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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Feb 27. 2023

<언포기버블> - '용서할 수 없는 자'는 누구인가!

"삶은 그냥 흘러가지 않아. 소중한 걸 다 두고 떠나야 해."

<The Unforgivable (용서할 수 없는 자)>은 산드라 블록의 선 굵은 연기가 돋보인 영화다.

영화 <스피드>에서 총상 입은 버스 운전기사를 대신해 승객이었던 애니(산드라 블록 분)가 LA 시내를 질주하며 운전석에서 고군분투하던 강렬한 모습이 다시 떠올랐지만, 이번 넷플릭스에서 감상한 <언포기버블>에서는 감성을 파고드는 그녀의 진한 연기를 만났다.



개요 : 드라마 미국 / 112분 / 2021. 11.24 개봉

감독 : 노라 핑스체이트

출연 : 산드라 블록, 빈센트 도노프리오, 존 번탈, 리처드 토마스, 린다 에몬드, 아이슬링 프란쵸시, 롭 모건,

        엠마 넬슨



영화 <언포기버블>은 주인공 루스 슬레이터(산드라 블록 분)가 형무소를 나서는 모습에서 시작된다.

그녀는 보호 담당관(롭 모건 분)의 관리 감독을 받으며 정해진 활동 영역에서 반 자유인의 삶을 살아간다.

루스는 스스로 좋아하고 잘하는 목수 일을 시작하려 찾아간 곳에서 취업이 거절된다. 누군가 그녀에 관한 이야기를 미리 건넨 듯하다.

사회에 다시 적응하며 새롭게 시작하려 하지만 살인자로 장기 복역한 그녀를 쉽게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루스는 보안관 살인죄로 20년을 복역하고 가석방된 것이다.

결국 그녀는 보호 담당관이 알려준 생선 가공공장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다.

얼마 후, 루스는 공익사업에 관련된 목공일도 자기 실력만으로 얻게 되어 투잡을 하며 바쁜 일상을 보낸다.


한편, 20년 전 살해된 보안관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다.

형 키스(톰 귀리 분)는 동생에게 아버지를 죽인 범인이 가석방된 사실을 알리고 'Cop killer'가 이젠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자유롭게 생활하고 있는 것에 분노하면서 가만두지 않겠다고 결의를 다진다.

동생 스티브(윌 풀런 분)는 아내와 아이를 두고 있는 가장으로 아직은 형의 복수극을 말리는 편이다.  


루스는 사람들의 편견에 가득 찬 차가운 눈초리를 받으면 사는 것을 숙명처럼 받아들인다.

그녀가 살아가는 유일한 희망은, 어린 시절 어쩔 수없이 헤어져야 했던 여동생 케이티(아이 슬링 프란 초시 분)를 다시 만나는 것뿐이다.

루스의 어머니는 케이티를 낳자마자 숨을 거뒀다. 

아버지조차 이들을 돌보지 않고 떠돌이처럼 살았고, 루스는 이런 상황 속에서 어린 케이티를 알뜰살뜰 돌보며 살았다. 그녀는 어린 동생의 언니이자 엄마이기도 했다.

루스는 5살짜리 여동생을 돌보며 부모님의 남겨 준 집에서 살고 있었다.

당시 보안관은 이 집을 뺏으려 루스에게 회유와 협박을 이어갔다.

젊은 루스는 절대 그럴 수 없었다.

부모님과 함께 살던 집에서 동생 케이티를 보살피며 살아가는 것 외 다른 삶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그런 그녀가 동생과 집을 지키기 위해 강력하게 버티다가 보안관을 살해했다고 하는데, 루스가 보안관을 향해 총을 쏘는 직접적인 저격 장면은 화면에 나오질 않는다.

뭔가 복선이 깔려있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루스를 향한 살인자란 꼬리표를 재해석하게 하는 사건의 진실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닌지!

이 총격 사건을 계기로 루스와 케이티 자매는 생이별을 하게 된다.

그날 이후 루스는 동생을 만난 적도 소식을 들은 적도 없다.

20년간 동생에게 수십 통의 편지를 보냈지만 그 어디서도 답장을 받을 순 없었다.

그녀는 항상 케이티가 보고 싶고,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  



루스 장기 복역수로 수감되면서, 어린 케이티는 다른 가정으로 입양된다.

케이티는 이름도 캐서린으로 바뀐 채 5살 때 일어난 보안관 살해 사건이나 언니 루스에  관한 기억 없이 성장한다.

그러나 케이티(캐서린)는 지속적으로 몇몇 단편적인 충격 상황이 희미하게 오락가락하는 악몽을 떨쳐내지 못한다. 이 때문에 숙면을 취하지 못하기도 하고, 불안해하기도 한다.


어느 날, 루스에게 가석방 숙소로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수화기 속에서는 'Cop killer(경관 살해범)'이라는 말이 흘러나온다. 그녀는 그냥 끊어버린다.

