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온책읽기

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 - 박예진 엮음 / 편역

"인간 답지 못하면 어떠냐" "나는 인간으로서 실격됐다." 상반된 고백

by Someday

우리는 <<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 책 속에서 그가 써 내려갔던 숱한 문장들과 다시 마주한다.

완성되지 못한 채 뒹굴던 다자이의 다양한 파편들이 비로소 한 곳에 모였다.

흔들리고 무너지면서도 멈추지 않고 써 내려갔던 1900년대 작가 다자이가 한 권의 책 속에서 걸어 나왔다.



Part. 1 부서진 마음의 언어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사양>>

가즈코는 패전 이후, 어머니와 살고 있던 저택을 팔고 시골로 이사를 가게 된다.

가즈코는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귀족계급(화족) 어머니를 뒷바라지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징집된 후 소식이 끊겨 죽은 줄로 알았던 동생 나오지가 겨우 아편 중독을 벗어난 상태로 돌아온다.

<<사양>>은 주인공 가즈코의 내면과 독백이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된다.

가즈코, 엄마, 동생 나오지, 나오지의 스승이던 소설가 우에하라 등 네 사람의 전후 우울한 삶이 그려진다.

어머니는 건강이 더 나빠지고, 나오지는 이전과 같은 방탕한 생활을 계속한다.

가즈코는 우에하라에 대한 사랑이 쌓여가고, 그의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은 마음을 편지에 담아 보내기도 한다. 이 와중에 어머니는 결국 결핵으로 숨을 거두고, 장례식을 끝낸 가즈코는 우에하라를 찾아가서 하룻밤을 함께 한다.

동생 나오지는 자살을 선택하고. 홀로 남은 가즈코는 우에하라의 아이를 낳아 키우기로 결심한다.

가즈코에게 아이는 단순한 생명 연장이 아닌, 과거의 슬픔을 극복할 용기와 새로운 삶의 목표를 세우게 하는 존재이다.

상실과 몰락이 반드시 종말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새로운 시작의 가능성이 될 수도 있다. 이 작품은 시대와 개인, 개인과 내면의 갈등을 통해 사회와 인간의 본질을 성찰하게 한다.



작품의 제목 <<사양>>은 몰락해 가는 귀족 가문의 모습을 '지는 태양'(斜陽)을 비유한 것으로, 이때부터 몰락해 가는 귀족을 사양족(斜陽族)이라 부르게 됐다. 당시, 한자 '사양'의 뜻에 몰락이라는 의미를 추가할 정도로 영향력 있는 작품이었다.

<<사양>>의 모티브는 다자이 오사무의 애인 오타 시즈코의 일기에서 가져왔다. 이 작품은 안톤 체호프의 벚꽃 동산의 영향을 받아, 다자이 오사무 스스로 일본판 벚꽃동산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2009년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행복감이라는 것은, 슬픔의 강바닥에 가라앉아 희미하게 빛나는 사금의 알갱이 같은 것이 아닐까. - 본문 36쪽



나약한 자의 삶은 누가 위로할 것인가

<<인간실격>>

오버 요조는 어릴 때부터 심각한 소외감과 두려움 속에서 살아왔다. 물질적으로 부족함 없이 자랐지만, 내적으로 전혀 다른 삶을 살았다. 요조의 가부장적인 아버지는 차갑고 냉정한 태도로 자녀들에게 정서적인 지지와 사랑을 베풀지 않았다. 이런 아버지의 통제 속에 요조는 항상 불안에 시달렸으며,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결코 사랑받지 못할 거란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는 내면을 감추고 가면을 쓰고 있어야 했다. 자신을 드러내는 두려움은 그를 점점 더 고립시켰다. 요조는 명랑하고 유머러스한 태도를 보였지만, 이는 철저히 계산된 연기였다. 그는 자신의 실제 모습을 괴물이라고 느꼈고 자기혐오에 빠진다. 내적 갈등과 고통은 자아를 분열시켰고, 타인을 향해 피상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인각 실격>>은 작가가 평생 겪었던 충격적인 사건들을 허구화한 작품으로, 자기 해명의 책으로도 불린다.

