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와 내과

그리하여 나는 어디를

by 김승요

MBTI로 따지자면.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T(사고형)과 J(판단형)이 생존하기에 유리하다. 이처럼 우리는 자신의 성향에 따라 그에 맞는 일을 하는 것을 선호하는데 mbti를 병원스러운 느낌으로 나눠보자면 내과형과 외과형이 있다.


내과적 성향의 핵심은 지독할 정도의 ‘꼼꼼함’과 ‘집요함’이다. MBTI로 따지자면 전형적인 ISTJ 혹은 INTJ라고 할 수 있다. 이들에게 환자를 치료하고 돌본다는 것은 약물의 아주 작은 용량을 늘릴지 줄일지, 소수점 자리 하나가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를 고민하며 밤새 차트를 뒤적이는 것이 꼭 고차원적인 설계를 완성하려는 완벽주의자 느낌. 보이지 않는 몸속의 미세한 균형을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객관적 데이터를 분석하고 약물을 조절한다. 이들은 성향적으로 서두르기보다 관찰하고 데이터 속에서 가설을 세우며 숫자로 증명되는 개선, 그것이 내과적 기질이 추구하는 완벽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외과적 성향은 현장감과 즉각적인 결단력으로 요약된다. 굳이 따지자면 ESTP나 ENTJ 정도로 볼 수 있겠다. 수술방의 서늘한 공기 속에서 이들은 이론적인 수치보다는 지금 당장 눈앞에 펼쳐진 물리적인 실체에 집중한다. 터진 혈관을 묶고 병든 조직을 드러내고 조각난 뼈를 맞춘다. 터프한 성향. 이들에게 직관과 단호함은 수술실에서 단련된 외과인들만의 고유한 성정이라 할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이 극과 극의 성향 사이에서도 묘한 동질감이 있다는 것이다. 저들 사이에서 겉으로는 “내과는 너무 답답하다.”,“외과는 너무 무식하다.”라며 서로의 성향을 타박하지만 사실 그들은 서로가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완벽한 파트너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수술실에서 길러진 결단력과 모니터 속 수치에 밤잠을 설쳐가며 다듬어진 예민함은 결국 환자의 ‘생존’이라는 목표로 귀결된다.


결국 자신의 성향에 맞게 판단을 잘해서 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기질의 극단까지 밀어붙여보자. 그렇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며 병원이라는 치열한 공간 속에서 가장 묵직하고 인간적인 연대를 이룰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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