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남자』'빅토르 위고'의 숨겨진 걸작이다.
『웃는 남자』는 『레 미제라블』 『파리의 노트르담』 등과 견줄 만한 '빅토르 위고'의 숨겨진 걸작이다.
웃는 남자 '그윈플렌'은 귀까지 찢어진 새빨간 입, 뭉그러진 코와 강렬한 눈빛을 지녔다.
이런 기이한 얼굴 때문에 슬픔을 드러낼 때조차 웃고 있는 표정을 지울 수 없는 사람이다.
그윈플렌 얼굴은 신이 아닌 플랑드 출신 '하드 콰논'이란 자의 손에 의해 2살 때 만들어진 것이다.
하드 콰논은 아이의 얼굴을 훼손하고 흉측하게 만들었다.
이와 관련된 사연은 폭풍과 암초로 침몰한 우르카 '마투티나'호에서 바다로 던진 호리병(양피지에 쓴 글이 담김)이 15년 후 발견되면서 극적으로 밝혀진다.
먼저 등장인물 중 '우르수스'와 늑대 '호모'를 기억해 둔다.
사람 '우르수스'는 늑대 '호모'와 함께 동고동락하며 떠돌이 생활을 한다.
우르수스는 곡예사로서 연설도 했고, 약을 파는 의사이며, 뛰어난 복화술사이기도 했다.
라틴어를 할 수 있는 철학자이기도 했으며, 그런 그를 마법사로 여기는 이들도 있었다.
우르수스는 인간 혐오자였으며 그것을 강조하기 위해 곡예사가 됐다.
생계 탓이기도 했고, 먹고사는 일이 사람의 신분을 결정짓기도 하는 법이다.
호모는 우르수스의 유일한 가족이었고, 둘은 깊은 우정으로 맺어진 관계였다.
'콤프라치코스'란 단어의 뜻을 새겨둘 필요가 있다.
17세기 유럽에선 아이들을 사고파는 거래가 일종의 산업이었다. 이 산업에 종사하는 자들을 '콤프라치코스'라 불렀다.
콤프라치코스는 체일러스(Cheylas)라는 힌디어에서 왔다. 아이들을 둥지에서 꺼내는 사람들이란 뜻이다.
스튜어트 왕조 통치하에서 콤프라치코스는 총애를 받았다.
필요에 따라 국가적인 구실을 붙여 그들을 이용했다.
제임스 2세에게 그들은 하나의 인스트루멘툼 레그니(통치수단)였다.
국왕은 거추장스럽거나 반항적인 가문은 가차 없이 제거하고 혈통까지 끊었다.
콤프라치코스에겐 특별한 재주가 있었다.
사람 얼굴을 바꾸어 놓는 재주였고, 그 때문에 정치적 집단에 천거되어 활동했다.
얼굴을 흉하게 바꾸어 놓는 것이 죽이는 것보다는 낫다.
한 사람 얼굴에 그 사람 얼굴로 만든 가면을 씌우는 것보다 더 기발한 방법은 없었을 것이다.
콤프라치코스 산업 종사자들은 독실한 종교인들이었다.
암흑 중세 시대이니 놀라운 역사도 아니겠으나, '인간보다 덜 어두웠던 밤'처럼 캄캄하고 부끄러운 시대였다.
1690년 1월 어느 날, 영국 포틀랜드 남부엔 드센 한파가 몰아친다.
저녁 무렵, 포틀랜드 만엔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옛날 짐배인 비스카야의 우르카가 출항을 서두르고 있다.
무리 8명 중에 한 명은 어린아이였는데, 누구도 아이에게 말을 건네지 않았고, 그저 벅찬 일만 시켰다.
그리고 배가 출항할 때, 한 남자가 아이를 팔꿈치로 밀어젖혀 버리고 떠난다.
결국 아이는 육지에 남겨졌다.
아이는 고립됐고, 고독했다.
스스로 무고하다고 느끼면서 상황을 받아들였다.
단 한마디 원망도 없었다. 나무랄 데 없는 사람은 나무라지 않는 법이다.
아이를 버리고 도망간 자들은 콤프라치코스였다.
