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면 더 좋은 철학책
이솝 우화는 고대 그리스에 살았던 이야기꾼 '아이소포스'라는 노예가 지은 우화 모둠 집이다.
아이소포스는 흔히 이솝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솝 우화는 의인화된 친숙한 동물들이 등장하는 단편 모음이다.
어린 시절부터 듣고, 읽은 이야기들이라 더 편하다.
그러나 등장 동물들의 얽히고설킨 이야기 속에는 교훈이 담겨있다.
이솝 우화는 현재도 어린이들의 도덕성 교육을 위한 인기 교재로 각광받고 있는 고전이다.
『이솝 우화로 읽는 철학 이야기』 책에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철학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주제들을 분류해서 엮었다.
이 책은 남녀노소 누구나 슬기롭고, 착하게, 더불어 잘 살아가는 바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귀한 철학서다.
1. 오늘이 중요할까, 내일이 중요할까? -12쪽
<개미와 베짱이〉
사람들은 미래를 품고 오늘을 산다.
동물이 겨울을 대비해 열심히 먹이를 모아두는 것은 대게 본능이 시켜서다.
인간은 미래를 내다보며 본능(욕망)을 통제하고 행동을 조절할 수 있다. 이런 지적 특성이 인간다움의 한 조건이다.
희망과 꿈이 있다면 이를 이루기 위해 현재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선택하고 결정한다.
현재 고단한 생활을 견디게 해주는 힘 역시 우리가 미래를 꿈꾸고 있어서다.
실존, 존재의 의미를 묻는 존재자 - 마르틴 하이데거(1889~1976)
인간은 자신의 존재 의미를 묻는 유일한 존재이다.
현재 속에 미래가 들어와 있다.
2. 들리는 모든 이야기가 다 진실은 아니다 - 22쪽
〈엄마와 늑대〉
지나친 것은 모자란 것만 못하다. 정보가 너무 많아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데이터 스모그'라고 한다.
늑대가 우는 아이 엄마의 이야기 - "자꾸 울면 늑대에게 보내 버릴 테다" -를 믿게 된 것은 배고픈 늑대의 욕망과 관련이 있다. 자신이 원하는 것에 도움을 줄 만한 정보는 진실이라 믿고, 그렇지 않은 정보에 대해서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늑대는 확증편향에 빠져 시시각각 위기가 닥쳐오고 있는데도 엄마의 의미 없는 말을 진실이라 믿었다.
베이컨의 네 가지 우상 idola (1561~ 1626)
1) 종족의 우상: 자연의 변화를 인간적으로 해석하는 것. 가뭄이나 일식이 일어나면, 자연이 화가 나서 인간에게 재앙을 내린다고 믿었다.
2) 동굴의 우상: 우연히 겪은 한 번의 경험을 토대로 다른 사람들에 대해 성급한 판단을 내린다. 개인의 편견으로 올바른 판단을 못한다.
3) 시장의 우상: 소문에만 의지해서 판단할 때의 위험을 가리킨다.
4) 극장의 우상: 권위 있는 사람의 말이라고 무조건 믿을 때 생길 수 있는 오류를 경계해야 한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을 남긴 영국의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은 우리에게 흔히 잘못된 믿음이 생기는 이유로 네 가지 우상을 말했다.
베이컨은 함부로 믿거나 달콤한 정보만 믿는 것, 자신의 경험만 믿는 것은 증거가 없는 '소문'과도 같은 우상이라고 했다.
르네상스 시대를 살았던 베이컨은 지식과 정보 중 옳은 것과 그른 것을 잘 가려내는 일이야말로 인간이 가진 지성을 잘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믿었다. 세상에 떠돌아다니는 말들을 그저 믿지 말고 주의 깊게 관찰하고, 더 나아가 자신이 알게 된 것들을 잘 분류해 두는 습관이 중요하다.
3. 이유와 근거를 따져 지성을 사용하는 한 방법 - 32쪽
〈늙은 사자와 여우〉
이빨도 발톱도 시원찮게 늙어버린 사자가 아프다는 소문을 냈다. 사자는 동굴로 문병 온 동물들을 차례로 모두 잡아먹는다. 영리한 여우는 안전거리를 두고 사자 문병을 마친 후, "여기 동굴 안으로 들어간 발자국은 있는데, 나온 발자국은 없네요. 다른 친구들이 어떻게 밖으로 나왔는지 좀 알려주시겠어요?"라고 물었다.
방법적 회의 - 르네 데카르트 (1596 ~ 1650)
뭔가를 자주 의심하는 것이 꼭 좋은 일은 아니지만, 데카르트의 경우는 가장 확실한 지식을 찾는 방법으로 의심을 선택한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의심을 '방법적 회의(의심)'이라고 부른다. 방법적 회의는 조금이라도 거짓일 가능성이 있는 것은 모두 참이 아니라고 가정하고, 이를 통해 찾은 가장 확실한 지식이 바로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였다.
