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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온책읽기

『나는 떠났다 그리고 자유를 배웠다』마이케 빈네무트 저

삶은 용기에 비례해 넓어지거나 줄어든다. - 아나이스 닌

by Someday


매월 1일 새로운 도시에서 시작하는

12번의 인생 여행 스케치,

시드니에서 아바나까지.




저자 마이케 빈네무트는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텔레비전 퀴즈쇼 <누가 백만장자가 될 것인가?>에 출연, 우승을 차지한다.

상금으로 50만 유로를 받아 들고, 우승 소감에서 밝혔듯이 '12개국 12 도시에서 한 달씩 살아보기'를 실행에 옮긴다.

이 책은 마이케가 새로 그려가는 여행 스케치에 동행하는 여로다.

마이케는 저널리스트라는 역동적이고 멋진 직업을 가졌다.

그녀는 여행지에서 가능한 호텔이 아니라 아파트형 게스트하우스를 빌린다.

최대한 현지인처럼 지내고 싶기 때문이다.

여권 연장, 집 맡기기, 작고 가벼운 노트북과 카메라 구입, 미친 듯이 책상 정리와 여행 전문 블로그를 개설하고 떠난다.


책의 구성이 독특하다.

저자는 편지의 발신자가 된다.

이 책은 마이케가 각 여행지에서 오랜 친구들, 새로 사귄 친구들, 전 남자 친구, 교수님, 부모님, 어린 시절의 자기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쓰여있다.

독자들은 마이케의 새로 사귄 친구가 되어, 그녀와 여정을 함께 하게 된다.

'20년 뒤에 당신은 틀림없이 했던 일보다

하지 않은 일 때문에 더 화가가 날 것이다.' - 마크 트웨인이 남긴 명언 -



1월 시드니, 호주 (18쪽)

모든 시작에는 떨림이 있다. - 친구 로제에게 보내는 편지


'Please walk on the grass'. '잔디 위로 걸으세요.'

잔디 위로 걸으라는 안내판이 쓰여있는 곳이 세계에서 시드니뿐일까?

나는 모른다.

그러나 어딜 가나 '출입 금지' 표지판에 익숙하다 보니, 자유로움과 낭만이 느껴진다.

마이케는 '시드니 한 달 살이'에서 관습 따윈 벗어버리고 마음껏 누린다.

나도 그녀처럼 언젠가 호주 왕립식물원 잔디를 꼭꼭 밟아보게 되었으면 좋겠다.


호주 시드니 /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2월 부에노스아이레스, 아르헨티나 (44쪽)

우연에서 우연으로, 행운의 등을 미는 파라다이스 연습 - 가장 오래된 친구 카타리나에게 보내는 편지


'To push one's luck.'

그녀는 행운을 뒤에서 민다.

옛날부터 해운의 등을 밀어 왔다.

그래서 퀴즈쇼에도 도전하게 됐다.

행운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우험도 감수하면서.

No risk, no fun! 위험이 없으면 재미도 없는 법이다.



3월 뭄바이, 인도 (74쪽)

인생의 눈부신 날들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 오랜 친구 클레멘스 박사에게 보내는 편지


마이케는 인도에서 완전히 절망에 빠진다.

그곳 환경과 문화가 마이케를 계속 벽에 부딪히며 빠져나올 수 없는 힘든 상황으로 몰고 간다.

그러나 그녀는 역시 긍정의 아이콘이다.

여기저기 멍이 들고 혹이 나는 것 같았지만, 이런 환경에서도 잘 지낼 거라고 생각하며 한 달간을 꿋꿋하게 버틴다.

인도에서 한 달은 거대한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허우적거리다 끝난다.

분노, 동정, 감탄, 경멸, 경건, 부끄러움, 즐거움, 감동이 눈 깜빡할 간격으로 자리를 바꾸곤 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마이케가 배운 것은 인내심이었다.

'아무튼 나마스테!'

마이케는 이 힘들었던 여행까지 다시 사랑하게 되었다고 밝힌다.


인도 뭄바이


4월 상하이, 중국 (98쪽)

낯선 행복에 사로잡히다. - 사랑하는 부모님께 보내는 편지


"Everything is okay in the end. If it's not okay it's not the end." 뉴욕에 사는 친구 루스가 자주 하는 말이다.

나쁜 상황은 언제나 중간 단계에 불과하고 마지막에는 모든 것이 잘 된다는 것.

