낱말은 하나하나 살아서 숨을 쉬고 활동할 수 있는 기본 연장
스티븐 킹은 '연장통'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글쓰기에서도 자기가 가진 최선의 능력을 발휘하려면 연장들을 골고루 갖춰놓고,
그 연장통을 들고 다닐 수 있도록 팔심을 기르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놓으면 설령 힘겨운 일이 생기더라도 김이 빠지지 않고, 냉큼 필요한 연장을 집어 들고 곧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다."
자주 쓰는 연장들은 연장통 맨 위층에 넣는다.
글쓰기의 원료인 낱말들이다.
낱말(단어)은 분리하여 자립적으로 쓸 수 있는 말(글)이다.
낱말은 하나하나 살아서 숨을 쉬고 활동할 수 있는 기본 연장이니, 내 연장통에도 한상 가득 채우고 싶은 존재이다.
문법도 맨 위층에 넣는다.
"잘 쓸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규칙을 따르는 편이 낫다"라고 한다.
수동태(주어가 어떤 동작의 대상이 되어 그 작용을 받을 때 서술어가 취하는 형식)는 피한다.
주어가 어떤 행동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문단에는 주제문이 있고, 부연 설명이 뒤따른다.
이 규칙 때문에 작가는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해야 한다.
문단은 작가가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도와주는 좋은 안내자이다.
대화 설명, 불필요한 말 생략, 쉼표 사용법, 발음을 생략한 경우에도 생략 부호를 찍지 않은 것 등등...
이 모두가 연장통 두 번째 층에 들어간다.
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문단은 글보다 말에 더 가까운 것이고, 그것은 좋은 일이다.
글쓰기는 유혹이다.
좋은 말솜씨도 역시 유혹의 일부분이다.
저자는, 문장이 아니라 문단이야말로 글쓰기의 기본 단위라고 - 거기서부터 의미의 일관성이 시작되고 낱말들이 비로소 단순한 낱말 수준을 넘어서게 된다고- 주장한다.
낱말 < 문장 < 문단에 관한 작가의 주장을 곱씹어 본다.
글을 잘 쓰려면 문단을 잘 이용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나는 문장이 아니라 문단이야말로 글쓰기의 기본 단위 - 거기서부터 의미의 일관성이 시작되고 낱말들이 비로소 단순한 낱말의 수준을 넘어서게 된다 - 고 주장하고 싶다. 글이 생명을 갖기 시작하는 순간이 있다면 문단의 단계가 바로 그것이다. 문단이라는 것은 대단히 놀랍고 융통성이 많은 도구이다. 때로는 낱말 하나로 끝날 수도 있고, 또 때로는 몇 페이지에 걸쳐 길게 이어질 수도 있다. 글을 잘 쓰려면 문단을 잘 이용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러려면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장단을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164쪽)
작가가 되고 싶다면 무엇보다 두 가지 일을 반드시 해야 한다.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슬쩍 피해 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지름길도 없다.
'아는 것에 대하여 쓰라' - 저자는 포괄적 의미로 해석하길 권한다.
갖고 있는 지식과 마음으로 아는 것, 상상력으로 아는 것도 많다.
고마운 일이다. 마음과 상상력이 없다면 소설의 세계는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쓰되 그 속에 생명을 불어넣고, 삶이나 우정, 인간관계나 성, 일 등에 대하여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들을 섞어 넣어 독특한 것으로 만든다.
묘사는 독자들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탁월한 묘사력은 후천적인 능력이므로, 많이 읽고 많이 쓰지 않으면 할 수 없다.
묘사의 '방법'을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묘사의 '분량'도 중요하다.
많이 읽으면 적절한 분량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고, 많이 써보면 묘사하는 요령을 알 수 있다.
묘사력은 직접 해보면서 습득해야 한다.
자기가 쓰고 있는 말을 작가 자신이 이해하고 있다면, 기꺼이 함께 따라갈 수 있다.
그러나 작가 자신도 무슨 뜻인지 모른다면...
대화문을 잘 쓰는 작가들은 남들과 어울리면서 말하고 듣는 것을 즐긴다.
특히 듣기가 중요한데, 여러 부류의 사람들에게서 억양, 리듬, 사투리나 속어 따위를 주워 들어야 한다.
좋은 대화문의 비결도 진실이다.
등장인물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솔직할 때, 때론 비판도 각오해야 한다.
방금까지 아무 생각도 없었는데 한순간에 모든 생각이 한꺼번에 떠오르기도 한다.
글쓰기는 이렇게 모든 것이 일시에 연결되는 통찰력의 순간이 있어 짜릿하다.
지은이는 글을 쓸 때 생각하는 그 대상을 '가상 독자'라고 부르기로 한다.
가상 독자를 갖는 것은 스토리의 진행 속도가 적당한지, 또 배경 스토리를 만족스럽게 처리했는지를 가늠하는 최선의 방법이기도 하다.
진행속도란 이야기를 풀어놓는 속도를 말한다.
모든 소설에는 각기 어울리는 진행 속도가 따로 있으며 작품의 진행 속도가 빠르다고 반드시 빨리 읽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진행 속도가 너무 느리면, 참을성 있는 독자라도 불만을 느낀다.
이 책의 마지막 <인생론> - 후기를 대신하여, 저자는 말한다.
"궁극적으로 글쓰기란 작품을 읽는 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아울러 작가 자신 삶도 풍요롭게 해 준다.
글쓰기의 목적은 살아남고 이겨내고 일어서는 것이다. 행복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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