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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와운 천년송'에서 누린 힐링의 시간

명품 와운마을서 머물고 가진 못하지만 '부부송' 이미지까지 다 담아간다.

by Someday


지리산 국립공원'차량 출입통제구간'이었지만, 우리는 계속 차를 타고 와운마을로 향했다.

우리 부부에게 출입을 허락해 준 담당자께 다시 한번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

이날은 5월 27일, 나는 지난 18일 남원에 도착, 남원에서 살아보기를 시작한 지 9일째 되는 날이다. 살짝 피로감이 쌓여가는 중이어서 2.5km 오르막길을 가뿐하게 걷기에는 무리였다.

아마도 붐비는 휴가철이었다면, 드라이브만을 즐기기 위해선 이렇게 프리 패스로 올라가긴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성수기인 7월, 8월엔 방문해 본 적이 없어서 자세한 상황은 모르겠다.

중간중간 열심히 걷는 일행들을 스쳐가노라니,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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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건강과 시간이 허락된다면 걷기를 추천한다.

굽이굽이 이어진 아름다운 지리산 숲 사잇길, 왼쪽으로 흐르는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걷는다는 것은 온전한 힐링의 시간이 될 것이다.


뱀사골 계곡물이 맑고 투명하다.


부부송

와운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뱀사골 맑은 계곡물이 흐르는 와운교를 건너면, 바로 계곡 옆으로 커다란 바위가 있다.

바위 위 '부부송' 두 그루의 소나무가 우리를 반갑게 맞아 준다.

흙 한 줌 없는 척박한 바위틈으로 뿌리를 다 드러내고도 솔향과 초록 잎을 그대로 지켜가고 있다.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다정하게 서 있는 모습이 대단해 보이기도 하고 조금 측은해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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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운마을까지는 0.7㎞ 정도 남았다.

계곡을 따라 마을을 향한 오르막길이 계속 이어진다.

우리는 '부부송' 근처에 잠시 자동차를 세워두고, 계곡 바로 곁으로 조성된 테크로드를 따라 천천히 걸어갔다가 다시 내려와 차에 오른다.

자동차로 오르는 분들도 이 구간에서는 꼭 걸어보시길 권한다.

뱀사골 와운마을로 이어지는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잠시 걷다 보면 온전한 힐링의 시간을 누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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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송(할머니 소나무)

와운마을 안내센터 앞에 도착하면, 천년송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천년송 가는 길’ 식당 옆에 주차장이 있어, 자동차를 세울 수 있다.(성수기엔 무료주차는 불가능하겠지만, 주차장이 있으니 유료나 식당 이용 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시, 식당 앞쪽 근처로는 포클레인과 대형 화물차량 등이 들고나면서 바삐 보수공사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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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5월 끝자락을 흰 꽃으로 가득 채워주는 때죽나무


지리산 천년송 외운 명품마을 아치문과 '천년송'



살짝 가파르다고 느껴지는 데크길 언덕을 오르다 보면 어느새 '지리산 천년송 외운 명품마을' 아치 나무 문이 보인다.

와운마을에는 지리산 명선봉에서 영원령으로 이어지는 동서로 뻗은 마을 뒷산 능선에 천연기념물인 지리산 천년송(할매 소나무)이 있다. 우산을 펼쳐 놓은 듯한 이 반송은 균형과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노송이다.

와운마을 주민들은 매년 정월 초사흗날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며 ‘당산제’를 지낸다.

이곳 마을은 지리산 국립공원 해발 800m 고지대에 있고,

천년송과 주변 산세가 뛰어난 천혜의 조건을 지니고 있어 2015년 지리산 국립공원 명품마을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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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비늘 모양의 소나무 껍질 / 햇살 내리는 와우송


수령이 500여 년으로 추정되는 이 소나무는 높이 20m, 가슴 높이의 둘레 4.3m, 수관폭은 동서방향 18m, 남북방향 24.2m이며, 수세도 기운차고 왕성하다.

나무껍질이 마치 두꺼운 용 비늘 모양처럼 보인다.

오랜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전해 주는 아름다운 노송이다.

'천년송' 바로 20m쯤 위로 할아시(할아버지) 소나무가 한 그루가 더 있다.



할아시(할아버지)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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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시 소나무 / 내려다 보이는 데크 계단

가파른 테크 계단 오르기가 힘들다.

할아시 소나무로 오르다 말고, 잠시 멈춰 서서 바라보고 돌아섰다.

'헉헉', 내려갈 계단도 끝이 보이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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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면서 돌아본 천년송의 아름다운 모습 / 내리막 데크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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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할 때는 더 여유롭다. 앉아서 아름다운 지리산의 풍경을 천천히 둘러보기도 하고.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났고, 1595년경 영광 정 씨와 김녕 김 씨 일가는 이 국난을 피하기 위해 산세가 뛰어나고, 계곡물이 풍부한 이곳 와운마을을 피난처 삼아 정착했다.

6.25 전쟁 당시인 1951년 지리산이 빨치산의 소굴이 되자 전 주민이 피난 이주하였다가 1954년 수복과 함께 다시 모였다. 1977년 지리산 전적비 및 기념관을 개관했다.

기암절벽과 깨끗한 계곡물, 아름다운 수목 등이 널리 알려지면서 지리산 최고의 관광지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온 곳이다.



주자창 곁으로 빨간 우체통과 와운마을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있다.

조형물 속에 앉아있는 사람이 마치 '묵'처럼 느껴졌다.


5월도 막바지로 향하던 저 날의 빛나던 초록빛이 지금도 기억 속에 생생하다.

명품 와운마을에 머물고 가진 못하지만, 가슴속에 가득 담아 간다.

힘들 때마다 혹 건강이 다운될 때마다 이날의 눈부시던 초록빛이 내겐 힘이 되고 위로가 된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다시 찾고 싶은 곳이다.

우리 같은 50+세대는 붐비는 휴가철은 피해 들리면 좀 더 편하고 여유롭게 자신들만의 추억을 오롯이 담아 갈 수 있을 것이다.

와운마을 벗어나, 이제 정령치를 향해 자동차를 돌린다.


정령치로 향하느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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