4. 때로는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 42쪽
〈방앗간 주인과 아들, 그리고 당나귀〉
당나귀를 팔러 시장으로 가는 아버지와 아들은 지나치며 한 마디씩 참견하던 모든 사람들의 말을 듣다가, 결국 빈손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려다가는 아무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교훈을 얻었지만, 이미 당나귀를 잃어버린 후였다.
자유와 계몽의 시대 - 임마누엘 칸트 (1724 ~ 1804)
늘 누군가 시키는 대로 하며 살았던 사람은 오랫동안 자신의 삶을 유지해 온 인습을 바꾸는 일이 쉽지 않다. 시키는 대로 하던 사람이 스스로 자기 일을 찾으려면 마치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처음 가는 것처럼 용기가 필요하다. 이것이 계몽시대 철학자인 칸트가 '스스로 생각하라!'라고 요구한 이유이기도 하다.
5. 자기 자신을 직시하라 - 53쪽
<늑대와 그림자〉
자신의 커다란 그림자를 본 늑대는 사자에게 이 모습을 보여주고 누가 왕이 될 자격이 있는지도 따져야겠다고 작정했다. 그런데 더 거대한 그림자가 늑대를 완전히 덮어버렸다. 늑대는 사자의 한 주먹에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우리가 기하학을 배우는 이유 - 플라톤(B.C. 428? ~ B.C. 347?)
플라톤에 따르면 기하학은 감각의 눈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지성의 눈을 사용하게 만드는 학문이다.
종에 그린 직각 삼각형이 실제로 조금 일그러진 삼각형이더라도 삼각형의 외심은 빗변에 있다는 것을 푸는 데 문제가 없다.
기하학의 증명이 감각의 족쇄로부터 풀려나 지성을 사용하게 만드는 훈련이라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
이런 추상적 사고가 익숙해지면 나중에는 삼각형을 종이에 그려볼 필요도 없다. 순수하게 지성의 힘으로만 생각하게 된 것이다.
6. 상상력이야말로 인간의 힘이다 - 63쪽
〈우유 짜는 소녀와 들통〉
우유 짜는 소녀는 우유가 담긴 무거운 들통을 머리에 이고 걸으면서 온갖 상상을 하며 도도하게 걷는다.
우유가 버터로 변하고, 버터는 병아리로, 병아리는 닭이 되고, 닭을 팔아서 예쁜 옷을 사서 입으면 사내들이 사귀자고 줄을 서겠지. 그러면 도도하게 '됐어요'라고 말해야지. 그때 휘청하며 소녀는 들통을 땅에 떨어트리고 만다.
상상은 그대로 다 사라졌고, 소녀의 자부심도 함께 무너졌다.
통 속의 뇌 - 매트릭스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
SF 영화 <매트릭스>는 인간이 진정한 삶을 포기한 채 일 종의 시뮬레이션된 세상인 매트릭스 안에서 살아간다는 설정으로 시작한다. 인큐베이터 안에 갇혀 잠을 자는 상태로 생체 에너지를 제공하고 대신 화려한 가상현실 속에서 살아간다.
철학에서는 이미 오래전 이런 종류의 문제를 다루었다. '통 속의 뇌"라는 사고 실험이 대표적이다. 사고와 실험과 그에 따른 온갖 상상을 하는 우리 자신이 혹시 통 속의 뇌는 아닐까?
7. 호모 파베르, 도구를 사용할 줄 안다는 것은 - 74쪽
〈까마귀와 물병〉
몹시 목이 마른 까마귀 한 마리가 물병에 남은 물을 마시기 위해 조그만 자갈을 물어다 물병 속에 차례차례 넣기 시작했다. 물이 조금씩 차오르기 시작했고, 까마귀는 마침내 위로 차오른 물을 마실 수 있었다.
이중 효과의 원리와 책임 - 이중 효과의 원리가 적용되는 문제, 딜레마
윤리학의 이중 효과는 선한 의도를 가진 일이라도 좋은 결과만 낳지 않고, 나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는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다음 4가지 기준을 만족하면,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1) 행위 자체가 도덕적으로 선하거나 최소한 나쁘면 안 된다. 2) 예상되는 나쁜 결과가 누군가의 이익이 되어서는 안 된다. 3) 의도가 선해야 한다. 4) 좋은 결과가 나쁜 결과보다 더 큰 가치를 가져야 하다.
8. 들어서기 전에 나갈 길을 생각하라 - 84쪽
〈여우와 염소〉
우물에 빠진 여우가 목마른 염소 한 마리에게 "이리 들어와 물을 마셔요. 우리 둘이 마시기에 충분하니까."라고 말한다.
여우는 우물로 들어온 염소 등 위로 뛰어올라 염소 뿔을 도약대 삼아 우물 밖으로 나온다.
염소는 뒤늦게 여우에게 도와달라고 애원했지만, 여우는 이미 숲으로 돌아가 뒤였다.
신중한 선택을 방해하는 것은 현재의 욕망이다.
