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올해의 책『아몬드』는 당시 BTS가 읽던 책으로 더 유명해지기도
'나에겐 아몬드가 있다.
당신에게도 있다.
당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거나
가장 저주하는 누군가도 그것을 가졌다.
아무도 그것을 느낄 수는 없다.
그저 그것이 있음을 알고 있을 뿐이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이야기는, 괴물인 내가 또 다른 괴물을 만나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 끝이 비극일지 희극 일지를... 사실 어떤 이야기가 비극인지 희극인지는 당신도 나도 누구도 영원히 알 수 없는 일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짧은 프롤로그에 작가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주인공 윤재, 친구 곤이, 도라의 성장과정이 아프지만 담담하게 그려진다.
할멈(외할머니), 엄마, 심 박사, 윤 교수라는 어른들 눈으로 바라보는 청소년 기 행동 유형'도 다양하게 보인다.
윤재는 감정 표현 불능증(ALEXITHYMIA)으로 다른 아이들과 좀 다른 삶을 살아간다.
작게 타고난 편도체, 각성 수준이 낮은 대뇌 피질로 엄마로부터 상황 설정에 따른 되풀이 교육을 받아 가며 성장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윤재 엄마의 불안했던 결혼 과정(할머니 반대를 무릅쓰고 본인이 다니던 여대 앞, 액세서리 노점상과 연애하고 결혼. 얼마 후 남편도 사고로 사망)의 심한 스트레스가 혹 태아에게 영향을 주진 않았을까?'
다행인 것은,
윤재는 정서적 문제 외 지능 및 신체 발달은 정상인과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인 편도체 크기는 아몬드만 하다.
윤재 엄마는 공포를 느끼지 못하는 윤재에게 많은 학습도 시키지만, 특히 아몬드를 많이 먹인다.
엄마는 아몬드를 먹으면, 편도체가 커질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 알렉시티미아란?
정신신체 장애나 중독, 또는 외상 후 상태로 인해 고통을 겪는 환자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인지 및 정동 장애. 이 증상의 특징은 정동이 불완전하게 분화되고 불완전하게 언어화되어 신호 기능을 적절히 수행할 수 없는(효과적으로 의사소통 할 수 없는) 상태이다. 예를 들어, 정신신체 장애 환자는 무표정하고 때로는 경직된 자세와 굳은 얼굴 표정을 보임으로써, 심리적 및 신체적 위험 신호를 무시한다. 중독 환자는 특히 정동이 신체화되는 것을 두려워하며, 특히 약물을 사용하여 그것을 저지하려고 한다. 외상 후, 환자는 종종 쾌락을 경험하지 못한다(쾌락 불감증으로 알려진 상태) ...
... 1967년에 시프너스(Sifneos)가 처음으로 도입했으며, 1970년에 느마이어(Nemiah)와 시프너스가 더욱 명료하게 정교화하였다. 정신분석 문헌에서, 어떤 학자들은 일차적인 결함인 정신해부학적 문제로 인해 이것이 나타난다고 생각하는 반면, 다른 학자들은 일차적인 문제들과 함께 이차적인 결함인 다양한 심리적 문제들을 지적한다. 맥두걸(McDougall)과 다른 학자들은 정신분석적 관점에서 이 현상이 부인(denial)과 분열(splitting)과 밀접하게 연관된 일련의 발달적 방어라고 본다. 1963년 프랑스의 마티(Marty)와 그의 동료들이 유사한 방어 집단에 대해 기술했는데, 그 명칭을 '생각에 의해 사는 사람(la pensée opératoire)'이라고 붙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감정표현 불능증 [ALEXITHYMIA] (정신분석용어사전, 2002. 8. 10., 미국정신분석학회, 이재훈)
감정 표현 불능증(알렉시티미아)을 가지고 태어난 주인공 윤재처럼 내 아이에게 이런 증상이 있다면, 우리는 어떤 심정이 될까?
