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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자락 '아담원', 남원 식물원 카페 둘러보기

힐링 산책은 맘껏 즐겼지만, 텅 비어있던 미술관과 조각공원이 아쉽던 곳

by Someday

싸리골에서 아담원까지 자동차로 20~30분 정도 달린다.

아담원 근처로 들어서면, 길이 좁고 방향을 잠깐 헷갈리기도 한다.

이곳은 교통과 위치가 불편하다.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정원 산책이나 아담원 미술관 관람이라도 할 생각이라면 몰라도, 그냥 차 한 잔 마시기 위해 찾을 곳은 못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담원으로 들어서려면, 티켓 발매기 앞에서 입장료(1만 원 /1인)를 미리 계산해야 입구 막아놓은 차단기가 열린다.

아름다운 풍경을 둘러보며 편한 마음으로 도착했는데, 입구에서 순간 단절감을 느끼기도...

아래쪽 주차장에 주차하고, 돌계단을 오른다.
스마트한 아담원 ㄱ자 건물 - 음료수 주문은 왼쪽 카페 주방에서 한다. 마시는 곳은 취향대로 안과 밖 어디서나 가능


식물원 카페 '아담원' (남원시 이백면 목 가길 193 / 063-635-8342)은 나무를 키우던 조경 농원이었다.

이곳 지리산 자락에서 10년간 정성 들여 가꾼 보람이 아름다운 결실을 맺어 탄생한 곳이 바로 아담원 정원이다.

지리산 자락이니, 그 호젓하고 빼어난 풍경에 누구나 절로 힐링된다.

커피 등 음료와 명문제과 빵을 즐길 수 있다.

얼마 전까지 입장료 1매당 음료수 한 잔 무료 서비스되던 행사는 이제 없어졌다.

입장료 : 성인/청소년(14세 이상) 10,000원 / 어린이(13세 이하) 5,000원 / 36개월 이하 무료입장


음료수와 베이커리를 주문하는 카페 왼쪽 건물


차를 주문하지 않고 잠시 앉아 쉬면서 창밖 풍경을 감상한다.

왼쪽 카페에서 나와, 오른쪽 카페도 둘러보며 쉬어간다.

왼쪽과 오른쪽 건물은 이어져 있지만, 사이에 주방을 배치해 공간을 분리해 버렸다.

주방은 양쪽에서 다 훤히 바라다 보이지만, 주문은 꼭 왼쪽 건물에서 해야 한다.

산책 후 돌아와 오른쪽 카페 주방에서 주문을 넣으니, 나가서 왼쪽 건물로 다시 들어와 주문하란다.

그 이유는 모르겠지만, 운영하는 쪽 편의가 더 고려된 것 같았다.


오른쪽 카페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풍경
오른쪽 카페에서 바라본 서쪽, 옆으로 왼쪽 카페가 보인다 / 동쪽 풍경
오른쪽 카페에서 서쪽을 바라본 풍경


우리는 카페 내부를 돌아보고 나와, 정원 산책부터 한다.

카페 내부는 휴식을 취하기에 좋을 만큼 쾌적하고 널찍하다.

밖으로 나서면, 지리산 자락의 아름다운 자연경관 속에 사람의 손길이 닿은 건축물들이 조화를 이룬다.

아름다운 풍경과 지저귀는 새소리가 조화롭다.

산책길이 잘 조성되어 있어 천천히 걸으면, 편안함을 즐길 수 있다.

지리산 자락에 조성된 '힐링 수목원'이란 명성에 어느 정도 걸맞은 풍광이다.




어쩌다 만난 표지판, 왼쪽 오른쪽 모두 '아담 길'이다.

산책길에서 특별한 푯말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제법 깊은 산자락에 위치한 이 먼 곳까지 찾아온 방문자들에게 좀 친절하지 않은, 아름다운 길이다.

입장료를 받았으니, 방향이 바뀔 때마다 친절한 안내와 설명이 짧게 표시되어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이곳은 유적지가 아니니, 자체 홍보와 안내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담원 카페


조각 공원과 '티 하우스' 가는 길

조각 공원에서 만난 로버트 모어랜드(Robert Moreland, 1980~)의 강렬한 작품 한 점이 눈길을 끈다.

모어랜드는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등에서 활동하는 미니멀리즘 예술가이다.

그는 선과 색 그리고 형태의 최소한의 개입만으로 극적인 조형미를 표현한다.

아래 작품은 따뜻한 강렬한 색을 입혀 역동하는 강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로버트 모어랜드 오브젝트 원(Object One) Steel, w850 Xd570 Xh500 cm, 2022

모어랜드는 작품을 실제 크기로 구현했을 때 모습을 미리 가늠해 보기 위해 모든 작품을 제작하기 전, 4에서 6인치 크기의 축소 모형을 만든다. '오브젝트 원'도 이런 축소 모형을 만드는 과정 중, 아이디어를 얻어 완성한 작품이다.

원래 벽에 거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제작한 축소 모형을 반으로 잘라보면서 새롭게 이 'free standing' 시리즈 작품이 탄생했다.