절대주의와 상대주의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 ~ 1955)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의 한 핵심은 물체 운동이 관찰자의 시점에 따라 상대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더 중요한 원리는 광속은 관찰자가 어떤 상황에 있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만히 서 있는 상태로 공을 던지는 것과 도움닫기를 한 뒤 공을 던질 때 공의 속도는 다르다. 마찬가지로 빛의 속도에 가깝게 날고 있는 우주선에서 빛을 발사하면 그 빛은 가만히 서서 빛을 발사할 때보다 두 배 가까이 빨라야 하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어떤 경우든 빛의 속도는 같다. 그러니 상대성 원리는 그 이름과 달리 상대주의가 아니라 절대주의에 가까운지도 모른다.
9. 미래는 현재를 잘 살피는 것으로부터 - 95쪽
〈점성술사〉
별을 보고 미래를 읽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밤하늘 별을 보며 걷다 진흙탕 웅덩이에 빠진다. 살라달라는 외침을 듣고 달려와 점성술사를 구해준 마을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별을 보고 미래를 읽으신다는 양반이 정작 당신 발밑에는 뭐가 있는지 모른단 말이요. 이 땅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는 판에 별을 읽는다는 게 무슨 쓸모가 있담!"
불확실한 미래가 아니라 당장 눈앞의 현실을 보라.
적도 -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조율하는 길을 찾는 것
플라톤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답을 구할 때 '적도(適度 to metrion)'에 관해 말한다. 적도는 적절한(알맞은) 정도를 말한다.
인간에게 지성이 있다는 것은 무엇이 옳은지, 또 무엇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인지 찾아내는 힘이 있다는 말이다.
1. 행복이란 무엇인가? - 106쪽
〈욕심 많은 개〉
뼈다귀를 물고 가던 개가 개울물에 비친 자신을 보게 된다. 개는 그곳에서 자기보다 더 크고 좋은 뼈다귀를 물고 있는 개를 보고, 크게 짖으며 물속으로 뛰어든다. 욕심 많은 개는 더 좋은 뼈다귀는 고사하고 자기의 목숨을 건지기 위해 필사적으로 헤엄쳐 나와야 했다.
'인스타그램의 함정처럼 행복은 비교에서 온다?' - 자꾸 자신의 삶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도록 만드는 것이 부작용이다.
금욕주의와 쾌락주의에 대한 오해 -에피쿠로스(B.C. 341 ~ B.C. 270)
스토아학파는 자연 속에 엄격한 인과 법칙이 존재하고 인간의 지성은 이를 파악할 수 있다고 믿었다.
스토아학파가 금욕적인 생활을 강조한 것은 우리의 욕망이나 욕심이 지성의 활동을 방해해서이다. 행복한 삶은 욕망을 억제하는 금욕적인 생활에서 온다고 믿었다. 이렇게 세상 이치를 깨닫고 마음의 평정을 얻은 상태를 아파테이아(apatheia)라고 한다.
2. 나와 너는 사정이 다르다? - 117쪽
〈동물들과 전염병〉
숲 속에 전염병이 돌았다. 사자는 회의를 열어 가장 죄가 많은 이를 신께 바치기로 한다.
사자, 호랑이, 곰, 늑대 등 야수들이 다른 동물들을 잡아먹은 자기 행동들을 줄줄이 말하고는 그 모든 행동에 다 이유가 있고, 결백하다고 말했다. 마침내 당나귀 차례가 되었다. 당나귀는 몹시 죄책감을 느끼듯이 '신부님 땅을 거닐다가 부드러운 풀잎을 뜯어먹은 것'을 고백하면서 잘못을 인정했다. 그러자 야수들은 남의 땅에서 풀을 뜯어먹었다니, 이 얼마나 끔찍한 범죄냐며, 당나귀를 몰아세웠고 당나귀를 그 즉시 신께 바치는 희생양이 됐다.
나쁜 자가 아니라 약한 자가 희생양이 되는 세상이다.
노이라트의 배 - 오토 노이라트(1882 ~ 1945)
상대주의와 절대주의 사이의 철학적 논쟁은 쉽게 결말이 나지 않는다. 각각의 입장에 장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절대주의는 모든 사안에 대한 분명한 답이 있다는 점에서 명쾌하나 독선의 위험이 있다. 상대주의는 독선을 피하기는 쉽지만 결국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에 강자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이 될 수도 있다.
과학 철학자인 오토 노이라트는, 과학자들은 진리를 향해 배를 몰고 있는 항해자와 같다고 했다.
항해를 하던 중 배에 문제가 생겨도, 수리할 수 있는 정박할 항구가 어디인지 정확하지 않을 때가 있다. 이런 경우 노이라트는 어느 방향이 그 항구를 향하는지를 두고 논쟁하기보다는 우선 배를 수리해 가며 항해를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할 일은 그 목적지가 실제로 있느냐 없느냐로 논쟁을 벌이기보다는 일단 우리 사회의 고장 난 부분을 수리하는 것이 먼저라는 것이다.