'누구였을까?' - 이 짧은 순간이 또 다른 사건을 예측하게 하는 경고음처럼 들려온다.


생선 가공공장과 목수 일로 생계를 이어가며 지내던 루스는 옛 추억을 더듬으며 예전에 살던 집을 찾아간다. 동생 케이티와의 추억이 가득한 그 집에는 새 주인인 변호사 가족이 살고 있었다.  

변호사인 존(빈센트 도노프리오 분)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무료법률 상담을 전문으로 하고 있었고, 루스는 그에게 동생을 만나고 싶다 도움을 청하게 된다.

한편, 변호사의 아내는 남편이 살인 전과자인 루스의 의뢰를 받아들인 것을 힐난하며 못마땅해한다.


루스는 생선 공장 동료 중 한 사람과 가깝게 지내게 된다.

두 사람은 서로 호감을 갖게 되고, 가까운 사이가 될수록 루스는 자신이 전과자라는 사실을 밝혀야 할지 말 지 갈등한다.  

어느 날 두 사람이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루스는 자신의 전과 사실을 밝힌다.

구체적으로 'Cop killer'로 장기 복역했다는 사실을 어렵게 이야기한다.

역시, 남자는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한다.

루스는 이미 예상을 했었지만 크게 실망하며, 식당 문을 밀치고 나선다.  


다음날 출근을 하자마자 공장 여직원 한 사람이 루스에게 다가서더니 "내 가족도 경찰이다."라며 루스에게 심한 폭행을 가한다.

루스는 몸뿐만 아니라 얼굴 여러 곳에도 상처가 생긴다.

왼쪽 눈퉁이는 부어올랐고, 양쪽 눈가도 심한 멍이 든다.

다음날, 루스에게 호감을 가졌던 그 남자는 당차게 뿌리치는 루스 곁으로 다가와 뜻밖의 이야기를 전한다.

본인도 전과자라 다른 전과자와 가까이 있으면 규정 위반이어서 사실을 밝힐 수 없었다고.

공장에는 다른 사람들에 의해 소문이 난 것 같다고 전하며 미안하고 안타까워한다.


루스는 변호사에게 '여동생의 양부모에게 만나고 싶다'는 연락을 취해 달라고 요청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보호 담당관은 옛날 일은 아무것도 모른 채 화목한 가정에서 잘 살고 있는 동생을 만나 어쩔 셈이냐며 말린다.

더해, 주변 사람들에게 본인이 전과자라는 사실을 숨기지 말라고까지 말한다.

그런데 루스가 변호사의 도움으로 동생의 양부모와 만나게 된 날이 하필, 생선 공장에서 심한 폭행을 당한 그날이었다.  

눈가에 드리워진 멍 자국을 지우기 위해, 화장품을 펴 바르던 루스의 비장하고 처량한 모습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양부모와 루스는 서로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루스는 자신의 존재조차 동생 케이티가 알지 못한다는 사실에 좌절한다.

루스는 동생이 보고 싶었지만 양부모는 절대 허락할 수 없는 입장이다.

루스는 20년 동안 동생한테 보낸  편지를 보여주지도 않고 다 태운 거 아니냐며 양부모를 향해 크게 흥분하게 된다.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서로 소리만 지르고 헤어지게 되니, 서로에겐 결국 긁어 부스럼을 만든 꼴이 됐다.

루스는 동생의 삶을 방해할 생각은 없다.

그 애가 잘 지내는 것만 알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케이티가 자신의 존재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좌절하고 만다.

루스는 두 번째 기회를 바라는 것도 아니었지만, 사랑하는 건 전부 등져야 하는 전과자로서 자신의 처지가 얼마나 답답했을까?

감성을 파고드는 산드라 블록의 연기에 저절로 과몰입하게 된다.


한편, 죽은 경관의 둘째 아들인 스티브는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루스가 목수일 하는 곳으로 목재를 나르는 척하며 들어선다.

루스의 동태 파악을 하러 왔다가 '삶은 그냥 흘러갈 뿐이다'라던 루스의 말을 듣고 내심 분개하게 된다.  

그는 루스가 작업장을 나서자, 다시 그녀의 작업장으로 잠입한다.

루스의 수첩 속에서 어릴 적 동생 케이티의 사진을 발견하고 뭔가 결심이라도 한 듯 자신의 폰에 그 사진을 찍어간다.

그리고 스티브는 형  키스를 찾아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똑같이 복수하는 거지만, 자기는 다른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섬뜩한 생각이 스다.

케이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닐까!


케이티(캐서린)는 재능이 뛰어나, 피아노 공연을 앞두고 연습에 여념이 없다.

양부모는 인자하고 지적인 사람들로, 캐서린 말고도 딸 한 명을 더 두고 있다.

자매는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사이다.