작품 콘셉트는 '자연의 공간'이다.

마치 산을 형상화한 것 같은 3개의 면을 이용하여 천장을 만들고 공간을 이루었다.

각 면과 모서리, 내무 등은 산봉우리와 나무, 동굴과 같은 자연의 특징적인 모습을 띄고 있다고 하는데,

나에게 산은 어머니의 품과 같이 부드러운 능선이며, 편안한 안식처로 느껴졌기에 '오브젝트 원'에서는 좀 이질적인 강렬함이 전해졌다.

작가는 작품을 만들며 자신의 혼을 불어넣는다.

바라보는 사람은 작가의 눈을 통해 공감하고 일체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자신만의 느낌을 통해 다름이나 새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물론 일체감을 느꼈을 때 기쁨이 더 크긴 하더라!

스틸로 자연을 표현해 낸 그의 작품에 경의를 표하면서 잠시 그 그늘 속으로 들어가 본다.

모어랜드는 관람객들이 직접 작품 안으로 걸어 들어가 햇빛을 피하거나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고 한다.


조각 공원 풍경 - 맞은편으로 '아담 미술관'이 보인다.

공원엔 로버트 모어랜드 작품 딱 한 점 밖엔 없으니, 조각 공원이라 부르고 싶지 않다.

차라리 스프링클러 공원이라고 해둘까! ㅋ

5월 하순 오후 햇볕이 따갑다.

스프링클러가 잔디 위로 열심히 물을 뿜어댄다.

이곳까지 올라오는 사람들도 전혀 보이질 않으니, 우리는 한가로이 공원 잔디 위를 잠시 거닐었다.


잘 가꾸어진 공원 잔디


조각 공원이 내려다보이는 산책길



산책길을 따라 내려가면 아담 미술관 1층에 닿는다.

1층은 텅 빈 갤러리, 아래층은 티 하우스다.

그렇다고 티 하우스는 지하가 아니다.

산자락의 높이를 그대로 이용한 건축물이다 보니, 조각 공원에서 보면 1층 갤러리만 보이지만, 갤러리에서 아래층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티하우스' 테라스가 보인다.

아름다운 건물인데,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 '찾는 사람이 적어서일까?'



갤러리까지 가까이 다가갔으나, 문이 잠겨져 있다.

밖에서 들여다보니 동물 조각상 딱 한 점이 보인다.

작품 관련 설명도 없고, 찍은 사진만으로 자료를 찾으려 여러 곳을 검색했으나, 알 수 없었다.


갤러리에서 바라본 조각 공원, 전시된 단 한 개의 조각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갤러리 아래층에 있는 티 하우스 / 1층 갤러리 테라스

텅 비어있는 조각 공원, 폐쇄된 갤러리, 문 닫은 티 하우스.

이 모든 것이 5월 26일(목) 현재, '아담원'의 현주소였다. 별안간 입장료 2만 원(2인)이 생각났다.

그냥 지리산 둘레길 걷기가 더 나으려나!


'아담원'을 방문하실 분들은 갤러리에서 전시회라도 열리고 있는지 미리 확인하고 오시길 바란다.

뭐, 그런 것 상관없이 연인끼리 호젓하게 데이트 하긴 좋아 보인다.




아담원과 호수
호수 바로 위에 있는 대나무 숲





연못 이름도 탑의 유래도 알 수가 없다.

아담원 정원 소개 책자나 갤러리 전시회 계획 등을 알리는 자료 정도는 카페 내 비치해 두어야 할 것 같다.

입장료를 받았으면 그 정도의 서비스는 기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적인 의자들 앞으로 긴 세월이 느껴지는 동물 석상이 보인다. 릉에서 본 석상과 비슷하게 보이지만...

아담원 정원을 둘러보며 산책을 즐기고, 다시 카페로 내려온다.

하늘은 파랗게 빛나고, 햇볕은 따갑게 내리는데, 나는 좀 두꺼운 옷을 입고 있어서 더위를 느끼며 걸었지만, 아픔다운 풍경이 모든 것을 다 가감시키기에 충분했다.

지리산 자락의 아름다운 풍경이 우리 기분을 업시켰다.




폐장 시간(PM 6시)이 가까워져서 카페 안에 있던 사람들도 모두 떠난 뒤다.

우리는 지는 해를 등지고 앉아, 부드러운 지리산 능선과 아담원 정원을 바라본다.

나는 따뜻한 차를 묵은 차가운 차를 취향대로 주문했다.


바닐라 라테(6,500원/1잔) 청포도 에이드(7,000원 / 1잔)

오후 산책길이 덥기는 했지만, 가끔씩 지리산 능선을 넘어 불어오는 산바람이 상쾌하고 좋았다.

아름다운 정원에서 싱그러운 공기 맘껏 마시며 여유롭게 즐긴 힐링의 시간이었다.

안내 자료가 없어 아쉬웠지만.

숙소가 있는 산내까지 돌아가려면 초행길이니, 30~40분 정도 예상하고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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