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자락 남원으로 여행처럼 시작하는 '지역 살이' 잘 다녀올게요.
"'Someday'는 10일간 남원으로 '지역 살이' 떠납니다.
지리산과 남원에 푹 빠져있다 돌아오려고요.
'브런치'도 두고 갑니다.
욕심은 버리고,
용기만 품고 가요.
지역 살이 이야기는 잘 담아 두었다가, 돌아와서 풀어놓겠습니다."
인생 1 막은 늘 바쁘고 분주했다.
20대 5년 동안 기업 홍보실에서 사보 편집 기획부터 기사 취재 및 작성, 교열 교정, 사진 촬영과 인터뷰까지 도맡아 하느라 정신없는 날들이 이어졌다. 모든 것이 부족하고 모자랐지만 의욕만큼은 가득한 시간들이었다.
결혼과 함께 찾아온 공백을 딛고, 40대에 다시 일선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기업의 환경기술 개발팀에서 수질관리 담당자를 맡아서 5년여를 보냈다. 일에 더해 가사의 부담까지 안게 된 만만치 않은 도전이었다.
나의 지역 살이’는 남원에서 우선멈춤 했다. 이 여행 스케치를 끝내면, 다음은 어디쯤에서 다시 멈추게 될까?
인생 2막, 서울시 보람 일자리를 통해 사례관리 서포터, 모더레이터, 학습 지원단 활동을 했다. 50+세대를 만나면서 급히 달려오던 노년을 한동안 저만치 쓱 밀어낼 수 있었던 제2의 성장기였다.
그러나 건강 문제로 인생 2 막을 접었다.
혼자 남겨진 시간이 지루한 듯했지만, 어찌나 빨리 돌아가던지.
덧없이 흘려보내기엔 아직 남아있는 열정을 주체하기 힘들었다.
인생 3막, 작년 7월 ‘브런치 작가’로 첫발을 내디뎠다.
허리 디스크 판정과 부신 절제 수술로 이어진 상황이다 보니, 약간의 건강 문제를 안고 살아간다. 삶 가까이 죽음이 함께 한다는 생각을 하며 산다.
부족한 대로 삶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 22년 1월과 3월에 『사진과 글로 돌리는 영사기』와 『주주와 레드루의 먼 나라 여행』2권을 출간했다.
부족하고 어설펐지만, 용기를 품고 욕심을 줄인 결과다.
단 한 사람의 독자와 교류한다 해도 행복했다.
이번 경험이 좀 더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랄 뿐이다.
'지역 살이’를 꿈꾸던, ‘서울살이’를 바라던, 어느 곳에 사는가 보다 어떻게 사는 가가 더 중요하다.
내가 괜찮은 이웃으로 성큼 들어설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좋겠다.
이번에 찾아가는 남원은 우리 고전 '춘향전'의 무대인 곳이니 더 가깝게 느껴진다.
작년 12월 우리 부부는 목포, 광주, 남원으로 겨울 여행을 다녀왔다.
남원은 ‘지리산’ 자락을 품고 있는 소박한 도시다.
‘광한루원’에서 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취타대 퍼레이드를 감상하며 겨울을 훈훈하게 즐겼다.
‘달나라 풍경처럼 아름답다’는 ‘광한루’에서 오작교를 건너가, 월매 집에 닿았다.
춘향과 몽룡을 한곳에서 만나니 반가웠다.
두 사람의 모습은 고전 원작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무늬만 춘향과 몽룡’처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표정의 마네킹들이어서 아쉬웠다.
앞서, 지난해 5월엔 지리산 구례 화엄사에서 귀가 열리고, 마음이 정화됐다.
가랑비 내리던 날, 우리는 연기암에서 ‘산(山) 멍’, ‘운무(雲霧) 멍’에 취하기도 했다.
지리산 굽이굽이 능선은 격과 운치 담긴 병풍처럼 바라만 보아도 마음이 편했다.
길고 온화한 산등선은 사는 일이 힘들다는 푸념도, 나를 특별히 품어달라는 응석도 다 받아 줬다.