윌리엄 3세는 콤프라치코스에 대해, 제임스 2세와 다른 생각을 가졌다.
윌리엄 3세가 취한 아동 보호법은 초기에 갑자기 아동 유기가 증가되는 특이한 결과를 가져왔다.
처벌 법령이 많은 유기아를 만들어 냈는데, 어떤 유랑민 집단이든 아이를 데리고 있으면, 의심을 받았다.
아이가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고발당할 수 있던 시절이었다.
바다는 물의 성질과 함께 자석의 성질도 갖고 있다.
밀물, 썰물, 유체 왕복운동과 자기파는 공기 파동과 물 파동을 돕는 한편 억제하는 역할도 한다.
중세에도 이런 과학적인 물의 성질을 이용, 배를 몰았다.
살아가는 기술(?)은 뛰어났으나,
왕과 귀족이 아닌 대부분 사람들은 전제군주, 로마 가톨릭 교회와 신학의 족쇄를 차고 버거운 삶을 살았다.
우리는 자연에서 뜻하지 않은 일들이 일어날 때 그것을 변덕이라 부르고,
운명에서 일어날 때는 우연이라 부르지만 그것은 모두 우리가 희미하게 포착할 수 있는 법칙의 일부다.
우르카 '마투티나'호에 몸을 실은 콤프라치코스 종사자들이 눈 폭풍과 암초에 부딪히며 바다 한가운데서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면,
추위와 배고픔에 지친 버려진 아이는 암석과 웅덩이, 눈보라와 무릎까지 올라오는 물속을 빠져가면서 고독한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신은 마투티나 호 사람들을 버렸다.
임종은 계약 기간의 만기다. 이 운명적인 순간엔 누구든 작게라도 책임감을 느낀다.
그들 중 박사라 불리는 노인은 "바다에 우리가 지은 죄를 던집시다."라고 말한다.
박사는 포틀랜드만에 버리고 온 아이 출생비밀과 얼굴 가면을 얼굴에 쓰게 된 사연을 적어 호리병에 담아 역청으로 밀봉한다.
이 호리병은 이들의 악랄했던 죄와 함께 바다로 던져졌다.
기도는 불가항력적인 힘이다.
그들은 스스로 고개를 숙인 것이 아니었다.
고개는 억지로 꺾이고 있었다.
그들이 마지막으로 나눈 회개는 본의 아닌 것이 있었다.
죽음으로 향하는 마지막 모습은 바람 없어 축 처진 돛대처럼 휘고 있었다.
아이는 앞으로 나갔다.
곧게 갈 수는 없었지만 꿋꿋하게 걸었다.
우르카가 침몰하기 시작한 비슷한 시각,
아이는 산속에서 죽은 엄마 품에 안겨있던 갓난아기까지 발견해 품에 안고, 겨우 마을로 들어선다.
1690년 흑사병이 런던을 휩쓴 직후였다.
사람들은 부랑자나 노숙인들을 아는 체도 하지 않았다. 그것도 한밤중엔 더욱더.
그때 아이에게 한 줄기 빛이 되어 준 사람이, 늑대 호모와 함께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던 우르수스였다.
인간 혐오증을 갖고 있던 우르수스는 이 어둠 속의 아이들은 거두고 보살피며 키운다.
가족이 된 것이다.
10살 남자아이는 '그윈플렌'이란 이름을 가진 곡예사로 성장하고, 눈이 먼 1살짜리 여자아이는 '데아'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
그윈플렌과 데아는 우르수스를 아버지라 부른다.
인류의 영원한 과거가 인간을 보여준다.
찰스 1세는 1649년 단두대에서 처형당했다.
찰스 1세 처형 후, 혁명이 끝난 의회 정부를 크롬웰이 주도했으나 크롬웰도 교수대로 보내졌고, 공화정도 몰락한다.
1660년, 왕정복고에 의해 망명 중이던 찰스 1세 장남인 찰스 2세가 즉위하게 된다.
이즘에서 '클랜 찰린' 경과 그의 사생아인 '데이비드' 경 이름이 등장한다.