상하이에서 얻은 새로운 교훈, '순간을 사랑하기.'


'케이크와 마신 한 모금의 차가 입안에 닿는 순간, 나는 몸을 움찔했다.

내 안에서 생긴 뭔가 낯선 것에 사로잡힌 듯했다.

거대한 행복감, 까닭을 알 수 없는 행복감이 나를 감쌌다.

갑자기 삶의 변화가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인생의 재난이 무해한 실수로, 인새의 무상함이 감각의 단순한 사기로 보였다.

그리하며 주로 사랑이 만들어내는 감정이 내 안에 생겼다.

그리고 동시에 귀한 물질이 나를 감싸는 기분이 들었다.

물질이 내 안에 있다기보다 오히려 내가 그 물질 자체였다.'


중국 상하이 / 하와이 호놀룰루


5월 호놀룰루, 하와이 (124쪽)

하와이에서의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 소중한 친구 안네에게 보낸 편지


'그 많은 도시들에서 겪은 그 많은 경험들! 너무 많아.

너에겐 휴식과 균형, 보살핌과 안정이 필요하다고, 알겠니?'

난 '하와이 마이케'가 마음에 들어..... 여유롭고 침착해. '하와이 마이케'는 지금까지의 여행에서 얻은 좋은 점들이 합쳐진 결과일 테지. 아마 그녀는 상하이에서 정확히 관찰하는 법을 배웠을 거야.

중국처럼 말이 안 통하는 곳에서 살아가려면 다른 감각 채널을 열어야 하니까.

반면 '함부르크 마이케'는 늘 앞만 보고 부지런히 걸었어. 가야 할 목적지가 분명했으니까....

'상하이 마이케'는 거리에 붙은 글자 하나하나를 다 읽었어.

훌쩍 넘기지 않고 찬찬히, 정확히 살폈지.

자주 걸음을 멈추고 서서 한참을 바라봤어.

그리고 주변의 삶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고 느낄 만큼 느려졌어.

지금 깨달았지만 그건 하와이를 위한 완벽한 준비였어.


하와이에서 특히 좋은 것은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만 만난다는 것이다.



6월 샌프란시스코, 미국 (154쪽)

어제와 오늘, 모든 것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곳 - 루스 언니에게 보낸 편지


이곳 사람들은 어쩌면 각자의 방식으로 계속해서 도시를 그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방문객은 물론이고 현지 주민들조차 현재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해 나름대로의 그림을 갖고 있다.

복합성과 모순성을 모두 고려해 한 도시를 완전히 이해하기에는 도시가 너무 크기 때문에 각자의 버전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또한 도시를 아주 매력적으로 만든다.


그래서 모두 저마다 버전과 해석이 옳다고 느끼는 것이고.

마이키는 여행지에서 한 달씩 살아가기를 이어간다.

그녀는 결국 낯선 것에 대한 호기심이 승리한다고 말한다.

원심력이 중력보다 더 강하다.

우리는 원한다면 언제든 다시 오갈 수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 영국 런던


7월 런던, 영국 (184쪽)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위해 과거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 - 칼 제라시 교수님께 보내는 편지


런던은 마이키에게 '과거 여행'이다.

그녀는 한 때 좋아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잃어버렸거나 생매장되었던 취미를 이곳에서 다시 만난다.

런던은 느닷없이 다시 찾아와 그녀의 마음에 다시 불을 지핀 곳이다.

마이키는 이곳에서 15년 전에 손에서 놓았던 전통 자수 수공예를 즐긴다.

그녀는 수를 놓으면 잡생각 없이 느림과 몽롱함을 즐기며, 라디오를 듣거나 깊이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아한다.

마이키는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자수에 대한 여전한 사랑을 느낀다.


'더는 존재하지 않는 것. 그것이 던 위치(Dunwich)에서 가장 흥미로운 명소다.'


'도전하라. 실패하라. 다시 도전하라. 더 잘 실패하라.'

사무엘 베케트의 말처럼 실패는 도전 과정의 일부이다.

삶이 이어지는 한 헛된 경험이란 없구나!



8월 코펜하겐, 덴마크 (212쪽)

우리는 왜 그토록 떠나고 싶었을까? - 어린 시절의 마이케에게


넌 지금 몇 살이지? 열다섯 살? 난 쉰한 살.

나는 미래의 너야. 만나서 반가워.

내 기억이 옮다면 넌 목적지 없이 그냥 한 시간씩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곤 하지.

