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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Jul 07. 2021

<로마의 휴일>헵번처럼 즐긴 트레비 분수와 스페인 광장

트레비 분수, 스페인 광장, 트리니타 데이 몬티 계단과 성당, 성천 사성


  트레비 분수 앞에 섰으나, 분수까지 비집고 들어가기도 힘들 만큼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트레비 분수를 둘러보러 왔는데, 사람들 속에 묻혀있다 그대로 돌아가야 할 것만 같다. 인파 속에 밀려다니다 보니 허리에 차고 있던 힙색을 몇 번씩 만져보며 안전을 확인하기도 했던 곳이기도 했다. 


  오늘(3월 4일) 로마 하늘이 어찌나 맑고 투명하던지, 미세먼지 가득한 우리나라 대기 질이 생각나 괜한 시새움이 났다. 현대 로마인들은 미세먼지 걱정이라곤 하지 않고 산다니, 시새움이 어느새 부러움으로 바뀐다.

비단에 수놓은 듯 아름다운 금수강산이 병들어가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마음이 타들어 간다.  

로마에서도 아침에 일어나면 폰으로 잠시 서울 뉴스를 들여다보는데, 오늘도 서울은 온통 미세먼지로 가득 차 있더라. 딱히 개선 방법도 없이, 온 국민이 고통받고 있는 현실이 답답하다.



트레비 분수 (Fontana di Trevi)

  트레비 분수는 분수를 등지고 서서 동전을 던져 넣으면 다시 로마를 방문할 수 있다는 전설로,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곳이다. 영화 <달콤한 인생>(La Dolce Vita, The Sweet Life, 1960)과 <로마의 휴일>(Roman Holiday, 1953)로 더 유명해졌다. 언제나 많은 사람들이 찾는 로마의 유명한 관광명소다.



 사진출처: pixabay.com

  트레비 분수는 클레멘스 13세에 의해 공표된 분수 설계 공모전에서 당선된 니콜라 살비 작품이다. 로마시대 바로크 양식 마지막 걸작이라 불리는 건축물로 조각상들이 살아서 움직이듯 역동적이다. 

1732년 니콜라 살비(Nicola Salvi)가 설계, 1762년 피에트로 브라치(Pietro Bracci)가 완성했다. 분수 중앙, 해마가 끌어올린 커다란 조개 위에는 대양의 신 오케아노스가 있다. 양 옆은 인어 바다의 해신 트리톤이다. 트리톤(Triton)은 해양 신인 넵튠(Neptune) 즉, 넵투누스의 아들이다. 그리스 신화의 넵투누스는 로마 신화, 바다 신 포세이돈과 동일하진 않지만 거의 비슷한 신으로 본다. 그의 상징은 말, 삼지창, 돌고래, 황소다. 트리톤 해신도 아버지 넵튠처럼 삼지창을 갖고 있다. 트리톤은 소라 껍데기 뿔을 사용하여 사람과 파도를 흔들거나 진정시킨다. 


  

가운데 대양신 오케아노스, 오른쪽과 왼쪽 해신 트리톤, 오른쪽은 고요의 바다를  왼쪽은 격동의 바다를 표현 

  


트레비 분수에 다시 물을 채우고 있는 중

하필, 우리가 찾아간 시간이 트레비 분수 물청소가 끝나갈 즈음이었다. 

그나마 사람들에 떠밀려 겨우 들어선 곳은 분수 오른쪽. 금방이라도 다시 밀려날 것 같은 위치에서 찍은 사진 속 트레비 분수는 물이 차고 있는 중이어서 또 아쉽다.


트레비 분수 바로 앞에 있는 트레비 카페
다양한 과일 맛 젤라토

  트레비 카페도 붐볐다. 색색별 젤라토가 서로 자기가 맛있다고 유혹한다. 이곳은 카운터 직원과 음료 준비하는 직원이 분업화되어있다. 

카운터에서 계산을 먼저 하고 영수증을 받은 후, 젤라토 준비하는 직원에게 영수증을 건네고 원하는 맛을 고르면 된다.  


  나는 망고 맛, 레드루는 산딸기(Frutti di bosco) 맛을 골랐다. 노랑과 연보라 색 조합이 예뻐, 일단 눈으로 먼저 콕 찍는다. 

그런데 의사전달이 잘못되었는지, 두 가지 맛이 한 콘에 담겨 나왔다. 어차피 우린 서로 바꿔서 맛 볼 생각이었으니, 오히려 잘 됐다며 좋아했지만.



  주주와 레드루는 트레비 분수로 더 이상 가까이 가지 못한 채, 분수가 바라보이는 성당 앞 계단에 주저앉아 이탈리아 젤라토를 먹으며 잠시 여유로운 시간을 갖는다.   

달달하고 시원 상큼했던 젤라토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트레비 분수를 바라보며 먹었으니 더 맛있었겠지! 살아온 세월조차 잊은 채, 딸과 친구처럼 장난치면 먹은 젤라토. 

내 살아생전 이런 분위기에 다시 젖어 로마 젤라토를 또 맛볼 수 있으려나!

사람들로 붐비는 도로와 복잡한 상점을 들고 나자니 정신이 없었지만, 그 유명한 로마 젤라토 맛본 것은 잘 한일이다. 우리는 언젠가(someday) 다시 로마로 돌아와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져 넣자고 약속했다.


주주와 레드루의 트레비 분수와 스페인 광장 현장 스케치


스페인 광장 (Piazza di Spagna)

  이곳은  스페인 대사관이 있는 광장이다. 아래 사진 오른쪽 건물이 주 교황청 스페인 대사관이다. 건물 입구 위로 스페인 국기도 보인다. 17세기 스페인 대사관이 있던 곳이어서 스페인 광장이라 불려 왔다. 




