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고알도스테론증'과 결별』을 마치면서

누구에게나 그러하듯이 내 삶은 당신과 비교불가다.

by Someday

*이 글은 [브런치북2] 열꼭지를 맞추기 위해 추가로 올린 글2입니다.


'Bye, 내 왼쪽 부신!' - Epilogue

그때나 지금이나 해마다 연둣빛 세상이 봄 길을 달려와 우리 품에 안겼다. 이어진 녹음의 향연은 늘 뜨겁게 이글거렸다. 2011년 여름, 작은 심장은 벌겋게 달아올랐고 검은 그림자까지 불같이 뜨거웠던 날들 내내, 내 왼쪽 부신은 정상치의 50배가 넘는 알도스테론을 분비하고 있었다.

그 해 추석이 다가올 무렵, 왼쪽 부신을 절제했다. 금세 갈바람이 불어왔고, 느긋하던 벌판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곧이어 황금빛 물결이 온 세상을 품고 우아한 춤을 추었다. 가을이 끝날 때까지 수술부위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들고 났다. 한 겨울 햇살이 차가운 은발을 나부끼며 눈부시게 내렸다. 북풍까지 끌어안고 차가운 가슴을 시려할 즈음, 통증도 조금씩 사그라졌고 그 해가 저물어갔다.


전성기(golden age), 마치 봄날같이 절정에 올랐던 가장 좋은 시기는 언제였을까?

그즈음이 봄 같았다면 젊은 날 중 언제였을까?

아니, 그런 시간이 있기나 했을까?

묵묵히 살다 보니 인생 후반기에 들어서 있다.

나도 모르게 물리적인 시간 의미가 중요했던 날들이 성큼 지나갔다.

언제부터 외람되이 '지금'이 '내 인생의 황금기'라는 생각이 턱 들어앉아 있어 움찔 놀란다.

적어도 지금의 내겐 그렇게 느껴진다.

누구에게나 그러하듯이 내 삶은 당신과 비교불가다.

외모와 능력도 비교 대상이 아니다.

살아보니 이도 각자 본래부터 지닌 특유의 것을 갈고닦으며 살아왔을 뿐, 어떤 순간 더 반짝일 수는 있겠지만 원형이 바뀌는 건 아니다.

왼쪽 부신을 잃고 얻은 것들

벌써 여름이 두 번이나 지나갔다. 아픈 부신을 잃으면서, 관계의 중요성을 더 인식하게 되었다. 가벼운 운동을 매일 하는 습관도 생겼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기록들을 모아, 22년 1월과 3월에는 사진과 글로 돌리는 영사기주주와 레드루의 먼 나라 여행을 출간하는 결실도 있었다.

매해 가을마다 햅쌀과 햇과일을 거둬들이는 농부의 노고도 당연한 건 아니며, 자연이 주고 간 결실도 거저 얻어진 게 아니었다. 어쩌면 결실은 하나의 생명을 끝내는 성장의 아픈 과정(죽음) 일지도 모른다. 뚝 떨어진 씨앗은 여기저기 떠돌다가, 또 다른 결실을 위해 정착한다. 사람도 자연도 생로병사를 거듭하면서 비워내고 새로 채운다.


몸과 마음의 건강관리

물을 예전보단 자주 마신다. 찬 음료를 마시지 않다 보니, 아이스크림도 잘 먹지 않게 되었다. 매일 40분 이상 러닝이나 빠른 걷기를 한다. 커피는 1일 1잔 이상 마시지 않는다. 취침 전엔 리스*인으로, 기상 후엔 굵은 소금물로 가글을 한다. 좋아하던 빵도 먹는 양을 팍 줄였다. 허리 통증을 줄이기 위해 한 곳에 오래 앉아있지 않는다. 중간중간 스트레칭을 자주 한다. 매일 읽기와 쓰기를 조금씩 꾸준히 한다.


한 개 남은 오른쪽 부신은 오늘도 잘 작동하고 있다. 디스크로 고장 난 허리도 항상 관리하고 체크하며 산다. 가끔 허리 통증이 심한 날엔, 부신 절제수술을 받기 전, 두렵던 그 마음까지 함께 들러붙기도 하지만, 늙어가는 것은 비켜갈 수 없는 현실이다. 몸은 뻣뻣해져도 마음은 유연하게 갖기로 스스로에게 약속한다. 비교하지 않으면 몸과 마음이 편하다. 살아서 누릴 수 있는 천국인 셈이다.

'비교불가'가 자연스레 가능해진 것도 노년의 보너스이거나 인생의 축복이다.

젊어서는 불가능하던 단단하고 옹고집스럽던 마음이 봄바람에 춤을 추고 겨울 햇살에 녹아내린다. 이도 큰 기쁨이다. 살아있는 동안 조화와 균형을 이루기 위해 여유로운 마음과 지혜를 다시 꼭 움켜 잡아 쥐며 『Bye, 내 왼쪽 부신!』 책을 덮는다.

keyword
이전 09화브런치북『'고 알도스테론증'과 결별』프롤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