편도체가 작으면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가 공포심을 잘 모르는 거다. 용감해서 좋겠다고 생각한다면 모르는 소리다. 두려움이란 생명 유지의 본능적인 방어 기제다. 두려움을 모른다는 건 용감한 게 아니라 차가 돌진해도 그대로 서 있는 멍청이라는 뜻이다. 나는 운이 더 나빴다. 공포심 둔화 외에 나처럼 전반적인 감정 불능까지 오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불행 중 다행은 이 정도로 작은 편도체를 가지고도 딱히 지능 저하의 소견이 없다는 것 정도였다. (30쪽)
곤이(본명, 윤이수)는 13년 전 부유하고 다복했던 가정에서 잃어버린 아이다.
소년원에서 깡패로 전전하며 살아왔다.
살인 빼곤 다 해 봤다는 곤이는 이제 겨우 부모를 찾아, 윤재가 다니는 학교 같은 반으로 전학 왔다.
작가는 윤재와 곤이가 어떤 인연으로 엮이게 되는지 자세하게 밝히고 있다.
윤재는 곤이 아버지 부탁으로 죽음에 임박한 곤이 어머니를 만나 아들 노릇(?)을 대신하게 되고...
윤 교수가 윤재에게 아들인 것처럼 행동해 달라는 부탁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윤 교수는 잃어버렸던 곤이를 처음 만났을 때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반대로 곤이는 윤 교수를 처음 만났을 때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서로 바랐던 아들과 아버지의 모습은 아니었다.
윤 교수는 현재 곤이 모습을 아들로 받아들이기조차 힘들어한다.
사람들은 남 얘기를 할 때, 자기 목소리가 얼마나 큰지 자주 잊어버린다. 말하는 사람은 작게 말한다고 생각해도, 그 말들은 대부분 여과 없이 다른 사람의 귀로 들어간다. 밥을 먹는 내내 곤이에 대한 얘기가 공중에 떠다녔다. 장례 이틀 째가 돼서야 나타난 이유는 그 애가 오기를 거부해서였다는 둥, 시설에서 나오자마자 사고를 쳤다는 둥, 전학을 시키는 데 돈이 얼마가 들었다는 둥, 아들 역할을 한 아이가 따로 있다는 등, 여러 말들이 어지럽게 오갔다. 나는 구석에서 사람들을 등지고 앉아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잘은 몰랐지만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았다. (108쪽)
- 그 남자는 말이야.....
곤이가 말했다.
- 그동안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어. 내가 그곳에서 어떤 생활을 했는지, 어떤 애들과 어울렸는지. 어떤 꿈을 꾸고 어떤 일로 절망했는지.... (166쪽)
- 난 아들이 아냐. 잘못 찾아온 잡동 사니지. 그래서 그 여자 죽기 전에 얼굴도 못 본 거고....
엄마. 어쩌다가 그 단어가 나올 때면 곤이는 갑작스러운 침묵에 빠졌다. (167쪽)
작가는 가상 인물인 P.J 놀란을 통해 독자들에게 무거운 메시지를 전한다.
‘구할 수 없는 인간이란 없다. 구하려는 노력을 그만두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라고
(사형수로) 죽고 난 뒤 십칠 년이 지난 후에 진범이 자백을 하면서 P.J 놀란의 결백이 드러났다. 딸에게 몹쓸 짓을 한 건 옆집에 살던 이웃이었다.
P.J 놀란의 죽음은 여러 면에서 논란이 되었다. 딸에 대해서만은 결백했지만 그에게는 이미 폭력, 절도, 살인 미수 등의 무거운 전과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시한폭탄이라 불렀다. 무죄 선고를 받았더라도 언젠간 끔찍한 일을 터뜨렸을 거라고 말이다. 어쨌든 세상이 이미 죽어 버린 남자를 마음대로 재단하는 동안 P.J 놀란의 책은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다.(127쪽)
책의 대부분은 불우했던 어린 시절과 분노로 가득 찬 젊은 시절을 적나라하게 그려 내고 있다. 사람에게 칼을 찔러 넣거나 강간을 할 때 어떤 느낌이었는지, 어떤 방식이었는지가 너무 상세하게 적혀 있어 일부 주에서는 금서로 지정되기도 했다. 그는 마치 음식을 분류해 냉장고에 넣거나 서류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봉투에 넣는 방법을 설명하듯 그런 과정을 담담히 묘사했다. 구할 수 없는 인간이란 없다. 구하려는 노력을 그만두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 그는 무슨 의미로 그렇게 썼을까. 도와 달라는 손짓이었을까, 아니면 깊은 원망이었을까.