3. 네가 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 - 128쪽
〈여우와 황새〉
여우는 황새를 초대해서 넓은 접시에 담긴 수프를 대접했다. 부리가 긴 황새는 수프를 한 방울도 먹지 못했지만, 여우는 수프를 맛있게 핥아먹으면서 황새의 모습을 재미있게 바라보았다. 배가 고팠던 황새는 여우의 속임수에 약이 올랐지만 조용히 평정심을 유지했다.
며칠 뒤, 황새도 여우를 초대해서 목이 긴 호리병 속에 담긴 생선요리를 대접했다. 여우는 화를 내며 불평을 늘어놓았다. 황새는 조용히 말했다. "자기가 이웃을 대접한 그대로 받는 법이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 황금률의 법칙이다.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라는 말의 오해 - 애덤 스미스(1723 ~1790)
인간이 이기적인 존재인지 이타적인지에 대한 논쟁은 인류 지성사에서 오래된 논쟁이지만,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보는 태도 자체가 잘못이다. <<국부론>>으로 유명한 애덤 스미스는 우리가 식탁에서 밥과 고기를 먹을 수 있는 것은 농부와 푸줏간 주인의 이타심 때문이 아니라, 각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지만 '보이지 않는 손'이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주어서라고 말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면 결과적으로 사회가 풍요로워진다는 믿음이 생겼지만, 이기적으로 행동해도 괜찮다는 이상한 믿음이 확산됐다. 이때의 이기심은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 이익을 취하는 태도가 아니라, 그저 자신을 보존하고 지키는 것을 먼저 생각하는 태도를 가리킨다. 일단 한 사람이 이기적으로 행동한다면 악순환이 시작된다.
4. 근면이 답이다
〈농부와 자식들〉
죽음을 앞둔 아버지 농부는 자식들에게 농장 어딘가엔 큰 보물이 숨겨져 있다고 말한다. 농부가 세상을 뜨고 나자 자식들은 농장의 땅을 빠짐없이 갈아엎는다. 결국 숨겨진 보물을 찾을 순 없었지만, 비옥해진 땅에서 많은 수확물을 거둘 수 있었다.
부자는 본래 성실하게 노력한 삶의 결과여야 한다.
그러나 과정보다는 결과인 돈만 생각하다 보니 오늘날 부자는 성실하고 노력하는 삶의 의미와는 사뭇 거리가 생겼다.
돈이 돈을 버는 세상 - 카를 마르크스( 1818 ~ 1883)
독일 경제학자이자 철학자인 마를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타락은 필연적이라고 보았다.
시장경제의 구조 자체가 사람들을 타락시킬 수밖에 없다고 본 것이다. 돈을 많이 버는 것을 목표로 삼는 시장경제의 구조는 사람들이 더 많은 이익을 내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착취하도록 유혹한다는 데서 찾았다. 돈이 없으면 너무 힘들고 불편한 세상, 심지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도 영위하기가 어려운 세상이 됐다.
5. 정당하게 일한 자만 소유할 권리가 있다 - 152쪽
〈늑대와 사자〉
늑대 한 마리가 양 한 마리를 훔쳐서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길에서 사자를 만났는데 사자는 다짜고짜 늑대의 양을 훔쳐 갔다.
늑대는 사자에게 멀찌감치 떨어져서 "너는 내 재산을 그렇게 빼앗아갈 권리가 없어!'라고 소리쳤다.
사자는 "네 재산이라고? 네가 이걸 돈이라도 주고 사 왔니? 아님 양치기가 선물로 주던? 네가 이걸 어떻게 얻었는지 얘기 좀 해봐."라고 되받아쳤다.
노동하는 자의 소유권 - 존 로크(1632 ~ 1704)
공정한 분배는 '자연 상태'인 우리가 '사회 계약'을 통해 함께 풀어내야 할 숙제다.
6. 자유, 인간의 조건 -163쪽
〈늑대와 개>
배고픈 늑대가 배부른 개를 만났다. 늑대는 개가 부러웠다. 그러나 목에 개 줄을 연결하는 목걸이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늑대와 개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나눈다.
"너는 원할 때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없는 거야?"
"응, 항상은 아니지만 그게 뭐가 중요해?"
"세상에, 그것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어! 네가 말하는 그 맛있는 음식들이 자유의 대가라면, 나는 아무리 맛있는 어린양의 갈비라도 먹지 않을 테야!"
'인간은 자유롭도록 저주받은 존재'라고 프랑스의 실존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1905 ~ 1980)가 말했다. 본능과 욕망을 거부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의 자유다.
선택의 자유와 죄수의 딜레마
검사는 유감스럽지만 범죄 증거가 충분치 않아, 두 공범에게 서로 다른 장소에서 신문을 하면서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한다.
