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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May 03. 2024

'진천 농다리'는 고려 초기 만들어진 돌다리

초평호 '미르 309 출렁다리'와 '하늘다리'의 조화도 멋스러운 곳

4월 28일(일) 오후, 진천 농다리에 도착했지만 밀려든 인파로 제1주차장부터 이미 출입을 막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시작에 지나지 않았다.

우리는 계속 밀리고 밀려 제4주장 끝자리에 겨우 주차를 시켰다.

주차장마다 차단기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나중에 돌아 나올 때 보니 무료주차였다.

언제까지 무료주차가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곧 유료 주차로 바뀌리라는 것이 상식적인 생각이다. 거북이걸음 속도로 밀려가던 자동차 안에서 나는 창밖으로 펼쳐진 잔잔한 세금천 풍경을 감상하며 지루해지려는 마음을 비워냈다.


자동차 안에서 바라본 세금천 풍경

세금천(洗錦川)은 진천군 문백면 구곡리를 지나는 하천으로 세금과 천으로 나뉜다.

세금정을 세검정(洗劍亭)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서울 종로구 경복궁 뒤 창의문 밖 정자가 세검정으로 불린다. 인조반정 때 세검정에 모여 광해군 폐위를 논하고 칼을 씻은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세금천도 세검천(洗劍川)의 변화형으로 ‘칼을 씻은 내’로 추정한다.

구곡리는 상산임 씨의 오랜 세거지로 임 씨 가문의 훌륭한 장수들이 세금천에 ‘칼을 씻은 내’라는 설이 있다.


자동차로 지나쳐온 길을 다시 걸어서 되돌아갔다.

농다리까지 어림짐작으로 500m 정도 거리로 보이는데 '뭐, 이 정도 걷기가 대수일까!'

사람들은 긴 줄을 새롭게 만들며 자동차 길 한편을 걸었고, 반대 방향으론 더 긴 줄을 그리며 차량들이 계속 밀려 들어왔다. 찬란한 봄날이니 이 정도 붐비는 것은 당연하다 싶기도 했고, 이런 북적거림조차 농다리 주변 조용한 풍경과 묘한 조화를 이뤄냈다.


드디어 농다리 앞 광장에 도착.

제4주차장 출발 ->  농다리 -> 용고개 -> 야외음악당 -> 초평호 둘레길 -> 초평호 미르 309 출렁다리 -> 초평호 하늘다리 ->  쉼터 -> 야외음악당으로 이어지는 초롱길을 한 바퀴를 돌았다.

걷는 속도나 쉼터 머무는 시간에 따라 각기 다르겠지만, 우리는 초평호 둘레길을 내려와 다시 농다리를 건너기까지 2시간 이상 걸었다.



진천 농다리(籠橋)

진천 농다리는 문백면 구곡리 굴티 마을 세금천에 놓인 고려시대 다리다.

사력 암질의 붉은 돌을 물고기 비늘처럼 쌓아 올려 교각을 만든 후 상판석을 얹어 만들었고 유속의 영향을 덜 받도록 다리의 폭과 두께는 상단으로 갈수록 좁아진다. 돌다리 길이는 93.6m에 이르며 각 교각의 폭은 4m ~ 6m로 거의 일정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

원래 농다리는 28칸으로 지어졌으나 현재 25칸으로 줄었다.

다리는 돌의 뿌리가 서로 물리도록 쌓았다. 속을 채우는 석회 등 보충 없이 돌 만으로 쌓아 축조했지만, 천년 세월 동안 폭우와 장마에도 유실되지 않고 원형을 유지하고 있으니 신기하기만 했다. 『상산지(常山誌)』(1932)에, 이 다리는 '고려 초기 권신 임장군이 축조하였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농다리 왼쪽으로 부표교도 보인다.

농다리 주변으로 정자, 산책로, 초평호까지 연결된 수변테크와 흔들 다리, 하늘 다리 등이 조성되어 있어 신비로운 다리 모양과 주변 풍경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용이 꿈틀거리는 형상의 초평호가 눈길을 끄는 '농다리 등산로' / 누군가의 소원까지 함께 쌓인 돌탑들


용고개에 있는 '입신양명 등용문 소나무 용'

소나무 용이 쥐고 있는 여의주를 한번 쓱~ 만지고 소원을 빌면 원하는 그 소원이 더 잘 이루어진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여의주를 한 번씩 쓱 만지고 지나치곤 하다 보니, 올해 제작된 '소나무 용'이 있는 '용고개'는 이미 명소가 됐다.