엄마와 할멈에게 칼을 휘두른 남자와 곤이는 P.J 놀란과 같은 타입이었을까. 아니면 P.J 놀란과 가까운 건 오히려 나였을까.
나는 세상을 조금 더 이해하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내겐 곤이가 필요했다. (127~128쪽)
- 피가 줄줄 흐르는데 참을 만해? 너 진짜 로봇이냐. 그렇게 생각하니까 어, 그렇게 대충대충 얼버무리니까 네 할머니, 엄마가 눈앞에서 그 꼴을 당하는데 멍청히 서 있었지. 아프겠단 생각, 막아야겠단 생각도 못 했지. 화도 안 내고. 아무것도 모르니까.
- 그래 의사들이 그렇대. 타고났대.
사이코패스. 초등학교 때부터 아이들이 나를 놀릴 때 쓰던 대표적인 단어다. 엄마와 할멈은 길길이 뛰었지만 사실 나는 그 말에 어느 정도 동의했다. 나는 진짜 그러 건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거나 죽여도 죄책감이든 혼돈이든 아무것도 못 느낄 테니까. 그렇게 타고났으니까.
- 타고나? 그 말이 세상에서 제일 재수 없는 말이야.
곤이가 말했다.(153~154쪽)
윤재는 감정을 못 느낀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정말 불행한 일일까?
'타고 나?' 곤이는 왜 이 말이 싫었을까?
심 박사와 도라가 윤재에게 마음을 전하는 방식과 곤이의 방식은 어떻게 다른가?
심 박사는 윤재 어머니가 운영하던 중고 책방 2층짜리 건물주로 윤재에 관한 이야기까지 나눌 정도로 엄마와 친하게 지낸 사이다. 심 박사는 같은 건물에서 빵집을 운영하고 있지만, 의사였던 인물이다.
도라는 윤재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해 준 소녀다. 윤재와는 성향이 다른 운동을 좋아하는 달리기 선수다.
심 박사는 내가 던지는 질문에 늘 최선을 다해 답하려고 애썼다. 곤이와 나의 특별한 관계를 편견 없이 들어주는 사람도 그가 유일했다.
- 전 평생 지금처럼 살게 될까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면서 말이에요....
- 어려운 질문이구나.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너한테서 그런 질문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이미 굉장한 변화라고. 그러니까 노력을 해 보자고 말이야.
-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데요? 타고난 머리의 문제라면요. 엄마가 시켜서 매일 아몬드도 먹었지만 아무 소용없었어요. (159~160쪽)
- 몰랐던 감정들을 이해하게 되는 게 꼭 좋기만 한 일은 아니란다. 감정이란 참 얄궂은 거거든. 세상이 네가 알던 것과 완전히 달라 보일 거다. 너를 둘러싼 아주 작은 것들까지도 모두 날카로운 무기로 느껴질 수도 있고, 별거 아닌 표정이나 말이 가시처럼 아프게 다가오기도 하지. 길가의 돌멩이를 보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대신 상처받을 일도 없잖니. 사람들이 자신을 차고 있다는 것도 모르니까. 하지만 자신이 하루에도 수십 번 차이고 밟히고 굴러다니고 깨진다는 걸 '알게 되면', 돌멩이의 '기분'은 어떨까. 이 예조차 아직은 네게 와닿지 않을지도 모르겠구나. 그러니까, 내가 말하려는 건... (161~162쪽)
도라는 곤이의 정반대 지점에 서 있는 아이였다. 곤이가 고통, 죄책감, 아픔이 뭔지 알려 주려 했다면, 도라는 내게 꽃과 향기, 바람과 꿈을 가르쳐 주었다. 그건 처음 듣는 노래 같았다. 도라는 누구나 알고 있는 노래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바꿔 부를 줄 아는 아이였다. (174쪽)
윤재는 윤 박사로부터 이해받지 못한 채, 집 나간 곤이를 찾아야만 했다. 이미 윤재에게 곤이는 친구였으니까.