동생은 언니 캐서린이 악몽에 시달릴 때나, 어렴풋한 단편적 기억들 때문에 힘들어할 때마다 곁에서 위로하고 힘이 되어준다.

어느 날, 동생은 집안에 보관 중이던 상자 속에서 루스가 케이티에게 보낸 편지 뭉치를 발견한다.

동생은 아무도 모르게 루스에게 전화를 해서 만나자고 한다.

두 사람은 공원 벤치에서 만났다 곧 헤어지지만, 루스가 그렇게 만나고 싶어 하는 케이티는 피아노 독주 공연 예정이 있어, **공연장에서 총연습이 예정되어 있다고 알려준다.


그런데, 루스를 미행하던 살해된 경관의 둘째 아들 스티브는 루스를 만나고 헤어져 혼자 집으로 걸어가던 캐더린의 동생 납치한다.

스티브는 캐서린의 동생을 루스가 찾고 있던 동생 케이티로 오인한 것이다.



루스는 혼자 공연장을 찾아가 케이티를 만나도 되는지, 변호사에게 물어보려고 전화하지만 연결이 되지 않는다. 마음이 급해진 루스는 변호사 집으로 찾아가 변호사 부인에게 도움을 청한다.

부인은 어디서 피해자 행세를 하느냐고 화를 낸다. 자기 집 근처에는 다시 얼씬도 말라고도 한다.

루스는 "난 겨우 5살 어린 동생을 보호하려 최선의 선택을 했고, 당신이라도 그랬을 것이다."라며 울먹인다. 20년 전 보안관을 향해 총을 쏜 사람은 루스가 아니라 아무것도 모르던 동생 케이티의 실수였다는 것을 암시하는 말이었다. 변호사의 부인은 동생을 보호하려 했다는 그 말을 듣고,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며 되묻는다.

부인은 곧 루스를 자동차에 태우고 함께 공연장으로 향한다.

그런데 달리는 도중, 루스의 핸드폰이 울린다.

전화는 살해된 보안관의 둘째 아들이 스티브에게서 온 것이었다.

스티브는 케이티를 납치했으니 빨리 꼭 혼자서 오라고 협박한다.

루스는 전화를 받고는 급히 행선지를 바꾸게 된다.

루스가 납치 장소엔 혼자 들어간다고 말하고 급히 사라지자, 변호사 부인은 경찰에 연락을 하고 그 근처에서 대기한다.


루스가 허름한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캐서린의 동생은 영문도 모른 채 두 팔과 다리가 묶인 채 바닥에 처박혀 두려움에 떨며 울고 있었다.

루스는 침착한 태도로 흔들림 없이 말한다. 납치한 아이는 케이티가 아니니 풀어주고 자신과 이야기하자고.

그리고 'Cop killer'로 낙인찍힌 채 살고 있는 자신에 대해, 루스는 스티브에게 이렇게 말해준다.

"삶은 그냥 흘러가지 않아. 소중한 걸 다 두고 떠나야 해."라고.

결국 스티브는 루스를 죽이려고 총을 겨누다 스스로 분노를 삭이며 총을 거둔다.


공연장에선 캐더린의 피아노 연습 공연이 시작되었고, 양부모는 객석에서 캐더린이 연주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흡족해한다. 작은 딸이 납치된 사실도 모른 채...


루스는 겨우 스티브를 진정시키고, 캐서린의 동생을 먼저 건물 밖으로 내보낸다. 

루스도 스티브를 똑바로 바라보며 천천히 뒤따라 나간다.

밖에는 경찰들이 대기하고 있었고, 연락받은 가석방 담당관은 루스를 데려가겠다며 수갑을 풀어주라고 한다. 루스는 보호 담당관을 따라가면서 가까운 곳에 대기하고 있던 앰뷸런스 곁을 지나친다. 

캐더린의 동생이 구급차에 태워지고, 그 곁에는 양부모와 케이티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동생을 바라보며 서있었다.

바로 그때, 케이티(캐더린)는 고개를 돌려 루스를 발견하게 되고 곧바로 달려와 꼭 안긴다.

케이티는 동생을 구해줘서 고맙다고 하는 표현이었지만, 루스에게는 20년 만에 만난 동생을 원 없이 꼭 안아준 셈이다.

영화는 이렇게 강렬하면서도 따뜻하게 끝났다.


노라 핑스체이트 감독은 영화 <언포기버블>을 통해 루스와 케이티(캐서린), 캐서린 가족들과 어이질 앞으로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 그려질지 빈 화면을 내어준 셈이다.

관객들에게 관대한 선택의 폭을 남겨주었으니, 우리는 각자 알아서 빈 화면을 가득 채우면 된다.

삶은 그냥 흘러가지 않는다.

각자 선택하고, 그 선택에 대한 무한 책임을 느끼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사진 출처: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 예고편 중에서 캡처


#언포기버블, #산드라 블록, #노라 핑스체이트 감독, #Cop killer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54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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