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베키오 궁전과 아르노 강까지 둘러보기
산타 크로체 성당은 세계에서 제일 큰 프란치스코회 성당이다. 이곳엔 조토와 제자들이 제작한 프레스코화가 장식된 6개 채플과 무덤 및 세노타프(시체가 매장되어 있지 않은 묘)가 조성되어 있다.
유명한 로마 판테온처럼 미켈란젤로, 갈릴레오, 마키아벨리, 시인 포스콜로, 철학자 젠틸레, 작곡가 로시니 등 이탈리아 저명인사들 무덤이 있어, 이탈리아 영광의 교회(Tempio dell'Itale Glorie)라고도 불린다.
산타 크로체 성당은 성 프란치스코가 세웠다는 전설도 있다. 이 프란체스코 교회는 고딕 양식으로 13세기 말에 지어졌다. 아르놀포 디 캄비오에 의해 1294년 5월 공사를 시작, 피렌체 부유한 가문들이 건축비용을 지불했다.
프란치스코회의 소박함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이 성당은 교황 에우제니오 4세가 축성했다. 산타 크로체 광장에서는 계절마다 여러 행사도 열린다.
자신이 완성한 피렌체 대성당 붉은 돔을 자랑스럽게 올려다보고 있는 브루넬레스키(사진 오른쪽)와 설계도면을 끼고 있는 듯한 아르놀포 디 캄비오(왼쪽)의 모습이 인상적인 조각상이 보인다.
필리포 브루넬레스키(Filippo Brunelleschi,1377 ~ 1446년)는 이탈리아 건축가로 르네상스 건축양식의 창시자 중 한 사람이다. 그는 공간 깊이를 표현하는 미술 원근법을 발견했다. 피렌체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의 웅장한 돔 건축을 설계했다.
아르놀포 디 캄비오(Arnolfo di Cambio, 1240~1310년으로 추정)는 이탈리아 건축가이자 조각가다.
니콜라 피사노의 제자이며, 시에나 대성당 설교단, 페루자 분수조각 등 걸작을 남겼다. 피렌체 고딕식 궁전인 팔라초 베키오도 그의 작품이다.
시뇨리아 광장에서 바라보면, 사진 왼쪽부터 산 조반니 세례당(청동문), 피렌체 대성당, 조토의 종탑 그리고 오른쪽 카페들이 늘어서 있다. 사진에서는 안 보이지만 카페 건물 뒤쪽으로 우피치 박물관이 있고 그 옆으로 아르노 강이 흐른다.
아르노 강으로 향하는 길, 프랑코 제 피렐리 재단 건물 앞을 지나쳐 간다. 이탈리아 출신의 영화감독이자 오페라 연출가인 프랑코 제피렐리 재단 건축물이다.
우리가 방문했던 3월엔 생존해 있던 그. 3개월 후인 6월, 96세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올리비아 핫세 주연 '로미오와 줄리엣'을 비롯,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리처드 버튼이 주연한 '말괄량이 길들이기' 등 작품을 감독했고, 여러 편 오페라도 연출한 거장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문화 예술 분야에 기여한 업적을 인정받아 2004년 이탈리아인으로는 처음, 영국 기사 작위를 받기도 했다.
우피치 박물관은 베키오 궁전 오른쪽에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는 곳으로 피렌체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우피치 미술관은 효율적으로 입장객을 관리하기 위해 15분 간격, 30명에 한해 입장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인터넷 홈페이지(또는 전화)를 이용한 예약이 필수이다.
우피치 박물관에 입장하기 위해 다양한 나라 사람들이 긴 줄로 서있다.
우리는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 명화를 감상할 시간이 없으니(단체 예약도 하지 않았고), 긴 줄 서서 기다리는 각국 관광객들이 오히려 많이 부러웠다.
줄 서서 기다릴 시간조차 없는 우리는 사람들 사이를 가로질러 빠른 걸음을 옮긴다. 피렌체를 관통하는 '아르노' 강을 가까이서 보기 위해.
주위 풍경은 아름답지만, 내게 '강'이라는 말이 좀 어색하게 들린다. 강폭이 서울 중랑천보다 좁다. 한강의 넓고 깊은 강줄기가 새삼 더 위대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베키오 궁전이 보이는 시뇨리아 광장으로 발길을 옮긴다. 시뇨리아 광장은 우피치 미술관과 베키오 궁전 앞에 있다. 이 광장은 피렌체를 걷다 보면 꼭 발길이 닿게 되는 중심지다.
시뇨리아 광장은 수 세기 동안 피렌체 정치 사회 문화적 중심지였고, 베키오 궁전에 있는 종루 종은 시민들을 공공 집회로 불러 모으는 데 사용됐다.
광장에는 피렌체 역사적 사건을 한눈에 돌아볼 수 있는 관련 동상들이 가득하다.
넵튠 분수, 메디치 1세 기마상, 다비드 상, 헤라클레스 상이 있고 첼리니의 '페르세우스' 상과 잠볼 로냐의 '사빈 여인 강탈'상 이야기 등도 감상할 수 있다.
이곳에서 처형당한 지롤라모 사보나롤라를 기념하는 동판도 있다.
카페테라스가 있는 휴게장소에는 항상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다.
*지롤라모 사보나롤라(Girolamo Savonarol): 도미니크 회의 수도사이자 종교개혁가. 민주정치와 신재 정치(神裁政治)를 혼합한 헌법으로 피렌체를 통치하려 했으나 교회 내부개혁에 과격한 방법을 취함으로써 크게 반감을 샀다. 1498년 5월, 사보나롤라와 그를 따르던 두 명의 도미니코회 수도사들이 시뇨리아 광장에서 화형에 처해졌다.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이 보인다. 공사 중인지 아래 가림막이 둘러쳐 있다. 공사 중인 곳도 있어 주위가 조금 어수선해 보인다.
현재, 피렌체 시청 건물로 쓰이고 있는 13세기 건축물 베키오 궁전을 마주하니, 이탈리아는 어딜 가나 현재도 과거 역사와 함께 공존하는 듯 보인다.
베키오 궁전 입구. 왼쪽 다비드 상, 오른쪽 헤라클레스 상이다. 다비드 상 진품은 아케데리미아 미술관으로 옮겨졌다.
시뇨리아 광장 페르세우스(Perseus) 청동상 뒤로 '로지아 데이 란치' 회랑이 보인다. 회랑 안으로 잠볼 로냐의 유명한 조각품들이 여러 점 전시되어있다.
'사빈 여인 강탈'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들이다. 아래 조각상들로 그 이야기 일부분을 담아왔다. 잔인한 인간의 모습(로마인)과 죽어가는 사빈 사람들의 처절한 장면을 실감 나게 표현하고 있어, 한동안 그 옛이야기를 상기하며 열심히 감상했다.
피렌체에서의 하루도 서서히 저물어간다. 서둘러 '단테의 집'에 들려, 숙소로 가야 한다. 단테의 집은 다음 글에서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