저자와 소설 속 주인공은 모두 어린 시절 부유했고, 동반자살을 시도하다가 여자는 죽고 자신만 혼자 살아남는 것도 사실과 같다. 주인공 요조를 통해 외부로 드러난 갈등속에는 작가 자신의 내면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책은 절망의 기록이 아니다. 실패 속에서도 인간으로 살아남으려 고군분투하는 모습에서 많은 사람들은 위로와 공감을 느낀다. 1948년 발표된 이 작품은 불안하고 우울한 당시 전후 일본 시대상을 잘 반영하고 있다.

<<인간실격>>은 작가 자신의 예술적 자서전을 표현한 작품으로 기독교에 대한 스스로의 생각도 반영됐다.

다자이 오사무는 연재 중이던 이 작품의 마지막 회를 발표하기 직전, 자살했다. 세간에는 이 마지막 회를 유서로서 수정하지 않고 바로 연재에 넘겼다고 알려졌지만, 1990년 다자이 유족이 발견한 초고에 의해 여러 차례 수정되었다.

다자이는 일찍이 유흥가에 드나들며 기생들과 어울렸다. 스스로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부유한 부모님 돈을 가져다 썼고, 돈이 떨어지면 여기저기 손을 내미는 비굴한 편지를 썼다. 방탄과 마약에 찌든 이력, 염세주의에 빠진 작품 속 자멸의 세계가 하나로 오버랩 된다.

그는 인간 내면의 상처와 회복, 회피와 연민, 실격된 인간의 이중성을 절실하게 그려내다가 떠났지만, 그의 서른여덟 짧은 생은 대부분 퇴폐와 방탕으로 얼룩져 있었다.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다.

나에게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이 도부지 짐작되지 않는다. - 본문 54쪽



이미 저지른 일은 돌이킬 수 없다.

<<어쩔 수 없구나>>

이 작품은 매우 짧고 위트 있는 문체와 대비되는 주제로, 전쟁 중 피난민과 농민의 대립을 통해 당시 시대상을 풍자적으로 그려낸 단편이다. 논평가들은 이 작품이 다자이의 '바늘 끝 같은 유머감각'임과 동시에 '삶의 피로감'을 담아낸 예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 작품의 마지막 문장, "어쩔 수 없구나"는 다자이의 다른 작품에서도 자주 인용되곤 했다. "체념과 허무가 가득한 세상에서도 살아가야 한다"라는 그의 세계관을 상징하는 키워드이며, <<어쩔 수 없구나>>는 인간이란 존재의 본질적인 고독을 강조한다. 인간은 고독과 갈등을 받아들이며 성장과 자기 이해로 나아가는 과정을 거친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상황을 회피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직면하라는 메시지를 받게 된다.


어쩔 수 없구나. 그 여자는 다름 아닌, 의사의 부인이었다. - 본문 70쪽



Part. 2 아름다운 것들은 모두 깨지기 쉽다

삶은 고통스럽지만 아름다운 것

<<여학생>>

<<여학생>>은 한 소녀의 하루를 통해 인간관계와 내면의 갈등, 그리고 정체성의 성찰을 다뤘다.

다자이 본인의 삶에서 반복되었던 '감각'과 '고독'을 그대로 담긴 작품이다.

이 소설은 단조로운 일상을 다루고 있지만, 주인공 여학생의 시선으로 그려진 세계는 그녀의 복잡한 내면과 엇갈리 감정을 통해 깊이 있는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이렇게 행동하는가?'라는 의문을 통해 여학생은 성장하고, 더 단단한 내면을 지닌다. 개인주의와 고독이 만연한 사회에서 이 작품은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관계하고 성장하면서 '나'의 본질에 대해 다시금 고민하게 한다.



