 시선 같은 효율의 논리로는 제로에 수렴하는 가치들은 때로는 일상을 지탱하는 가장 큰 버팀목이 되기도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모든 것이 쓸모 있어야 한다는 강박은 결국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앗아갈지 모른다. 빽빽하게 글자로만 채워진 책을 보는 일이라든지 여백이 전혀 없는 그림은 숨 막히지 않던가. 이처럼 효율로만 가득 찬 세상은 결국 성취와 결과에만 매몰된 채 우리의 삶을 쉽게 무너뜨릴지 모를 일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가끔 의도적으로 계산하는 습관을 멈출 필요가 있다. 스스로에게 기꺼이 시간을 낭비할 권리를 허락하고 ‘생산성’이라는 좁은 틀에서 벗어나 목적 없는 행위 자체에 몰입해 보는 건 어떤가. 쓸모없어 보이는 그 무수한 순간들이 모여 비로소 우리 삶은 다채로워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