한 사람이 범죄행위 자백을 하고 다른 공범이 자백하지 않는다면, 자백한 사람은 그 대가로 최소한의 벌만 받고 풀려날 것이고, 다른 공범은 원래 받아야 할 벌보다 훨씬 더 큰 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죄수의 딜레마는 각자가 자신의 입장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내린다고 가정한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도달한 결과는 최선이 아니라 더 나쁜 결과가 된다. 합리적 선택을 한 것인데도 더 나쁜 결과가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상대가 배신할까 봐 믿지 못하는 신뢰의 부족 때문이다.
7. 겸손과 자신감 사이 - 175쪽
〈각다귀와 황소〉
조그만 *각다귀가 풀밭을 날고 있다가, 황소의 뿔 위에서 잠시 앉아 휴식을 취했다.
쉬고 난 각다귀는 다시 날아오르면서 황소에게 고맙다는 말을 건네지만, 황소는 각다귀의 존재가 거기 있는지도 몰랐다.
때때로 우리는 자기 자신이 아주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이의 눈에는 전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각다귀: 파리목에 속하는 각다귀과 곤충의 총칭. 모기와 비슷하게 생긴 날벌레.
인간의 한계와 이를 뛰어넘는 ‘숭고의 감정’
-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 (1818년 경)
우리 앞에 펼쳐진 거대한 자연을 보면 자신이 마치 황소의 뿔 위에 있는 각다귀 같을 때가 있다.
칸트는 자연의 위대함 앞에서 느끼는 이런 감정을 '숭고의 감정'이라고 불렀다.
자신이 생각할 수 있는 한계를 뛰어넘는 존재를 마주할 때, 느끼는 감정이다.
칸트는 숭고함을 통해 인간이 가진 역량의 한계를 말한다.
우리는 두 가지 상반된 생각을 한다. 자기 자신이 대단한 존재는 아니라는 겸손함, 따라서 함부로 오만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다른 하나는 자신을 비루하거나 보잘것없는 존재라고 느끼는 것이지만, 스스로 격하할 필요도 없다.
8. 경쟁만이 답은 아니다 - 186쪽
〈독수리와 갈까마귀〉
독수리가 되고자 했던 갈까마귀는 승자독식이 공정한 것을 알지 못했다.
누구나 자신의 능력대로 가져가는 것이니까.
경쟁에 앞서 자아 성찰이 우선이고 최선이다.
피로사회와 탈진하는 사회
- 모든 일에서 성과를 강조하는 성과주의는 경쟁을 불러일으킨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기보다는 경쟁 시장에서 성공한 미래를 먼저 보려 한다.
성공한 사람들의 삶이 환영처럼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 바람에 자신을 성찰할 시선의 여유가 없다.
9.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기는 경우 - 196쪽
〈북풍과 태양〉
북풍과 태양이 누가 더 심이 센지 두고 논쟁을 벌이다, 지나가는 나그네의 망토를 벗기는 자가 더 힘이 센 것으로 하기로 했다.
북풍이 세게 불수록 나그네는 망토를 더 단단하게 붙잡았다. 부드럽게 비치던 태양이 점점 더 뜨거운 햇볕을 보내자, 나그네는 망토를 벗고 길가의 나무 그늘로 피신했다.
‘자연으로 돌아가라’와 《에밀》 - 장 자크 루소(1712 ~ 1778)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루소의 이 말은 인간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에밀>>(1762)은 총 5편으로 이루어진 루소의 교육론이다.
에밀이란 이름의 어린이가 태어나면서부터 25년에 걸쳐 받은 교육과정을 정리했다.
루소에게 교육이란 어린 시절의 순진무구함을 회복하는 일, 혹은 어린 시절의 상태를 지속해 나갈 힘을 기르는 일이다.
우리의 삶이 낭만주의적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쉽지 않다면, 최소한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을 스스로 어떻게 바꾸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1. 공정한 분배란? - 208쪽
〈사자와 당나귀와 여우〉
사자와 당나귀와 여우가 함께 사냥을 나갔다. 당나귀가 전리품을 셋이 모두 똑같은 양으로 나누자, 사자는 화를 내며 커다란 주먹으로 당나귀를 때려눕히고는 먹이 더미 위에 당나귀를 보탰다. 그리고 이번에는 여우에게 나눠보라고 시켰다. 여우는 먹이 대부분을 사자 쪽으로 쌓아 놓고 자기 몫으로는 아주 보잘것없는 것들만 조금 가져갔다.
사자는 금방 기분이 좋아졌다. 미소를 지으며 "자네는 이렇게 공정하게 나누는 법을 누구에게 배웠는가?"라고 물었다. 여우는 조심스럽게 "당나귀한테 배웠습니다."라고 대답한 뒤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흙수저와 금수저, 공정성의 딜레마 - 누구든 당나귀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사람은 없다. 시작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하면 공정할 리 없다.
