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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온책읽기

윤동주 유고시집, 육필 원고를 꺼내 들고

by Someday


윤동주 시인의 육필 원고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마주하는 마음이 언제나 복잡하다.

28년 짧은 생을 마감한 그의 삶이 마음을 아리게 한다.


P1220016.JPG?type=w2 다정함이 묻어 나는 동주 시인 친필


매일 밤, 별이 차가운 바람에 스쳐 지나가지만

나는 단 하루라도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아왔는지, 또 살아갈 수 있을지...

평범한 한 인간으로서 죽는 날까지 한 점 부끄럼 없기를 바랄 수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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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은 법의 테두리를 넘지 않지만, 마음은 수시로 법과 양심의 경계선을 넘나 든다.

매일매일 도덕적이고 선량한 얼굴로 포장하고 머리를 곳곳 하게 쳐들고 살아가지만, 한 점 부끄러움 없이 하늘을 쳐다보긴 민망하다.

당당한 척 살아온 지 하 오래돼, 어느새 부끄러움도 다 잊은 채 사나 보다.

애국심과 이타심까진 아니더라도, 소소한 일상 하나 온전히 바르게 살아왔을까!

28살 청년의 '자화상'만도 못한 60대 '자화상'이 흔들린다.


'산 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우물로 찾아가 들여다 봄(1연)-사나이의 존재, 미움, 돌아감(3연)-돌아감, 가엾음, 도로 감(4연)-미움, 그리움(5연)의 반복적 진행은 시인의 자기 연민과 비극적 현실 인식을 함축한다.

이러한 관조의 경지와 고독의 고통스러운 인식은 2연과 6연에 묘사된 우물 속 서경적 배경을 통해 강화된다. 우물 속에 비친 달과 구름, 하늘과 바람과 가을의 조화를 깨뜨리는 ‘사나이’는 분명 추억처럼 서 있는 시인 자신이기 때문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자화상 [自畵像] (한국민족문화 대백과, 한국학 중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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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젊은 청년의 기개가 더 그립고 절실한 오늘이다.

일제 강점기에 짧게 살다 간 시인이자 독립 운동가였던 동주 시인은

길게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잊히지 않고 사랑받는 청년임에 틀림없다.

일제 탄압 아래 펜을 꺾은 이들이 또한 얼마나 많았는가. 그래서 동주 시인의 꿋꿋한 절개가 더 귀하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아직도 이웃 나라라는 일본과 정리되지 않은 문제 - 위안부 할머님들이 바라는 진정한 사과, 독도를 둘러싼 억지 주장, 친일자 청산 등 - 는 그대로 산적한 숙제로 남아있다.

뜬금없지만, 최근엔 대선 정국도 어찌나 혼란스러운지...

이 강건한 청년을 만나면, 세상 혼탁하다 탓하기 앞서 스스로 일말의 양심, 도덕적 가치관이 무너진 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평정심과 중용을 지키며 일상을 살아가기도 버거울 때가 있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외면해 버리기도 한다. '내가 받은 상처가 있다면, 너도 꼭 그만큼은 받으라고...' 바보같이 되뇌기도 했구나.

오락가락 갈팡질팡 하는 마음조차 그냥 그렇게 내버려 두고 잠시 여유를 부려보는 아침이다.

마음 중심만 흔들리지 않는다면, 뚜벅뚜벅 제법 잘 걸어가고 있다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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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시를 만날 때마다 윤동주 시인의 인간적 고뇌가 그대로 절절하게 전해진다.

괜스레 코끝이 찡해지기도 하고,

늘 흔들리는 마음이 부끄러워 고개를 떨구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나도 동주 시인처럼 하늘을 우러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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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1917. 12. 30 ~1945. 2. 16)시인은 그가 그토록 열망했던 새벽, 조국 독립을 맞지 못한 채 우리 곁을 떠났다. 식민지 국가 젊은이로서 그가 겪은 고뇌와 갈등은 80여 년 세월을 뛰어넘어 고스란히 진하게 전해진다.


동주 시인의 죽음과 오늘 우리의 삶은 이어져 있다.

삶과 죽음이 다르지 않다.

색깔이 다른 같은 옷을 입고 있을 뿐이다.

함께 울기도 하고,

같이 허기를 채우기도 한다.

어울려 새벽을 맞고

더불어 나팔 소리를 듣는다.


https://bit.ly/3nXPKd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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