원하는 게 아주 많지만 그것이 정확히 뭔지는 아직 몰라.

너는 세계가 낯설고, 그 까닭이 세계가 아니라 너에게 있다고 생각할 거야.

너는 지구에서 가장 외로운 소녀지만 결코 인정하고 싶지 않을 테고.

언젠가는 더 좋아질 거라고 어디선가 조용히 속삭이는 음성이 들릴 거야. 바로 내가 속삭이는 거야.

'그래 더 좋아질 거야. 아주 환상적으로.'


'인생은 순방향으로 살게 되고 역방향으로 이해된다.'

키에르케고르는 인생에 관해 인간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이 한마디로 표현했다.


No one in your life is with tou constantly.

No one is completely on your side.

너의 인생에서 어느 누구도 항상 네 곁에 있지 않아.

어느 누구도 온전히 네 편이 아니야.

- 뮤지컬 <체스>에 나오는 <I know Him so Well. 나는 그를 잘 알아요.>에 나오는 가사


'오늘을 평생처럼'

-『마법의 섬 살트 크로칸』 책에 나오는 명언


덴마트 코펜하겐 / 스페인 바르셀로나


9월 바르셀로나, 스페인 (232쪽)

대화보다 더 깊은, 우리가 함께 공감하는 순간 - 오랜 친구 미하엘에게 보내는 편지


블로그는 쌍방통행이야. 나는 누가 내 글을 읽었는지 알고, 글을 읽은 사람은 질문이나 비평을 댓글로 달고 나는 재빨리 그에 대한 답을 올리지. 일방 통해 보다 훨씬 만족스러운 소통이야.....

감동을 주는 댓글들도 꽤 있었어. 모르는 사람에게 이해받고 모르는 사람과 동행하는 기분은 당혹스럽지만 행복한 감정이야.

우리는 짧은 문장으로 서로에 대해 쓰고 읽으면서 현실에서보다 더 가깝게 느껴. 마치 실시간으로 직접 대면한 것처럼 말이야.

가상세계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아마 절대 만나지 못했을 거야.


마이케는 세계의 도시들을 돌아다닌 후, 작은 우주, 익숙함, 조망, 가능함이 그리웠다.

임시 고향, 이동식 안식처를 찾는 다른 여행객들을 만나기도 한다.

그녀는 멀리 밖에 나와서 가깝다는 것에 대해 새롭게 배우는 중이었다.



10월 텔아비브, 이스라엘 (256쪽)

삶이 다시 시작되는 곳 - 아이메에게 보내는 편지


'구름처럼 홀로 떠도는' 여행의 로망에도 불구하고 제가 얼마나 간절히 말 상대를 갈망했는지 우리의 채팅을 통해 깨달았어요.

독일 시인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의 시구 중 제가 제일 좋아하는 표현처럼,

대화를 하면서 서서히 생각을 완성하기 위해,

반쯤 혹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말로 옮기기 위해,

그것을 어떻게든 세상에 발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들어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어야 하니까요,

당신은 아이디어에 불을 붙이는 아주 좋은 성냥이에요.

직접 만나 얘기하는 것처럼 정말로 매일 눈앞에서 당신을 봐요. 아침에 침대에서 노트북으로 만나죠.....


마이케는 여행을 시작하던 당시 여행 전문 블로그를 개설한 초보였다.

나는 12년째 블로그를 운영해 오지만 그런 그녀의 진심 담긴 소통이 부럽다.

독일어로 쓰여있는 소통하는 마이케 블로그(www.vormirdiewelt.de)를 훔쳐보고 싶다.

세상살이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마이케를 통해 다시 전해 듣는다.

그녀는 유명인이기도 하지만 영혼이 자유로운 매력적인 사람이다.

공감 하나 던지고 돌아 나오는 소통이 가난한(?) 블로거들의 소외감을 알려나!

'무늬만 공감'이 주는 허탈감이 싫어서 댓글까지 닫고 사는 바보도 있다는 걸 마이케는 이해할 수 있을까?


'소금물은 모든 것을 치유한다. 어떤 형태든.

땀이든, 눈물이든, 바닷물이든.'

세상에 변하지 않는 건 없다.

옛날 그대로인 건 없다.

변화가 발전이길 바란다. 마이케와 우리에게도.


