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별이 아닌 나는 쉬지 않고 흔들리며 여전히 아프고 외로웠다.
*이 글은 [브런치북] 열꼭지를 맞추기 위해 추가로 올린 글1입니다.
왼쪽 부신과 이별하는 내내 주변의 관심과 배려로 작은 기적들을 경험했다. 가족의 관심과 사랑도 당연한 건 아니다. 친구들의 묵직한 존재감도 힘든 상황을 지탱하고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
아인슈타인은 '삶에는 두 가지가 있다. 기적이 없다고 믿는 삶과 인생의 모든 게 기적이라고 믿는 삶' 이런 말을 했다. 내 마음은 그 중간 어디쯤에 있다. 종교생활을 안 하고 있으니 기적을 믿는다고 말하는 것은 위선일까? 일상을 긍정적으로 이끌어주는 소소한 이야기는 사람 사이의 관계다. 우리는 서로의 관점이나 종교를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 모태신앙을 갖고 있던 친구와도 그렇게 학창 시절을 함께 보냈고, 지금까지 변함없는 관계로 이어와, 이제는 함께 늙어간다. 인생의 어떤 부분은 이렇게 작은 기적이 모이고 쌓이는 게 분명했습니다.
부신 절제 수술과 회복
2021년, 고 알도스테론증 환자가 흔치 않았는지, 포털 검색으로 찾아보아도 경험담은 많지 않았다. 수술 전까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이 병에 관해 좀 더 알고 싶었고, 의료지식보다 실제 경험담이 더 필요했다.
누군가 지금 이런 과정을 겪고 있다면 『Bye, 내 왼쪽 부신!』책을 통해 수술과 회복경험을 공유하고 싶었다. 비슷한 증상으로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작은 보탬이라도 되고 싶다. 물론 질병의 통증은 온전히 혼자 받아들여야 하지만, 그 과정이 힘들 때마다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어떤 날, 어떤 사람, 어떤 일들에 관한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면 더 좋은 상황이 될 것이다.
이 책에 담긴 글들은 2021년 여름, 고 알도스테론증으로 힘들었던 당시, 블로그와 브런치에 이미 올렸던 이야기들이다. 새삼 책으로 발간하기엔 늦은 감도 있었다. 의학은 늘 발전하니까.
그러나 병상에서의 일상은 그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으리란 생각으로 다시 용기를 내게 되었다. 의학적인 새로운 정보와 변화는 찾아가신 병원에서 더 가득 담으면 될 테고.
부신 절제 수술 입원 전날 초저녁, 나 홀로 산책
천변에서 안양천을 바라보니, 맞은편 건물 불빛이 물길 따라 흔들리며 눈부시게 빛났다. 별 빛은 물길을 따라 흘러가는데, 불빛은 물길을 따라가지 못한 채 같은 자리에서 계속 흔들리고 있었다.
별빛이 떠난 자리에 사람들이 밝혀둔 불빛만 빛날 때, 보고 싶어도 이승에선 다시 만날 수 없는 한 분이 생각났다. 늘 저 세상 별로 빛나길 바랐던 울 엄니(엄마)의 모습도 물길 따라 흘러갔다. 아직 별이 아닌 나는 쉬지 않고 흔들리며 여전히 아프고 외로웠다. 밤마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빛으로 계속 방황하기 싫었을 이 세상 모든 불빛들도 언젠가 별빛처럼 물길 따라 흘러갈 수 있을까?
지친 몸을 끌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무리 애써도 생각나지 않던 얼굴이나 이름, 단어가 순서 없이 떠오르기도 했다. 다시 만나야 할 얼굴이었고, 거듭 불러야 할 이름이었다. 그런 얼굴과 저런 이름을 담은 무수한 단어들이 공손한 바람처럼 내 곁을 스쳐가고 있었다. 내 왼쪽 부신 절제 수술, 입원 전날 밤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