이야기를 나누면 시가 되었고, 풍경을 렌즈에 담으면 작품이 찍혔다.
이날 이후, 지리산과 남원은 종종 ‘지역 살이’를 꿈꾸면 떠오르는 곳이 됐다.
2년 전 4월, 『남원에서 살아보기』 책 리뷰가 남아 있어, 일부를 옮겨왔다.
'가 보면 살고 싶어 진다는 남원, 뭣이 좋은데?'
지리산의 도시,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곳, 오감을 만족시키는 문화와 예술, 거리마다 넘치는 넉넉한 인심 등, 이방인에게 이보다 더 큰 매력이 있을까?
16명 신 중년은 '남원살이' 체험 3박 4일 동안, 귀농·귀촌 일거리, 하고 싶은 할 거리, 먹을거리, 이웃과 함께 즐길 거리를 직접 찾아 나섰다. 남원 사람과 서울 사람이 함께 어울려 살며 전해준 '사람 사는 이야기'는 잔잔한 감동과 공감을 전한다.
이들의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언제 서울을 떠나도 될까?'
어느새 나도 ‘남원살이’를 꿈꾸는 것이 아닌지!
귀촌하려는 사람들에게 길이 되고 싶은 신 중년의 열정이 『남원에서 살아보기』 가이드북에 고스란히 담겼다.
책을 읽던 당시와 다름없이, 5월이 되면 봄을 노래하듯 ‘지역 살이’를 꿈꾼다.
드디어, 봄바람에 근질대던 양 어깨 아래 숨겼던 날개를 펴고 남원으로, 지리산으로 날아갔다.
지난달 27일, ‘남원 지리산으로 경로 이탈’ 웹엑스 강의를 듣고 나니, 그동안 막연했던 ‘지역 살이’ 그림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그려지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 확인,
필요한 관련 자격증 미리 준비,
발품 팔아야 얻어지는 지역 선정 노하우,
경제적 안정성을 갖추어 놓을 것 등
일반적인 경우, 산촌 농촌 투자는 1억 5천에서 2억을 넘지 말아야 한다는 강사님의 현실적인 조언도 있었다..
창작활동(글쓰기)을 하기엔 구례와 하동처럼 온화하고 따뜻한 지역도 좋다니, 선택의 폭까지 넓어졌다.
특히, 농어촌이 소멸되어 간다는 것은 백지상태가 된다는 것.
백지 위에 그릴 수 있는 이야깃거리(소재)까지 더 풍성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일을 깨닫기까지 긴 세월이 흘렀다.
내가 계속할 수 있는 작업은 글쓰기다.
오래 지속할 수 없는 일은 육체적 노동이다.
벌써 몸이 마음과 열정을 따라가지 못하는 나이가 됐다.
더 늦어지면 ‘지역 살이’ 체험도 쉽지 않겠다.
언젠가 남원이나 구례에서 인생 3 막을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지리산 자락 남원, 지역 살이 적응기’도 쓰고, 마음이 울리는 대로, 붓 가는 대로 그려내며 살고 싶다.
‘비워내고 다시 (최소한의 것들로) 채우며 살 수 있을까?’
앞으로 얼마나 더 물어보아야 할지, 모르겠지만.
‘남원에서 살아보기’ 4일간 이론교육이 끝났다.
이제, 일주일(+일주일 추가 일정 선택 가능) 동안의 현지 생활을 통해 생각을 확장시키게 된다.
나는 '남편과 함께 즐길' 일부 추가 일정을 선택했다.
지역 살이 체험을 통해 미완의 계획을 어느 정도 완성시켜 나갈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경험만 한 산교육은 없다.
몸의 균형이 깨지면 허리디스크 통증이 도지기도 하니, 현지 생활을 통해 내 정신과 건강 상태가 얼마나 잘 적응하는지 점검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번 체험을 통해, 지역 살이 유목민으로 살아가기 위한 마음자세를 올곧게 가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