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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May 01. 2024

진천 보탑사, 만뢰산이 품은 사찰

삶은 긴 국수 가락처럼 뭉치기도 하고 풀리기도 한다.

4월 28일, 진천 보탑사 가는 길

연곡 저수지 잔잔한 물결이 유유자적 한가롭다.



진천에서 가장 높은 만뢰산

만뢰산은 고구려 시대에 지명을 본떠서 그대로 붙인 이름이라고 전해진다.

해발 611m로 진천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만노산, 이흘산으로도 불린다.

주 능선은 충청북도와 충청남도를 가르는 경계선이기도 하다.

정상에는 화가 최양호가 제작해서 세운 '한자 뫼 산(山)의 형태를 갖춘 장승'이 있어 진천에서 가장 높은 산임을 상징한다. 만뢰산은 자연 생태공원이 잘 조성되어 있어 산행하지 않아도 아름다운 산을 감상하고 즐길 수 있다.

산행 제1코스:  백곡면 대문리 하수문에서 시작, 우측으로 가면 절골이 나온다. 계곡 능선 길을 따라 40분 정도 오르면 정상. 제2코스: 산행기점은 연곡리 보련마을이다. 마을 왼쪽으로 천수탑과 기도터를 지나 주 능선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정상에 닿는다. 정상에는 1984년 세운 삼각점이 박혀 있고, 헬기장도 있다.


진천 보탑사 

1996년 고려 시대 절터로 전해지는 만뢰산 자락에 지광·묘순·능현 비구니 스님이 창건했다. 보탑사는 법화경 법문을 증명하고 깨닫기 위해 다보여래께서 칠보탑에는 미치지 못하나 보배탑을 세워 중생들에게 부처의 가르침을 알리고 자비심이 가득하길 바라는 뜻을 담아 지은 사찰명이라고 한다.   

1992년 대목수 신영훈을 비롯한 여러 장인들이 참여, 불사를 시작 하여 1996년 8월 3층 목탑을 완공했다. 그 후 지장전·영산전·산신각 등을 건립, 2003년 불사를 마쳐 지금에 이르렀다. 경내에는 3층 목탑을 비롯 지장전, 영산전, 산신각, 적조전(와불)과 법고각과 범종각 그리고 연곡리 석비 등의 문화재가 있다.


보탑사 천왕문

천왕문에는 사찰의 동서남북을 수호하는 4명의 천왕이 봉안되어 있다.



법고각과 범종각

천왕문을 지나쳐 계단을 오르면 양쪽으로 법고각과 범종각이 있다. 계단에서 올려다보면, 법고각과 범종각 사이로 보탑사 3층 목탑의 우아한 자태가 한눈에 들어온다.


범종각 / 법고각

보탑사 3층 목탑

이 목탑은 신라시대 황룡사 9층 목탑을 모델로 만들었다.

높이는 42.71m로, 상륜부까지 더하면 그 높이가 52.7m에 이르며 이는 14층 아파트와 맞먹는다고.

목탑을 떠받치고 있는 기둥은 모두 29개이다. 강원도 산 소나무를 자재로 못을 사용하지 않고 전통방식으로 지었다. 보탑사 목탑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걸어서 3층 내부까지 오르내릴 수 있다.


3층 목탑 뒤쪽 / 목탑 앞쪽

목탑 1층 보탑사 대웅전 (199㎡)

보탑사 대웅전은 동서남북으로 사방불이 배치되어 있는 것이 독특하다.

동방 약사우리광불, 서방 아미타여래불, 남방 석가모니불, 북방 비로자나불의 얼굴엔 인자한 미소가 옅게 흐르고 있었다.  


보탑사 목탑 1층 대웅전

목탑 2층 보탑사 법보전(166㎡)

법보전은 불 법 승 3보 중 석가세존의 가르침이 담긴 경전인 법보를 봉안한 법당이다.  법보전에는 윤장대(경전을 넣은 책장에 축을 달아 회전하도록 만든 책장)를 두고 팔만대장경 번역본을 안치했다.


2층 법보전 윤장대 /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목탑 3층 보탑사 미륵전(136㎡)

미륵전에는 화려한 금동 보개 아래 미륵삼존불을 모셨다. 

석가모니께서 열반에 든 뒤, 한동안 부처가 안 계신 세상이 계속되었다고 한다. 미륵전은 그 후 이 땅에 새로운 정법 시대를 연 미래불인 미륵불을 모신 법당이다.


미륵삼존불 / 2층 법보전으로 내려가는 계단                                

법보전과 미륵전 2층과 3층 외부에는 탑돌이를 할 수 있도록 난간이 설치되어 있다고 하는데, 안전 상 이유인 듯 난간으로 나서는 문은 잠겨 있었다.


3층 목탑의 왼쪽 풍경
목탑의 오른쪽 풍경
목탑 오른쪽 출입문 계단 아래 피어 있는 '매의 발톱'                                

보탑사 적조전

적조전에서는 석가모니가 열반에 들기 직전 깨달음을 얻은 와불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얼굴은 달관에 이른 평화로운 모습이었고, 누워서도 흐트러짐 없는 꼿꼿한 자세는 피안의 세계(해탈 후의 내세)와 이승을 이어주는 연결고리 같기도 했다.


