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녕 닮았는가. 그럴지도
요즘 들어 문득 거울을 보다 보면 멈칫하는 순간이 있다.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나의 이목구비에서 내가 아닌 아버지의 얼굴이 겹쳐 보일 때다. 눈썹의 길이와 웃을 때 묘하게 닮은 눈매처럼. 젊은 시절 사진 속에서 보였던 그의 모습이 나의 얼굴에서 보이는 그 기묘한 일치감 앞에서 나는 한참을 바라봤다.
어릴 적에는 누군가를 닮았다는 말이 그저 당연한 유전의 결과이겠거니 다소 가볍게 생각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그 ‘닮음’의 무게가 생김새 이상의 의미로 다가오기도 한다. 아버지가 세상을 마주하며 지었을 표정들이 내 얼굴에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것. 부모와 자식이라는 관계가 결국 한 사람의 삶이 다른 사람에게서 계속 이어지는 긴 과정과도 같다는 사실을.
우리는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고, 겪어온 환경이 다르지만 비슷한 얼굴을 공유하면서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예전에는 아버지를 나와는 전혀 다른 내가 넘어서야 할 커다란 벽처럼 느껴졌는데 내 얼굴에서 아버지의 얼굴을 발견하는 순간, 벽이라는 생각보다는 인간적인 공감이 들어섰던 것 같다. 아버지가 사회생활을 하며 겪었을 좌절과 외로움 그리고 그 속에서도 지켜내려 했던 책임감. 비슷한 느낌으로.
결국 부모와 자식이라는 관계는 한 사람의 삶이 다른 사람에게서 계속 이어지는 긴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거울 속에 비친 아버지의 모습은 다소 생경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익숙하다. 나는 내 얼굴에 깃든 아버지의 흔적을 긍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당신의 삶을 이해하고 동시에 나의 삶을 새롭게 정의해본다.
닮음이란 무엇인가. 내 모습에서 우연히도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했을 때인가. 서로 다른 두 생애가 하나의 형상 안에서 만나 화해하고 소통하고 하는 것은 가장 신비로운 일일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도 거울 속에 비친 아버지와 닮은 나를 보며 우리가 공유하는 이 얼굴이 앞으로 어떤 생을 만들어갈지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