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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Aug 14. 2021

피렌체 대성당, 시뇨리아 광장, 산타 크로체 성당

그리고 베키오 궁전과 아르노 강까지 둘러보기


  피렌체(플로렌스)는 중세 유럽의 중심지였다. 경제와 문화를 꽃피운 르네상스 발상지이며, 메디치 가문의 도시이다. 르네상스가 피렌체에서 시작된 것은 메디치 가문과 상인 조합인 길드가 뛰어난 인문학자, 과학자, 예술가들을 적극 지원해 주었기 때문이다. 메디치가(Medici family)는 15~17세기 이탈리아 피렌체를 실질적으로 지배했던 가문이다.


  주주와 레드루가 함께 즐긴 행복한 여행이지만, 빡빡한 스케줄을 따라 움직이다 보니, 하루 동선도 어디부터 돌아보았는지 헷갈리곤 한다. 나는 내 폰 카메라에 찍힌 사진 순서대로 내 발걸음을 따라가곤 한다. 그러다 보니,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찍어둔 사진과 돌아오면서 다시 정색하고 처음처럼 찍은 상황과 겹쳐지곤 한다. 이럴 때마다 건망증에 흔들리는 머리를 쥐어짜며 당시 상황을 재 정리한다.

모녀가 함께 좋아라 돌아다닌 여행 길인 데도, 내 발길과 딸의 동선 순서가 다르고, 서로 찍은 사진 순서도 다르니, 이 또한 흥미롭다. 서로 더 관심 가는 장소에서 각자 더 머물면서 잠시 헤어진 탓이리라. 우린 취향이나 관심사가 같은 듯 전혀 다른 모녀다.



산타 크로체(Santa Croce) 성당

 

  산타 크로체 성당은 세계에서 제일 큰 프란치스코회 성당이다. 이곳엔 조토와 제자들이 제작한 프레스코화가 장식된 6개 채플과 무덤 및 세노타프(시체가 매장되어 있지 않은 묘)가 조성되어 있다.

  유명한 로마 판테온처럼 미켈란젤로, 갈릴레오, 마키아벨리, 시인 포스콜로, 철학자 젠틸레, 작곡가 로시니 등 이탈리아 저명인사들 무덤이 있어, 이탈리아 영광의 교회(Tempio dell'Itale Glorie)라고도 불린다.

  산타 크로체 성당은 성 프란치스코가 세웠다는 전설도 있다. 이 프란체스코 교회는 고딕 양식으로 13세기 말에 지어졌다. 아르놀포 디 캄비오에 의해 1294년 5월 공사를 시작, 피렌체 부유한 가문들이 건축비용을 지불했다.

  프란치스코회의 소박함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이 성당은  교황 에우제니오 4세가 축성했다. 산타 크로체 광장에서는 계절마다 여러 행사도 열린다.


Made in Italy 가죽 재킷을 입은 레드루

  레드루가 입고 있는 가죽 재킷은 피렌체 광장 근처 가죽제품 전문점에서 구입했다. 피렌체는 가죽 염색기술이 뛰어난 곳으로 가죽 제품의 메카라 불린다.

  딸은 마음에 꼭 드는 재킷을 골라, 망설임 없이 구입했다. 피렌체는 관광객들이 가죽제품 쇼핑을 즐겨하는 곳이니, 'Made in Italy' 레벨만 확인해도 될 듯하다.

 


  미켈란젤로 언덕 위로 드리워졌던 회색 구름은 다 어디로 간 걸까? 언덕 위로 불어오던 강풍이 어딘가로 모두 몰고 갔나 보다. 하늘이 신기할 정도로 밝고 투명하다.

지금, 산타 크로체 성당 위로 보이는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은 2시간 전 미켈란젤로 언덕 위 그 회색빛 하늘이 아니다. '와, 사진 색깔도 이렇게 맑고 투명하다니...' 마음까지 가벼워진다.



피렌체 대성당(Duomo di Firenze)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두오모의 정식 명칭은 '꽃의 성모 마리아'라는 뜻의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Cattedrale di Santa Maria del Fiore)이다.

필리포 브루넬레스키가 설계한 거대한 돔으로 유명하다. 하얀색으로 윤곽을 두른 초록색과 분홍색의 아름다운 대리석 판으로 지어졌다. 대리석으로 저런 투명하고 맑은 연초록, 연분홍색을 표현해 낼 수 있다니, 바라볼수록 놀랍다.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 (피렌체 대성당)


화려한 파사드가 인상적인 성당 입구



  자신이 완성한 피렌체 대성당 붉은 돔을 자랑스럽게 올려다보고 있는 브루넬레스키(사진 오른쪽)와 설계도면을 끼고 있는 듯한 아르놀포 디 캄비오(왼쪽)의 모습이 인상적인 조각상이 보인다.