 와불 열반적정상 / 적조전 앞에 있는 석가모니의 두 발 조형

적조전 옆으로 철쭉이 만발하게 피어있었고, 꽃에 둘러싸인 '반가사유상'의 자태도 눈이 부셨다.

도를 닦아 깨달음에 이르고자 한, 반가사유상이 오른쪽 다리를 왼쪽 허벅다리 위에 수평으로 얹고 편하게 걸 터 앉아있다.

오른손을 받쳐 뺨에 대고 생각에 잠겨 있는 인자한 부처의 모습은, 바라보는 중생에게 마음의 평화와 위로를 전한다.


만개한 철쭉 위로 검은 나비가 많이 보였다. 검은 나비 2마리가 내 손끝에서 빙글빙글 돌다 날아간다. 나비는 변화와 재생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검은 나비는 때로 불확실함, 두려움과 연관될 수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 중요한 변화나 전환점을 암시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이 세상 누구든 변한다. 어떤 변화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우리나라 문화재로 지정된 반가사유상은 여러 점이 있지만 이중 가장 유명한 반가사유상은 국보 제78호, 제83호에 지정된 금동미륵보살반가상(金銅彌勒菩薩半跏像)이다.

이 두 불상 삼국이 전쟁 중이던 시기인 6~7세기 만들어진 유물로, 세계적으로도 아름다운 고대 불교 문화재 중 하나로 손꼽힌다.


절에서 먹는 별미 국수

올해 '부처님 오신 날'은 5월 15일이니 아직 멀었는데. 보탑사에서는 4월 28일(일) 절을 찾은 모든 중생들에게 '부처님 오신 날' 경축의 의미로 점심 식사를 베풀었다. 우리도 다진 김치, 호박 조림과 양념이 고명으로 올려진 담백한 국수와 절편을 점심 식사로 배식받았다.

불교에서는 일정한 기간 동안 수행이나 수도 생활하는 승려들이 절에 머무는 동안 준비해 내는 음식 중 하나가 국수라고 한다. 국수는 필요한 식사를 제공하고 지원하는 의미도 있지만, 길게 늘어져 연결되는 국수의 형태가 불교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긴 수행과 끊임없는 교화 의지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귀한 국수 / 배식 중인 장면 / 먹던 국수를 길게 들어 보이는 묵

식사를 마치고 다 못 본 경내를 돌다 보니, 스님들이 점심 식사 못한 중생이 없는지, 이곳저곳 묻고 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문득, 나도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바르고 겸손하게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매달 조금씩 지원하고 있는 한 공익단체 후원금도 죽는 날까지 계속해야겠다는 결의를 다시 했다.


보탑사 지장전

지장전은 지장보살을 본존으로 모시는 곳으로 장수왕릉(장수총)을 재현해 만든 전각이다.


보탑사 산신각

산신각은 산신을 봉안한 곳으로 본래 불교 건축물이 아니었으나 토착 민간신앙을 수용한 것이다. 보탑사 산신각은 너와 지붕을 얹은 귀틀집 형식이다.


산신각 / 산신각 올라가는 계단

보탑사 영산전

보탑사 영산전은 부처가 500명의 비구니에게 설법하던 모습을 재현해 만들었다.  영상전은 부처의 일생을 여덟 장면으로 나누어 그린 팔상도를 모신 사찰 전각으로 영은 영축산의 준말로 석가모니가 설법했던 영산 불국을 상징한다.



보탑사 경내 피어있는 꽃들과 풍경

금낭화 / 탑꽃
튜립 / 모란

 

진천 연곡리 석비

보물 제404호로 지정된 고려 시대의 석비



보탑사로 들어설 때는 경내를 둘러보며 돌았으니, 나설 때는 호젓한 숲길을 찾아 걸었다.

초록 녹음 사이로 울긋불긋 연등이 질서 정연하게 늘어서 있는 풍경이 조화롭다.

그 사잇길을 걷는 중생은 몸과 마음이 자연과 깊은 인연으로 이어져 있음을 느끼게 된다. 생로병사의 삶이 긴 국수 가락처럼 뭉치기도 하고 풀리기도 하면서 우리도 나름 대자연의 일부로 조화롭다.



숲길을 벗어나면 주차장에 닿는다.

보탑사에서 느낀 편안함은 한동안 생활의 활력소가 되기에 충분하다.

'안녕'이란 말이 인연의 끝은 아니다.

이 세상의 고통과 번뇌를 벗어나 그로부터 해탈하는 어떤 날까지 이승에서의 인연은 이어진다.

각자 지닌 고유의 것 - 다른 생각, 다양한 삶, 두드러지거나 색다른 표현 방식, 각자의 됨됨이..... - 들이 서로 같지 않아 더 아름답다.

모든 인연이 조화로운 삶 속에서 너무 짧지 않게 조금 굵게 이어지길!



보탑사 주차장을 벗어났다.

이제, 봄 빛을 가르며 진천 농다리로 향한다.

우리는 문백면 구곡리 굴티 마을을 흐르는 세금천에 놓인 고려 때 돌다리를 건너, 최근 새로운 명소로 각광받고 있는 출렁다리도 건너갈 예정이다.  차창 밖으로 연곡 저수지의 평온한 풍경이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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