겨우 만난 곤이는 윤재를 거부하고, 소년원 선배였다는 철사는 윤재를 죽기 직전까지 무섭게 구타하며 칼로 찌른다.
- 두려움도 아픔도 죄책감도 다 못 느꼈으면 좋겠어....
눈물 섞인 목소리였다. 나는 조금 생각한 후에 입을 열었다.
- 그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러기엔 넌 너무 감정이 풍부하거든. 넌 차라리 화가 나 음악가가 되는 편이 더 어울릴걸.
곤이가 웃었다. 물기 어린 웃음을.
고통을 내지르는 숨소리가 모두 허연 입김으로 나오는 지금과는 달리 한여름이었다, 그때는. 그때 우리는 여름의 정점에 있었다. 여름. 과연 그런 때가 있기나 했던 걸까. 모든 게 푸르고 무성하고 절정이었던 때가. 우리가 함께 경험한 게 정말로, 진짜였을까.(243쪽)
멀면 먼 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외면하고,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공포와 두려움이 너무 크다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껴도 행동하지 않았고 공감한다면서 쉽게 잊었다.
내가 이해하는 한, 그건 진짜가 아니었다.
그렇게 살고 싶진 않았다. (245쪽)
윤재가 철사에게 찔려 정신을 잃은 직후, 윤 교수가 경찰들과 들이닥쳤다.
그리고 그 여름이 갔다.
윤재는 오랫동안 병원에 누워있고, 철사를 찌른 곤이는 정당방위로 인정될 거란다.
가을이 가고 겨울이다.
윤 교수는 학교에 휴직계를 내고 오직 곤이만을 위해 살아보겠다고 전해지고,
심 박사는 윤재가 없을 때, 도라가 몇 차례 다녀갔다며 그 애가 남긴 카드를 전해준다. 도라는 육상부가 있는 학교로 전학 갔다.
윤재가 표정이 다양해졌다고 심 박사는 말한다.
심 박사는 곤이 편지도 전해준다. '미안하다. 그리고 고마워. 진심.'
윤재는 곤이가 쓴 진심이라는 단어 뒤에 찍힌 마침표를 한동안 바라봤다.
그리고 '짜잔~' 심 박사는 휠체어에 탄 엄마를 밀고 들어선다.
윤재가 병상에 누워 있는 동안 식물인간이던 엄마가 깨어났다......
... 갑자기 윤재의 빰이 뜨겁다. 엄마가 뭔가를 닦아 준다. 눈물이다. 어느새 윤재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다.
인생은 비극이든 희극이든 살아가게 되어있다.
자기 인생이 비극인지 희극인지는 자신이 느끼고 살아가는 대로다.
우리는 매일 많은 일들과 부딪히며 살아간다.
내 삶의 무게와 그 크기만큼 내가 느끼는 딱 그만큼. 윤재처럼. 곤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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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년 올해의 책, 손원평의 『아몬드』로 나타나
문학 분야에서는 손원평의 『아몬드』가 대출순위 1위를 차지했다. 2019년부터 대출순위가 점차 낮아졌으나 2020년 6월 이후 줄곧 대출순위 1~2위를 차지하며 2020년 올해의 책으로 나타났다. 이는 JTBC <인더숲 bts편> 에서 방탄소년단이 읽고 있는 책으로 방영되면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이 도서를 가장 많이 대출한 이용자층은 40대 여성이었고 이어 30대, 20대 여성, 40대 남성 순으로 나타났다. - 국립중앙도서관, 코로나19 감염이 공공도서관 대출에 미치는 영향 분석 발표 중에서 2020. 12. 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