  필리포 브루넬레스키(Filippo Brunelleschi,1377 ~ 1446년)는 이탈리아 건축가로 르네상스 건축양식의 창시자 중 한 사람이다. 그는 공간 깊이를 표현하는 미술 원근법을 발견했다. 피렌체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의 웅장한 돔 건축을 설계했다. 

  아르놀포 디 캄비오(Arnolfo di Cambio, 1240~1310년으로 추정)는 이탈리아 건축가이자 조각가다.

니콜라 피사노의 제자이며, 시에나 대성당 설교단, 페루자 분수조각 등 걸작을 남겼다. 피렌체 고딕식 궁전인 팔라초 베키오도 그의 작품이다.      


Pixabay.com - 피렌체 대성당


피렌체 대성당 붉은 돔과 조토의 종탑이 보이는 시뇨리아 광장에서 레드루와 주주



산 조반니 세례당(Battistero di San Giovanni)

산 조반니 세례당 청동문 - 동쪽 출입문

  베키오궁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이 황금색 철문이 눈에 들어온다. 철문 전체가 청동부조 장식인 '천국의 문'이다.

  번쩍이는 이 문은 성경 이야기를 가득 담고 있다. 아담과 이브 창세기, 모세의 십계,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 등, 신자가 아닌 사람들도 알만한 내용들이 섬세하게 조각되어 있다. 정교하고 눈부신 이 작품에 오랫동안 눈길이 머문다.



  산 조반니 세례당(Battistero di San Giovanni)은 피렌체에서 가장 오래된 종교 건축물이다. 내부 장식은 조토가 맡았다. 세례당 청동문은 로렌초 기베르티가 디자인한 유명한 걸작이다. 로렌초 기베르티 Lorenzo Ghiberti(1378년 ~ 1455년)는 초기 이탈리아 르네상스 조각가이자 프레스코 화가다.

  기베르티 미술이론은 많이 알려져 있다. 그의 저서 '코멘 타리'(1447경)는 미술에 대한 견해와 방법들이 설명되어 있는 미술가가 쓴 최초의 자서전으로 유명하다. 이 책은 르네상스 미술 관련 귀중한 정보의 원천이다.  

  지금 주주와 레드루는 피렌체 산 조반니 광장에서 이 멋진 세례당 청동문을 황홀하게 바라보고 있다. 행복한 시간이고 귀한 경험이다.


Pixabay.com

  시뇨리아 광장에서 바라보면, 사진 왼쪽부터 산 조반니 세례당(청동문), 피렌체 대성당, 조토의 종탑 그리고 오른쪽 카페들이 늘어서 있다. 사진에서는 안 보이지만 카페 건물 뒤쪽으로 우피치 박물관이 있고 그 옆으로 아르노 강이 흐른다.


피렌체, 프랑코 제 피렐리 재단

  아르노 강으로 향하는 길, 프랑코 제 피렐리 재단 건물 앞을 지나쳐 간다. 이탈리아 출신의 영화감독이자 오페라 연출가인 프랑코 제피렐리 재단 건축물이다. 

우리가 방문했던 3월엔 생존해 있던 그. 3개월 후인 6월, 96세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올리비아 핫세 주연 '로미오와 줄리엣'을 비롯,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리처드 버튼이 주연한 '말괄량이 길들이기' 등 작품을 감독했고, 여러 편 오페라도 연출한 거장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문화 예술 분야에 기여한 업적을 인정받아 2004년 이탈리아인으로는 처음, 영국 기사 작위를 받기도 했다.

 


우피치 박물관 (Gallerie Degli Uffizi)

  우피치 박물관은 베키오 궁전 오른쪽에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는 곳으로 피렌체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우피치 미술관은 효율적으로 입장객을 관리하기 위해 15분 간격, 30명에 한해 입장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인터넷 홈페이지(또는 전화)를 이용한 예약이 필수이다.


https://www.uffizi.it/



우피치 박물관에 입장하기 위해 다양한 나라 사람들이 긴 줄로 서있다.

우리는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 명화를 감상할 시간이 없으니(단체 예약도 하지 않았고), 긴 줄 서서 기다리는 각국 관광객들이 오히려 많이 부러웠다.  

줄 서서 기다릴 시간조차 없는 우리는 사람들 사이를 가로질러 빠른 걸음을 옮긴다. 피렌체를 관통하는 '아르노' 강을 가까이서 보기 위해.



아르노 강(Fiume Arno)

피렌체의 젖줄, 아르노 강

  주위 풍경은 아름답지만, 내게 '강'이라는 말이 좀 어색하게 들린다. 강폭이 서울 중랑천보다 좁다. 한강의 넓고 깊은 강줄기가 새삼 더 위대하게 느껴졌다.