클랜 찰린 경은 공화제 종말을 고하던 무렵 스위스로 유배를 떠났고, 영국에서 태어난 아들 데이비드 경은 아버지 모습을 본 적도 없었으나, 귀족인 그의 어머니(미모가 뛰어나, 잠시 찰스 2세의 정부였음) 덕분에 어려움 없이 성장했다.
찰스 왕, 제임스 왕, 윌리엄 왕 치하에서도 계속 번영을 누렸던 인물이다.
아버지 클랜 찰린 경은 말년에 한 시역 죄인 딸인 '앤 브래드쇼'와 결혼, 그녀는 아이를 분만하다 죽었고, 태어난 아이는 아들이라는 것이다.
만약 사실이라면, 이 아이가 클랜 찰린 경의 적자이며, 합법적인 상속자가 된다.
이 아이는 데이비드 경과 이복형제간이 될 것이다.
또 한 사람 여공작 '조시안'은 '앤' 여왕의 이복 여동생으로, 데이비드 경과 결혼하기로 되어있었다.
조시안은 1705년 경, 23살이었고, 데이비드 경은 44에 달했으나, 서로 결혼을 서두르진 않았다.
조시안은 자유로이 지내고 싶었고 권태로웠다.
데이비드는 젊음을 더 누리기를 원했다.
이 두 사람은 21세기 남녀 관계보다 더 앞서간 것처럼 보이는 면도 있다.
이들보다 더 귀한 사람으로 영국 여왕 '앤'이 있다.
그녀는 평범했다. 쾌활하고 관대하고 약간의 위엄이 있었으나, 비만했고, 농담은 둔했고, 친절은 어리석었다.
그녀는 끈질기면서 연약했고, 눈은 근시였다.
총신들에게 마음을 주었지만 부군만을 위해 침대를 지켰다. 기독교로서 그녀는 이단이면서 위선자였다.
백성들은 자신들이 하는 일의 모든 공을 왕에게 돌린다.
그들이 전쟁에 나서면 영광은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왕이다.
그런 시대였다.
포틀랜드 해변에 아이가 버려진 지 15년이 흘렀다.
1705년 그윈플렌은 25살이 되어가고, 데아는 16살이 됐다.
둘은 오누이 같기도 했고, 연인이기도 했다. 서로 끔찍하게 아끼는 사랑하는 한 쌍이었다.
그윈플렌은 생각이 깊었으나, 그 흉한 얼굴로 그의 진심은 드러나지 않았다.
우르수스는 말했다.
"넌 꼭 관찰자 같구나. 바보 녀석아! 조심해.
그냥 내버려 두거나. 너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그윈플렌이 관찰하고 관심 갖는 세상 일들)
네가 해야 할 일은 데아를 사랑하는 것이야. 너는 두 가지 행복을 누리고 있어.
하나는 군중이 네 흉한 얼굴을 봐준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데아가 그것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어떤 여인도 너의 입술을 보면, 너와 입 맞추고 싶지 않을 거야. 너에게 행운을 안겨준 그 입과 너에게 부를 안겨 주는 그 얼굴, 그건 너의 것이 아니야. 네가 그 얼굴을 가지고 태어난 것은 아니야..... "
우르수스는 그윈플렌과 레아에게 교사였고 보호자였다.
그윈플렌이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것은, 그가 웃을 때였다.
그런데 사실 그는 웃지 않았다.
그의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그의 머릿속은 그렇지 않았다....
그 웃음은 언제나 그의 얼굴에 남아 있었다....
그의 웃음 뒤에는 우리처럼 뭔가를 꿈꾸고 있는 하나의 영혼이 깃들어 있었던 것이다.
그윈플렌은 정의를 우르수스는 진실을 밝히는, 관찰자와 철학자였다.
'하나의 별에 부드러운 시선을 두는 것은 가능하다.
그 별은 자리가 정해져 있으니 다시 보이고 나타나 고정된다.
하지만 한 줄기 번개와 사랑에 빠질 수 있단 말인가.'
데아와 그윈플렌은 서로 '사랑해, 좋아해'라는 말을 나누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우르수스도 솔직한 이 두 사람이 결혼하길 바라고 있었다.
레아 몸이 허약한 걸 제외하면, 다른 장벽도 없었다.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끔찍이 아끼는 사이였으니까.