'묵'은 용의 여의주를 쓱 만지며 어떤 소원을 전했을까? / 김도형 작가의 2024년 '입신양명 등용문 소나무 용'

용고개에 설치되어 있는 이 작품은 상상 속 동물인 용과 현실에 있는 소나무를 합하여 만들었다.

이곳을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의 꿈과 희망이 현실로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고 한다.

'입신양명 등용문 소나무 용' 주변으론 해운의 상징인 네 잎클로버와 풍요의 상징인 물고기가 함께 어우러져 있다.


야외음악당에서 바라본 초평호와 출렁다리


국내 최장 길이 초평호 출렁다리  

초평호 출렁다리는 한반도를 등에 업은 용이 승천하는 형상의 초평호 위를 가르 지르고 있다.

출렁다리는 4월 12일 개통된 따끈따끈한 최첨단 신상 다리다.

총 309m 길이의 이 출렁다리는 중간 교각이 없는 '무주탑' 방식으로 2021년부터 4년간 80억 원이 투입되었다고 한다.



미르 숲을 거닐면서 바라본 출렁다리, 애니메이션


초평호 '미르 309' 출렁다리


출렁다리를 건너는 중 / 출렁다리 위에서 바라본 초평호 풍경

출렁거리며 하늘을 날아가는 기분은 한마디로 "끝내 준다!"였다.

봄바람은 적당하게 불었고, 사람들은 크고 작은 환호성 지르며 즐거워했다.

간혹 무섭다며 다리 난간을 붙잡고 힘들어하는 분도 있긴 했지만, 하늘을 걸어서 날아오르던 기분은 시원하고 상쾌했다.

애쓰며 동영상을 찍긴 했는데, 흔들림이 심해서 이곳에 올릴 수 없는 수준이었다.

영상을 몇 번 돌려보면서 그 출렁거림을 다시 느낄 수 있었으니, 그냥 혼자 만족하기로...


출렁다리 건넌 후

초롱길 산책

출렁다리를 건넌 후엔 초롱길로 들어섰다.  

초롱길은 초평호를 끼고 하늘다리 건너까지 쭉 이어진 데크길로 생태친화적인 산책길이다.



초평호 제1다리인 하늘 다리

형님 격인 '하늘다리'는 현재 4월 12일 출생한 아우님 '출렁다리'의 유명세에는 미치지 못하나, 초평호 위 한 폭 그림같이 놓인 아름다운 현대식 다리다.


씩씩하게 하늘다리를 걷는 '묵' / 하늘다리 위에서 바라본 잔잔한 초평호


하늘 다리 건너서 이어지는 초롱길

초롱길에서 바라본 초평호 풍경
초평호와 초롱길


400m 앞에 야외음악당이 있다고 알리는 반가운 표지판 / 멀리 보이는 미르 309 출렁다리

야외음악당에서 용고개를 넘어 조금만 더 걸으면 드디어 농다리가 보인다.

우리는 피곤도 잊은 채, 농다리를 향해 힘차게 내려갔다.



돌아 나올 때는 부표교로 건넜다.

부표교에서 농다리를 바라다보니, 직접 농다리 위를 걸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천년 세월 비껴온 돌다리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


부표교 위에서 바라본 농다리

농다리 위로 사람들은 잇따라 오갔고, 유구한 세월 흘러내린 세금천은 오늘도 멈추지 않는다. 

농다리와 세금천 물길은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과 기~인 세월을 품을 것인가!

잠시 왔다가는 우리네 인생이 더욱 짧게 느껴졌다. 


부표교 앞 포토존에서 찰칵 / 부표교와 농다리를 오가는 사람들



주차장으로 가기 전, 농다리와 세금천 주위를 다시 쭉 둘러보았다.

지금은 멈춰 있는 인공 폭포 위로 '생거진천'이란 글귀가 선명하게 보인다.

살아서는 진천 땅이 좋고, 죽어서는 용인 땅이 좋다는 뜻의 '생거진천 사거용인'(生居鎭川 死居龍仁)이란 말도 있다. 이 사자성어 뜻은 물 좋은 진천군은 풍수적으로 살기 좋은 곳이며, 용인시는 묻힐 때 지리적으로 명당이란 의미다.

진천의 산천은 오염되지 않은 사계절 아름다움을 그대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고장이란 뜻이니, '생거진천'의 깊은 의미를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이날 우리의 피곤함은 고달프기보단 달달했다.

진천 농다리와 초평호는 조금 덜 분비는 날, 다시 찾고 싶은 곳으로 꾹 담아둔다.



https://www.heritage.go.kr/heri/cul/culSelectDetail.do?ccbaCpno=2113300280000&pageNo=1_1_1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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