이스라엘 텔아비브 /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11월 아디스아바바, 에티오피아 (290쪽)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미소, 에티오피아의 선물 - 요나스에게 보내는 편지

아디스아바바 공사장에서는 여자들이 시멘트 통을 끌거나 무거운 자재를 옮기고, 남자들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옆에 서 있어요.

'From shabby to chic - witness the transformation!'


'누더기에서 시크로 - 트랜스 포메이션의 목격!'

공사장 앞 현수막에 쓰여있는 글.


마이케는 화려한 새 건물을 짓기 위해 수많은 빈민촌을 쓸어버리고 주민들을 길거리로 쫓아내는 광경을 목격하고, 하늘을 찌르듯 한 그들의 뻔뻔함에 충격을 받는다.



12월 아바나, 쿠바 (314쪽)

황혼의 도시 아바나, 과거는 흐르지 않는다 - 존에게 보내는 편지


너도 알다시피 말수가 적은 건 전혀 문제 되지 않아.

하지만 사반세기 동안 연락이 끊어졌던 네가 불쑥 나타나 내 여행 블로그에 남긴 댓글은 올해 최고의 서프라이즈였어.

마치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일인 듯 그냥 그렇게 단 두 단어로 "hello again" 나는 아직도 어리둥절해.

"최악을 예상하시고, 최선을 고대하세요." - 삼등 항해사 세르기오의 말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가다고들 하잖아.

늘 똑같은 나날이 반복되고 작년과 올해와 내년이 다를 게 없었지.

아이들은 완전히 달라. 아이들은 계속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새로운 것을 경험하니까.

다시 정착해 살고 있는 지금의 네 삶은 어떠니?

예전과 똑같은 삶이니?

전 세계를 돌며 힘들지만 강렬한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아?

아무튼 올해는 마치 어린 시절 같았어.

감탄으로 가득한 끝없는 여름이었고 생애 최고의 휴가였어.

장수의 가장 간단한 비결인 습관 버리기를 과연 함부르크 집에서도 해낼 수 있을지 기대돼. 확실히 여행할 때보단 어려울 테지.


마이케는 독일로 돌아가는 선상에서 다시 몸이 근질거리기 시작한다.

마침내 쉬어야 할 때가 되었지만, 그녀는 다시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도착도 하기 전에 벌써 떠날 생각으로 설레는 건 제정신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마이케는 함부르크 항구에 도착하고 얼마간 휴식을 취한 후, 다시 떠나려나보다.

계속 이어질 '살아보기 여행'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용감하고 활동적인 마이케의 모습은 매력적이다.

아직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녀를 보며 대리만족을 느낀다.


쿠바 아바나


현재 함부르크, 독일 (346쪽)

지금, 이곳에서 유목민으로 살아가기


'여행은 촬영 중인 영화와 같다.

기억이 그 영화를 상영할 것이다.'


'여행에서 얻은 깨달음 하나, 나는 완전히 모순된 욕구들을 가지고 있다.

소속감을 갈망하면서 동시에 자유를 갈망한다. 앞으로도 이 두 극단 사이를 계속 오갈 것이다.

하나를 온전히 얻으면 그 반대편의 걸 간절히 바랄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두 가지 모두 가질 것이다.

여행을 하면서 수없이 연습했듯이 '이것과 저것 모두'를 할 것이다.'


마이케는 욕심쟁이다.

경험, 글쓰기, 블로거 활동, 소통, 좋은 이웃까지 모두 품었으니 부자이기도 하다.

그녀에게 50만 유로의 상금은 로또였다.

상금을 거머쥐자, 떠나길 주저할 이유도 없었다.

그러나 50만 유로의 로또가 당첨되지 않았더라도, 누구나 용기만 내면 떠날 수 있다.

세계 각국이 될 수도 있겠지만,

내 나라 이곳저곳에서 한달살이쯤 이어가는 '지역 살이'는 로또 복권에 당첨되지 않아도 떠날 수 있다.


나도 뒤늦게 작은 용기를 냈다.

한 달의 1/3 정도만 살고 돌아오지만, 이번 주 중에 남원으로 떠날 것이다.

'삶은 용기에 비례해 넓어지거나 줄어든다.'- 아나이스 닌 (Anais Nin)

넓어지는 삶을 찾아, 늦은 나이에 용기를 냈다.

떠나기 전에 마이케를 만나고 싶었다.

시립도서관에서『나는 떠났다 그리고 자유를 배웠다』책을 빌려와 이렇게 만났다.

나는 곧 남원으로 간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9427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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