"모두를 사랑하고 싶다"라고 눈물이 날 만큼 생각했다. 가만히 하늘을 보고 있으면, 점점 하늘이 변해간다. 점점 푸르스름해진다. 그저 한숨만 나오고, 벌거벗고 싶어졌다. 지금처럼 나뭇잎이나 풀이 투명하게, 아름답게 보인 적이 없었다. 살짝 풀잎에 손을 대 보았다. 아름답게 살고 싶다. - 본문 90쪽



뒤틀린 사랑이 향하는 곳

<<직소>>

다자이 오사무의 <<직소>>는 신약성경 속 '가롯 유다'의 시선으로 애증이라는 감정을 정면으로 응시한 작품이다. 작품에는 성경 속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이름만 빼고는 종교적인 색채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소설 속에서 유다는 단지 배신자가 아니다. 그는 누구보다 예수를 사랑했으나, 그 사랑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절망과 분노가 노출된다. 그 분노는 유다를 비틀리고, 흔들리며, 결국 파멸로 이끈다.



유다의 감정은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유다는 끊임없이 갈등한다. 회개하고, 다시 흔들리며, 끝내 배신을 실행하지만, 그 속에는 여전히 사랑이 남아 있다.

그 사람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었던 마음, 그가 마리아를 향해 웃을 때 느꼈던 질투, 마지막 발을 씻는 장면에서 차오른 눈물까지.

다자이는 인간의 복잡하고 모순적인 감정이 얼마나 파괴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직소>>의 유다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그가 배신자인 유다의 입장에서 유다의 선택을 복합적으로 통찰한 것은 다자이 스스로 자신을 '배신자', '도망자'라고 비난하며 살았던 자의식이 반영된 것으로도 읽힌다.


내 사랑은 순수한 사랑이다. 남들에게 이해받기 위한 사랑이 아니다. 그런 비루하고 천한 사랑이 아니다. 나는 영원히, 사람들의 증오를 받게 된다. 하지만 이 순수한 사랑의 탐욕 앞에서는, 어떤 형벌도, 어떤 지옥의 불길도 문제 되지 않는다. - 본문 107쪽



가장 인간다운 가치, 신뢰와 신념

<<달려라 메로스>>

전후 일본 문단에서 '다자이의 기적'이라 불리는 <<달려라 메로스>>는, '약속'과 '신뢰'라는 주제를 통해 깊은 울림을 전하는 단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독일 시인 프리드리히 폰 실러의 시 <인질>에서 영감을 받아 재구성했다.

메로스의 여정은 단순한 우정과 용기의 서사가 아니라, 개인의 신념이 타인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시험받고 성숙해지는지를 보여준다. 저자가 평생 품었던 인간 불신의 그림자를 걷어 낸 순간이 보인 작품이다.



다자이는 <<인간실격>>에서 "나는 인간이 되지 못했다"라고 고백할 만큼, 자신의 존재에 대해 깊은 절망을 드러낸다. 그러나 <<달려라 메로스>>에서는 정반대였다. 그는 이 작품에서 "인간은 믿을 수 있는 존재이다"라는, 자신이 결국 도달하고 싶었고 신뢰하고 싶었던 세계를 그렸다. 다자이는 메로스와 셀리누티스와의 관계를 그저 의무와 희생만 존재하는 사이가 아니라고 보았다. 서로의 믿음을 기반으로 한 상호 의존적 관계를 통해 진정한 인간다움을 확인하는 과정인 것이다. 개인주의로 신뢰가 약해진 현재의 우리에게 메로스의 태도는 서로 간 신뢰가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되새기게 한다.


나는, 그 신뢰에 반드시 보답해야 한다. 지금은 오직 그 한 가지뿐이다. 달려라! 메로스 - 본문 122쪽



Part. 3 나를 만든,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

당신의 연약함은 나의 죄

<<앵두>>

다자이의 단편 <<앵두>>는 섬세한 필체로 가족 간의 사랑과 갈등, 부모의 책임감과 무력감을 다뤘다. 겉보기엔 단순한 일상의 에피소드로 보이지만, 주인공인 아버지의 내면을 중심으로 인간의 연약함, 가족의 본질을 향한 질문 등이 전개되는 구성이다.