무지의 베일
- 우리는 흙 수저로 태어나도 열심히 노력하면 금수저가 될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철학자 존 폴스는 사람들이 분배의 원칙에 합의하기 위해서는 그 합의를 끌어내는 계약 상황에서 자신의 실질적인 조건들에 대해서는 모르는 상태여야 한다고 했다. 이런 상황을 '무지의 베일'이라고 한다. 합리적인 사람들이라면, 불확실한 상황에서 가능한 한 안전한 선택을 할 것이다. 흙수저로 태어났을 때 그 위험이 너무 큰 사회는 결코 좋은 사회라고 할 수 없다. 한 사회가 분배의 문제와 관련해 가져야 할 생각을 가다듬게 한다. 일단 흙 수저로 태어나면 평생 흙 수저로 살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라면, 희망이 없는 사회가 될 것이다.
2. 아무리 작은 힘이라도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다 - 218쪽
〈딱정벌레와 독수리〉
토끼가 독수리를 피해 딱정벌레 집으로 피신해 들어왔다.
딱정벌레는 독수리에게 토끼를 살려 달라고 부탁했지만, 독수리는 그대로 토끼를 덮쳤다.
화가 난 딱정벌레는 독수리 둥지로 날아가 독수리의 알들을 모두 바깥으로 굴려 떨어뜨렸다.
둥지로 돌아온 독수리는 너무 슬프고 화가 났지만, 누가 이런 짓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
이듬해에도 딱정벌레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독수리 알들을 깨트려버렸다.
절망에 빠진 독수리는 이번에는 제우스를 찾아가 그 무릎에 알을 낳았다.
누구도 제우스의 무릎에 있는 알을 해칠 수 없다고 믿었지만, 딱정벌레는 제우스 머리 위를 붕붕 거리며 귀찮게 날아다녔고, 결국 제우스가 딱정벌레를 쫓기 위해 일서는 바람에 독수리 알이 또 굴러 떨어졌다.
제우스는 딱정벌레의 행동에 정당한 이유가 있음을 알았다.
그래서 제우스는 딱정벌레가 아직 땅속에서 잠을 자는 봄에 독수리가 알을 낳도록 했다.
근대 과학의 성공과 콩도르세의 유토피아 - 마르키 드 콩도르세(1743 ~ 1794)
프랑스의 철학자 콩도르세는 프랑스 대혁명 기에 교육 문제에 가장 열렬한 관심을 가졌던 계몽주의자였다.
그는 인류 역사가 완성을 향해 전진한다고 보았으나, 공교롭게도 *로베스피에르의 생각에 반대하다 쫓기는 신세가 되고, 결국 차가운 감옥에서 생을 마감하게 된다. *로베스피에르: 프랑스의 변호사, 혁명가, 정치가로 제26 · 45대 국민공회 의장
근대 유토피아 사상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유토피아주의자들이 인간 본성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1789년 일어난 프랑스 대혁명은 인간이 자유롭고 평등한 존재라는 사실을 가장 드라마틱하게 보여준 역사적 사건이었다.
혁명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과 논란이 있지만, 이 혁명으로 신분제 사회가 붕괴하기 시작했으며 그 결과로 오늘날의 정치 체계가 시작됐다.
3. 절대 권력의 속성 - 228쪽
〈개구리들의 임금님〉
자유롭게 제멋대로 살던 개구리들이 자기들을 다스려줄 정부를 제우스 신께 요청했다.
제우스는 그들이 '단순하고 바보 같은 요청'을 한다고 생각하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통나무 하나를 개구리들의 왕으로 연못에 던져준다. 개구리들은 처음엔 물보라를 일으키면 등장한 통나무 왕을 크고 무섭다고 생각했으나, 이내 지루하고 평화로운 왕이라 생각하고 다이빙대로 쓰면서 오히려 통나무 왕 위에 모여 제우스에 대한 불만을 늘어놓는다.
신들의 왕인 제우스는 개구리들에게 가르침을 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이번엔 새로운 왕으로 학을 보냈다.
새로운 왕은 이전 통나무 왕과는 달리 개구리들을 잡아먹었다. 개구리들을 그제야 자신들의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을 했는지 깨닫는다.
개구리들은 자기들이 다 죽기 전에 왕을 데려가라고 제우스에게 애원했지만, "너희들은 너희들이 원하는 것을 가졌다. 이제 그 불행에 대해서는 너희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라고 대답했다.
열린 사회의 적 - 칼 포퍼(1902 ~ 1994)
플라톤은 그의 스승인 소크라테스가 민주 제도의 희생양이었기에 민주주의 제도에 부정적이었다.
당시의 민주주의적으로 운영된 재판에서 소크라테스는 무지한 시민들에 의해 유죄 선고를 받고 독배를 마셨야 했다.
테오도르 제리코가 그린 유명한 <메두사 호의 뗏목>(1918)의 이야기를 상기해 본다.
메두사 호의 비극 역시 쇼 마레라는 무능하고 부도덕한 사람이 선장이 되었기 때문에 일어난 비극이었다.