 베키오 다리가 보이는 아르노 강


강가 풍경을 더 낭만적으로 만들어 주는 거리의 악사들


'이대로 멈춰 서서 여유와 낭만을 즐기고 싶어라!'


 아르노 강가 풍경 영상



  아르노 강에서 다시 시뇨리아 광장 쪽으로 바삐 돌아 나오는 길. 우피치 박물관 옆 뒤쪽으로  팔라초 베키오 종탑이 한눈에 들어온다.


베키오 궁전과 종탑, 오른쪽 우피치 박물관



시뇨리아 광장(Piazza della Signoria)과 베키오 궁전(Palazzo Vecchio)

사진: 위키백과 - 사보나롤라를 처형한 것에 대한 기념판

  우리는  베키오 궁전이 보이는 시뇨리아 광장으로 발길을 옮긴다. 시뇨리아 광장은 우피치 미술관과 베키오 궁전 앞에 있다. 이 광장은 피렌체를 걷다 보면 꼭 발길이 닿게 되는 중심지다.

시뇨리아 광장은 수 세기 동안 피렌체 정치 사회 문화적 중심지였고, 베키오 궁전에 있는 종루 종은 시민들을 공공 집회로 불러 모으는 데 사용됐다.


  광장에는 피렌체 역사적 사건을 한눈에 돌아볼 수 있는 관련 동상들이 가득하다.

넵튠 분수, 메디치 1세 기마상, 다비드 상, 헤라클레스 상이 있고 첼리니의 '페르세우스' 상과 잠볼 로냐의 '사빈 여인 강탈'상 이야기 등도 감상할 수 있다. 

이곳에서 처형당한 지롤라모 사보나롤라를 기념하는 동판도 있다. 

  카페테라스가 있는 휴게장소에는 항상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다.  


*지롤라모 사보나롤라(Girolamo Savonarol): 도미니크 회의 수도사이자 종교개혁가. 민주정치와 신재 정치(神裁政治)를 혼합한 헌법으로 피렌체를 통치하려 했으나 교회 내부개혁에 과격한 방법을 취함으로써 크게 반감을 샀다. 1498년 5월, 사보나롤라와 그를 따르던 두 명의 도미니코회 수도사들이 시뇨리아 광장에서 화형에 처해졌다.


종탑을 가진 요새 같은 베키오 궁전(현, 피렌체 시청 청사)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이 보인다. 공사 중인지 아래 가림막이 둘러쳐 있다. 공사 중인 곳도 있어 주위가 조금 어수선해 보인다.



  현재, 피렌체 시청 건물로 쓰이고 있는 13세기 건축물 베키오 궁전을 마주하니, 이탈리아는 어딜 가나 현재도 과거 역사와 함께 공존하는 듯 보인다.



  베키오 궁전 입구. 왼쪽 다비드 상, 오른쪽 헤라클레스 상이다. 다비드 상 진품은 아케데리미아 미술관으로 옮겨졌다.


베키오 궁전 앞, 카쿠스를 죽이고 있는 헤라클레스 상 뒷모습


페르세우스(Perseus) 청동상 - 메두사 목을 잘라 왼손에 높이 들고 있다.

  시뇨리아 광장 페르세우스(Perseus) 청동상 뒤로 '로지아 데이 란치' 회랑이 보인다. 회랑 안으로 잠볼 로냐의 유명한 조각품들이 여러 점 전시되어있다.  

  '사빈 여인 강탈'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들이다. 아래 조각상들로 그 이야기 일부분을 담아왔다. 잔인한 인간의 모습(로마인)과 죽어가는 사빈 사람들의 처절한 장면을 실감 나게 표현하고 있어, 한동안 그 옛이야기를 상기하며 열심히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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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물루스 형제에 의해 로마가 세워진 직후, 로마는 여성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로물루스는 대전차 경기장이 세워진 곳에서 사빈인 들에게 딸과 아내를 동반하도록 초청하고,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 파티가 열리는 동안 로마인들은 손님으로 온 사빈 여인을 습격 강간하고 남자들만 쫓아냈다.




  결국, 사빈인과 로마인 사이 전쟁이 벌어진다. 그러나, 이미 로마인들과 사이에 자식까지 낳은 사빈 여인들은 어느 편도 다치길 원치 않게 된다. 이들은 자식들을 데리고, 로마군과 사빈 군이 대치하고 있는 전쟁터 가운데로 뛰어 들어가 화해하라고 호소한다.  

마침내 양측은 화해하고 동맹을 맺게 된다는 이야기가 조각 작품 전체에 실감 나게 흐르고 있다.


'로지아 데이 란치' 회랑에서 쉬고 있는 레드루



  피렌체에서의 하루도 서서히 저물어간다. 서둘러 '단테의 집'에 들려, 숙소로 가야 한다. 단테의 집은 다음 글에서 이어간다.



https://bit.ly/2Xock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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