그런데, 이날 저녁 와펀 테이크(당시 경찰)가 나타나 아무 말도 없이 그윈플렌을 지하 감옥으로 데리고 간다.
극한 두려움과 고통에 떨던 그윈플렌은
이곳에서 15년 전, 당시 박사로 불리던 사람이 '마투티나' 호에서 바다로 던졌던 호리병 존재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2살짜리 그윈플렌 얼굴에 또 다른 얼굴 가면을 만들어 씌운 '하드 콰논'이란 끔찍한 인물도 보게 된다.
늙은 하드 콰논은 심한 고문으로 이미 죽음을 앞둔 사람으로 보였다.
그윈플렌의 흉측한 얼굴은 하드 콰논과 제임스 2세(앤 여왕의 아버지) 왕의 합작품이었던 것이다.
아이의 원래 이름은 <퍼 메인 클랜 찰린> 경이 었다.
제임스 2세는 스위스 유배지에서 들려오는 클랜 찰린 경의 일거수 일두족을 모두 보고 받고 있었다.
유배지에서 합법적으로 결혼한 아내와 클랜 찰린 경이 모두 숨지자, 혼자 남겨진 2살짜리 적자 아들을 곱게 두고 볼 순 없었다.
왕은 '얼굴을 흉하게 바꾸어 놓는 것이 죽이는 것보다는 낫다.'라고 생각했나 보다.
아기는 콤프라치코스에 팔렸고, 곱던 아기의 모습은 이미 다른 아기의 얼굴이 됐다.
아기는 살아난 것이 기적이었고, 당연히 당시 상황을 기억하는 것도 전혀 없었다.
제임스 1세는 '시민의 목숨과 수족은 왕의 지배 아래 있다.'라고 했던 시대였다.
귀족들에게 빌붙어 사는 영악하고 탐욕스러운 나쁜 사람, '바킬 페드로'가 여왕의 명을 받들어 집행한다고 전한다.
그는 바다에서 파도를 타고 밀려오는 부유물 담당자였다.
특별한 이유 없이 여공자 조시안을 미워했는데, 이번 사건을 맡아 속으론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그윈플렌이 클랜 찰린 경의 합법적 친자로, 모든 재산을 물려받게 되었다.
바킬 페드로가 가장 신난 것은 이런 흉측한 몰골을 지닌 남자와 조시안이 결혼하도록 앤 여왕 지시가 내려진 것이었다.
여왕도 아름다운 미모를 지닌 이복자매인 조시안이 잘생기고 멋진 데이비드 경과 결혼하는 것이 괜히 싫었던 차였다.
인간의 본성인지는 모르겠으나, 인간이란 참 알 수 없는 동물이다.
여왕도 질투심 넘치는 한 인간일 뿐인데, 어찌 그리 신과 같은 귀한 대접을 받았던 것인지...
한순간에 곡예사에서 귀족으로 신분이 바뀌어 버린 그윈플렌은 그 사실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았다.
곁에서 바킬 페드로가 친절과 위선의 가면을 쓴 채, 그윈플렌을 지극정성으로 모시겠다고 자처하고 나섰다.
바킬 페드로는 우르수스와 데아를 만나러 가겠다는 그윈플렌 아니 클랜 찰린 경을 말리고 나선다.
그리고 혼자 우르수스를 찾아가, 오늘 밤 당장 영국을 떠나 네덜란드행 배를 타도록 모든 일을 꾸미고 지시한다.
만약 그의 말을 듣지 않는다면, 지하 감옥으로 가게 될 것이다.
곁에 그윈플렌이 없다는 사실에 데아는 깊은 슬픔에 빠져 건강조차 말이 아니었다.
이들은 그윈플렌이 죽었다고 생각했다.
클랜 찰린 경은 이날 귀족으로서 의회 중신으로 등원한다.
그는 침묵하며 살 수밖에 없는 백성들의 변호사가 되고 싶었다.
운명을 타고났으니, 사명이 있다고 믿었다.
가난한 사람들의 귀족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의회에서 외친 클랜 찰린 경의 연설은 실패였다.
귀족 어느 누구도 그의 진실을 듣지 않았고, 그의 흉측한 얼굴이 드러나자 웃음거리와 조롱거리로 만들기에 분주했다.