과학 철학자 칼 포퍼는 플라톤을 '열린 사회의 적'이라고 비판했다. 당시 열린 사회는 물론 민주주의 사회를 가리킨다.
포퍼에게 '플라톤의 현명한 통치자'는 독재자와 다르지 않았다. 그 역시 인간인 한 오류를 저지르지 않을 수 없다. 그런 한 사람에게 절대 권력을 준다면 그만큼 위험한 일도 없다고 본 것이다.
물론 플라톤 역시 그런 위험 때문에 통치자가 될 사람은 개인 재산도 가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 탐욕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 스스로를 교정하고 수정할 기회가 없는 닫힌 사회는 결코 좋은 사회라고 말할 수 없다.
4. 착한 사람들의 세상 - 239쪽
〈시골 쥐와 도시 쥐〉
도시에 사는 쥐가 시골에 사는 친척 쥐를 방문했다. 시골 쥐는 밀 줄기와 뿌리, 도토리를 식사로 대접하고, 시원한 물을 내왔다.
도시 쥐는 정성 들인 음식을 아주 조금만 먹었다. 식사 후, 도시 쥐는 화려한 도시생활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곧이어 도시 쥐도 시골 쥐를 화려한 도시 집으로 초대했다. 그곳 식당 식탁 위에 온갖 음식들이 남겨져 있었다.
시골 쥐가 막 음식을 먹으려 할 때, 문밖에서 고양이 울음소리와 발톱으로 문을 긁는 소리가 났다.
쥐들은 깜짝 놀라 몸을 피신했다가 다시 식사를 시작하려 했지만, 이번에는 사람들이 들어와 식탁을 치우기 시작했고, 그 뒤로 집을 지키는 개가 따라 들어왔다.
결국 시골 쥐는 서둘러 길을 떠났다. 시골쥐는 평범한 음식이라도 마음 편하고 안전하게 먹고살 수 있는 시골이 더 좋았다.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 사회의 비도덕성을 말한 것은 절망이 아니라 희망을 말하기 위해서이다.
우리 사회가 비도덕적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이해해야 사회를 혁신할 수 있다. 도덕적인 인간이 결국에는 비도덕적인 사회를 도덕적인 사회로 바꿀 힘을 갖는다.
5. 집단을 위한 개인의 희생 - 250쪽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쥐들이 고양이로부터 자유로워질 방법을 궁리하기 위한 모임을 가졌다.
누군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 고양이가 다가올 때 방울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하자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도대체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겠는가?
자유, 윤리적 행위의 조건
- 인간에게는 자유 의지가 있으며, 이에 따라 선택하고 행동한다.
칸트는 인간이 두 왕국에 각각 한쪽 발을 걸치고 있는 존재라고 했다.
한쪽은 필연의 왕국이고, 다른 한쪽은 자유의 왕국이다.
우리 몸이 물리적 존재로서 필연의 왕국에 속해 있다면, 마음과 정신은 자유의 왕국에 속해 있는 것이다.
누군가 타인을 위해 희생하고 그 희생이 위대할 수 있는 이유는 그런 희생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전제될 때이다.
제비 뽑기를 통해 특정 쥐에게 희생을 강요한다면 그 쥐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지 않은 것이다.
이런 경우 그 쥐의 행동, 나아가 공동체의 결정, 그 어느 것도 윤리적이라고 하긴 어렵다. 설령 그 결과가 모두에게 이익을 준다고 하더라도.
6. 곤궁에 빠진 이를 탓해서는 안 된다 - 260쪽
〈황소와 염소〉
황소 한 마리가 사자를 피해 염소들의 동굴로 피신했다. 그곳에는 무리에서 떨어져 남겨진 염소 한 마리가 있었다.
염소는 황소가 들어오자 머리를 낮추고 달려들어 황소를 뿔로 받았다.
동굴 밖에는 아직 사자가 어슬렁거리고 있었으므로 황소는 염소가 주는 굴욕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
황소는 조용히 이렇게 말했다. "내가 겁쟁이라서, 네 그 용감한 행위를 견딘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사자가 가고 나면 네가 무엇을 잊고 있는지를 가르쳐 주마!"
우리는 우리가 진짜 싸워야 할 대상을 파악해야 한다.
콩도르세의 역설과 민주주의의 의미
- 다수결은 많은 사람의 의견을 반영할 수도, 반대로 많은 사람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이상한 결정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콩도르세는'아무리 작은 힘이라도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다'라고 말했고, 다수결의 원리가 가진 구조적 문제를 짚었다.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하거나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선택하게 하고 이를 다수결로 결정했을 때, 실제 사람들이 원하는 것과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이를 '콩도르세의 역설' 또는 '투표의 역설'이라고 부른다.
7. 당신에게는 아무것 아니어도 누군가에게는 아픔이다 - 270쪽
〈아이들과 개구리〉
아이들이 연못에 조그만 돌을 던져 수제비 뜨는 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개구리 가족은 그 돌들을 보고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마침내 나이 많은 용감한 개구리 한 마리가 물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외쳤다.