  스페인 대사관 앞에는 성모의 원주(Colonna dell' lmmacolate)라는 커다란 기둥이 보인다. 성모 원주를 지나 큰길을 따라 좀 더 걸어가면, 활기찬 스페인 광장이 보인다. 



  스페인 광장 주변으로는 쇼핑 스트리트가 밀집해 있다. 이곳은 현지인들과 관광객들이 어우러져 항상 붐빈다. 


Pixabay.com  -  트리니타 데이 몬티 교회가 보이는 쇼핑 스트리드  / 스페인 광장, 스페인 계단,  트리니타 데이 몬티 교회

  바이런, 리스트, 괴테, 발자크, 안데르센은 로마에 들렸을 때, 스페인 광장 주변 집에서 살았다고 전해진다. 계단 오른쪽 광장 26번지, 영국 천재 시인 존 키츠가 1821년 26세의 젊은 나이에 숨을 거둔 집이 있다.  현재, 이 집은 존 키츠(1795년~1821년)와 퍼시 셸리(1792년 ~ 1822년) 기념관인데, 우리는 아쉽지만 직접 찾아가 보지 못하고 돌아왔다. 



  스페인 광장으로 들어서면, 스페인 계단이라 불리는 트리니타 데이 몬티 계단(Scalinata di Trinità dei Monti)바르카차 분수(Fontana della Barcaccia)가 보인다. 

오드리 헵번의 <로마의 휴일> 중 한 장면

  광장에 있는 바르카차 분수는 로마 시내를 흐르는 테베레 강에서 와인을 운반하던 낡은 배(바르카차)를 본떠 만든 것이다. 

바로크 시대  조각가이며 건축가인 로렌초 베르니니의 아버지 피에르토 베르니니가 제작했다. 

홍수가 지나간 자리에 남겨진 조각배를 보고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 

  바르카차 분수 물은 식수로도 사용한다. 수질이 좋기로 유명한 로마 용출수 중, 트레비 분수와 함께 가장 맛있는 물로 알려져 있다. 

깨끗한 도시환경, 맑은 용출수 물, 밝게 빛나는 태양과 투명한 파란 하늘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 곳이다. 

그러나 로마에서는 음료수를 꼭 사 먹어야 한다. 용출수는 수질이 좋다지만, 로마 시민들이 사용하는 수돗물에는 석회성분이 많아 그대로 먹는 것은 곤란하다. 호텔 화장실에도 석회성분을 한 번 더 걸러주는 장치를 해둘 정도다. 역시 안전한 물 맛은 대한민국이 최고다!


트리니타 데이 몬티 계단과 트리니타 데이 몬티 성당

 

트리니타 데이 몬티 성당



  주주와 레드루는 스페인 광장에 있는 137개의 트리니타 데이 몬티 계단(스페인 계단)을 밟고 올라간다. 

이 계단은 1725년 건립됐다. 계단 위엔 로마 가톨릭 트리니타 데이 몬티 성당(Chiesa della Trinità dei Monti) 흰 건축물이 있다. 


트리니타 데이 몬티 성당 앞에서 눈부시게 빛나는 레드루


 트리니타 데이 몬티 성당 위로 햇빛이 내려 눈이 부시다.


사진: 네이버 영화 - 스페인 계단에 서 있는 앤 공주(오드리 헵번 분)와 브래들리(그레고리 펙 분) 기자

  스페인 계단은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아이스크림을 먹는 배경 장면으로 나와, 젊은 시절 가슴을 설레게 했던 곳이기도 하다. 이런 낭만적인 곳에 주주와 레드루가 나란히 함께 서있다니 감개무량하다.


  사랑스럽던 오드리 헵번도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그러고 보니, 나 역시 시공간을 넘어 참 멀리까지 와있구나. 

스페인 계단을 올라갈 때와 내려올 때, 생각과 느낌, 들이쉬고 내쉬는 숨소리까지 모두 항상 같질 않다. 오르면 내려오고,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살다, 어느 시점에서 멈춘다. 오드리 헵번의 <로마의 휴일>을 추억하다 보니, 영원할 것 같은 세상에 우리는 모두 잠시 머물다 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고개를 든다. 아름다운 스페인 광장에 남긴 내 발걸음과 마음도 이렇게 잠시 머물다 간다.  


  스페인 광장이 로마 시내 벤츠 투어 마지막 장소다. 숨 가쁜 스케줄이었지만, 그나마 벤츠를 타고 이동했기에 이렇게 여러 장소를 다 돌아볼 수 있었다. 

  구글 지도에서 오늘 로마 시내 다녀온 곳(테베레강 오른쪽)과 이어 방문할 바티칸 미술관을 다시 한번 짚어보니, 비로소 로마가 제법 한눈에 들어온다.  




성 천사성(산탄젤로성, Castel Sant'Angelo)

테베레 강에서 바라보이는 성천 사성

  사진 왼쪽에 보이는 원형 건축물은  성 천사성이라 불리는 하드리아누스 영묘다. 하드리아누스는 14대 로마 황제(76년~138년)로 트라야누스 황제의 사촌 형제 아들이다.

 테베레 강이 바라보이는 성 천사성은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자신과 가족을 위해 세운 무덤이다. 로마제국 멸망 후 교황청 요새와 교도소로 사용되기도 했으며, 현재는 군사 박물관이다. 

성의 정면에 고대 세워진 산탄젤로 다리가 있다. 이 다리는 아직도 로마에서 산탄젤로성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지키고 있어 장관을 이룬다.


  


https://bit.ly/3DE75x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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