애달픈 일이었다.
클랜 찰린 경은 고귀함의 극치를 거쳐 비참함의 극치를 경험했다.
그윈플렌은 외부에 있는 어둠이 아니라, 내면에 있는 어둠을 보고 있었다.
'왜 운명은 하나의 문을 열면, 다른 문은 닫는 것일까?'
그는 유령이면서 또한 인간이었다.
그 복잡함이 그를 괴롭혔다......
그의 이중적 운명이 인간 전체를 집약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 안의 인간을 간직하면서 자기밖에 있는 인간도 느꼈다.
바킬 페드로는 독수리를 겨냥했으나 비둘기를 쏘았다.
그윈플렌은 부귀와 영화를 버리고, 데아와 함께 살던 곳으로 달려갔으나, 모든 것이 다 사라졌다.
아무것도 남아있질 않았다.
좌절한 그에게 늑대 호모가 꼬리를 흔들며 나타났다.
호모를 따라가니, 검은색 선박에 '포그 라트', '로테르담'이라 쓰인 흰색 글자가 보였다.
우르수르와 데아, 호모까지 모두 만났지만, 그곳에 천국은 없었다.
데아의 병색 짙은 모습에 절규하지만, 데아는 천국으로 떠나려 하고 있었다.
그윈플렌에게도 데아가 없는 세상은 아무 의미도 없는 곳이었다.
"곧 갈게. 데아! 내가 여기 있어!"
그는 배 위에서 계속 걸었다.
난간이 없었다.
허공이 그의 앞에 있었다.
그는 허공에 발을 내디뎠다.
그윈플렌은 떨어졌다.
낮은 곳에서 다시 찾은 낙원을 떠나, 두 사람은 천국으로 갔다.
<정복된 카오스>는 우르수스가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작품이다.
생계를 위해 제작한 연극이었지만, 이들의 움직이는 공연장 '그린박스'에서 장기 공연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웃는 남자』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인간을 상징하는 그윈플렌은 어둠을 표현하는 우르수스와 호모를 상대로 사투를 벌인다.
치열한 저항 끝에 어둠 앞에 굴복한 그윈플렌이 암흑 속으로 빨려 들어가려는 순간, 데아가 무대로 등장한다.
데아가 '그윈플렌이 카오스를 물리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구원의 이야기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를 구원한 빛은 어둠에 휩싸여 흐릿했던 그윈플렌의 흉측한 얼굴을 환하게 밝히게 되고,
관객들은 그의 괴이한 얼굴을 보며 웃음을 터뜨린다.
인간을 데려가려는 암흑(어둠)은 치명적인 유혹들을 상징한다.
여공작 조시안, 인간의 야망, 허황된 꿈 등이, 겨우 제 자신을 찾은 클랜 찰린 경에겐 벗어나기 힘든 유혹이었는지도 모른다.
연극에서 데아는 어둠을 향해 한발 내딛는 그윈플렌을 꼭 잡아주었다.
그러나 현실에서 데아는, 죽음을 통해서만 영원히 곁에 머물 수 있는, 인간 손이 닿을 수 없는 고귀하고 순수한 존재였던 것 같다.
중세 군주제와 귀족제의 허와 실이 그대로 드러난 1094페이지에 걸친 이야기가 흥미롭고 진지했지만,
당시 일반 백성들에겐 더없이 참혹했던 현실이 사실적으로 담겨있다.
그리나 세상은 서서히 18세기 여명으로 밝아오고 있었다.
그윈플렌은 오늘날 영화, 연극, 소설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재해석되고 있다.
영화 <배트맨>에 등장하는 희대 악당 '조커'는
그윈플렌에게 영감을 받아 탄생한 인물이다.
범죄 소설가인 '제임스 엘로이(James Ellroy)'도 『블랙 달리아』에서
그윈플렌처럼 신체 일부를 손상당한 여성이 사망한 채로 발견되는 내용을 그렸다.
2012년, 장 피에르 아메리 감독 <웃는 남자>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시대와 배경은 달라도, 웃음과 고통이 공존하는 '웃는 남자' 캐릭터는 여러 작품을 통해 사회적으로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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