"얘들아, 제발 그 잔인한 놀이를 좀 멈추렴! 너희들은 재밌을지 몰라도 우리는 죽을 수도 있단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이 악의 부역자가 될 수도 있다.
판단중지 - 에드문트 후설(1859 ~ 1938)
독일의 현대 철학자인 에드문트 후설은 당연한 것을 의심해 보는 한 방법으로 '판단중지'를 제안했다.
본래 판단중지는 회의주의학파의 주요 인물이었던 피론(B.C. 360? ~ B.C. 270?)이 강조한 방법이었다.
판단중지는 우리가 믿고 있는 것들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는 것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고, 진리라고 생각하는 믿음 때문에 이런저런 번뇌에 시달리기도 한다.
피론에 따르면, 우리가 진리라고 믿는 것들은 절대적이지 않다.
자신의 믿음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는 태도를 유보하면, 세상을 좀 더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고, 결과적으로 마음의 평정을 얻을 수 있다.
8. 다름은 틀림이 아니다 - 280쪽
〈두 개의 항아리〉
청동 항아리는 점토로 만든 항아리에게 함께 세상 구경을 가자고 제안했다.
점토 항아리는 스스로 깨지기 쉬운 것을 알고 있었기에 제안을 거절했지만, 청동 항아리는 자기가 잘 막아서서 지켜주겠다며 계속 흙 항아리를 설득했다.
결국 2개의 항아리는 뒤뚱거리며 길을 나섰다.
걷자마자 서로 부딪혔고, 결국 흙으로 만든 항아리는 다음 걸음에서 수많은 조각으로 부서졌다.
차이를 존중해야 한다. 내가 아니라 네가 좋아야 좋은 것이다.
반성적 평형 - 어떤 원리를 현실에 적용해 가면서 적절한 정도를 찾는 방법
살면서 우리는 어떤 가치에 대해서는 보편적 특성을 부여한다. 인권 문제가 그렇다.
반면 어떤 문제에 대해서는 상대주의적 관점에서 본다. 개인의 옷차림, 취향 같은 것들이다.
복잡한 현실을 하나의 관점으로만 설명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중요한 것은 평형 상태, 즉 적절한 정도를 찾아내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이유도 없다.
인류는 이제껏 그런 균형점을 찾는 많은 사회적 실험을 해왔다. 역사가 그런 노력의 증거이다.
9. 참여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 290쪽
〈헤라클레스와 마부〉
비가 세차게 오는 날, 농부는 진흙탕으로 변한 길 때문에 말도 마차도 제대로 끌 수가 없었다.
마침내 바퀴가 수렁이 빠져 마차는 꼼짝 못 하게 됐다.
농부는 재수가 없다고 한바탕 욕을 하고, 큰 소리로 헤라클레스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러자 실제 헤라클레스가 나타나 이렇게 말했다. "자네 어깨를 마차 밑에 받치고 말을 재촉해 보게. 그렇게 쳐다보기만 하면 바퀴가 굴러갈 것 같은가? 나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 사람은 도와주지 않는다네!"
농부는 말에게 기운 내라고 재촉을 하면서 헤라클레스의 말대로 했다. 그러자 이내 마차가 진창을 빠져나왔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면, 그에 맞춰 노력하게 된다.
앙가주망 - 장 폴 사르트르(1905 ~ 1980)
앙가주망(Engagement)은 프랑스 실존철학자 사르트르의 후기 철학을 대표하는 개념이다.
본래 앙가주망은 약혼이라는 뜻으로, 약속과 구속의 의미를 갖는다.
사르트르는 이 앙가주망에서 참여의 의미를 강조한다. 개입한다는 뜻이다.
그에 따르면 실존적 인간은 자신의 현실을 인정하고 동시에 부정함으로써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존재 자이다.
인간의 현재란 과거와 미래가 만나는 장소이다. 과거를 인정하되 동시에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존재로서 인간은 일종의 자기 구속 상태를 갖게 된다. 이것은 역설적이게도 자신을 속박하는 과거로부터 해방되어 열린 미래로 나아간다는 약속을 의미하기도 한다.
개인의 삶이 행복하고 평화롭기 위해서는 그 삶에 끼어 들어오는 다른 조건들, 즉 사회적 조건들의 문제를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참여는 한 개인의 삶으로부터 자연스럽게 사회적 문제의식으로 확장된다.
책 읽기 좋은 계절이다.
편하게 읽어 내린 이솝우화를 통해 깊은 사유를 즐길 수 있었다.
『이솝 우화로 읽는 철학 이야기』 책을 읽는 동안 많은 철학자들의 사상을 어렵지 않게 공유할 수 있었다.
책의 목차대로 이렇게 요약해서 흔적을 남겨두면, 언제든 다시 이 책을 펼쳐서 읽어보는 효과가 있다. 나에겐 오랫동안 오늘의 감동이 들고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