부모와 자식이라는 관계를 통해 삶의 책임과 사랑, 그리고 이들이 가져오는 고통이 진솔하게 묘사되어 있다.

작품에서 아버지는 끊임없이 자신이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 깨닫는다. 그는 농담을 던지며 애써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려 하지만, 이런 노력들은 오히려 자신의 무능함을 감추기 위한 방어 기제이다. 특히, 둘째 아들은 네 살이 되었어도 아직 걷지도, 말도 못 했고, 또래보다 훨씬 작고 허약했다. 아버지는 아들의 상태를 그대로 받아들이길 어려워하면서도, 아들을 지키고자 하는 본능적인 책임감 사이에서 갈등한다. 그는 자신의 무력감을 깨닫지만, 늘 가족과의 관계를 지속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아버지는 우리 삶에서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상기시킨다. 가족 간의 소통과 유대감을 중요시 여기는 아버지의 모습은 현대사회에서도 중요한 가치로 보인다.



삶이란 단순한 생존이 아니다. <<앵두>>의 주인공처럼 스스로의 약함과 마주하며, 책임을 짊어지는 태도 또한 귀한 삶이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으며, 그 안에서 갈등하고 방황하며, 실패도 한다. 그러나 그 과정은 삶의 일부분이며, 이를 통해 우리는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성장하고 성숙해 간다.

다자이 오사무는 죽기 한 달 전, 이 작품을 발표했다.

<<앵두>>가 발표된 직후인 같은 해 6월 13일, 그는 연인과 함께 타마 강에서 투신자살을 시도했고, 19일 그의 유해가 발견됐다. 이로 인해 일본에서는 매년 6월 19일을 '앵두기'로 부른다.


우리 집에서는 아이들에게 사치스러운 음식을 먹이지 않는다. 아마 아이들은 앵두 같은 건 본 적도 없을지도 모른다. 먹여준다면 분명 기뻐할 것이다. 아버지가 그것을 집에 가져간다면, 틀림없이 기뻐할 것이다. - 본문 136쪽


아이보다 부모가 더 소중하다고, 그렇게 믿고 싶다. 아이보다도, 그 부모 쪽이 더 약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 본문 140쪽



나를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

<<어머니>>

다자이는 작품 <<어머니>>를 통해, 1945년 전후, 쓰가루 지방의 피난 생활 터를 배경으로 지방 문화와 인간관계의 복잡성을 탐구했다.

작품 속에는 전쟁이 남긴 상처의 아픔을 간직한 귀환한 청년과 여관의 여인 사이의 짧은 대화와 침묵을 옆방에서 우연히 듣게 된 주인공을 통해 알 수 없는 수상한 관계에 대한 긴장감을 함께 느끼며, 우리는 타인의 내면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상징적 한계에 이른다.

그리나 여인은 '어머니'처럼 인간에 대한 연민과 위로를 품은 존재로 그려지며 귀환병의 상처를 치유해 주기도 한다. 작가는 <<어머니>>에서 주인공과 오가와의 여러 장면들, 귀환병과 여인의 대화 등을 통해 인간다움의 본질을 탐구하고 있다.

다자이는 '어머니'라는 보호와 '귀환병'이라는 상처 난 존재를 대비시키면서 자신은 주인공인 관찰자로서 머물렀다. 독자는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다자이 자신의 혐오와 연민을 느끼게 된다. 그는 여러 번의 자살을 시도하며 생존과 죽음, 존재와 부재 사이에서 고민했던 사람이었으므로.



나는 옆방에서 있었던 그 일을 오가와 군에게 알려 그를 곤란하게 만들려던 계획을 아예 포기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일본 여관은, 참 좋군."

"왜요?"

"응, 조용하더군." - 본문 156쪽



고독이 가족을 사랑하는 방식

<<셋째 형 이야기>>

가족 간의 유대와 예술적 열망,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벌어지는 인간 감정을 서술한 작품이다.

셋째 형의 허세와 유머, 가득 찬 예술적 열정으로 삶을 조명하던 이야기는 죽음이 가까워질수록 형의 내면이 섬세하게 드러난다. <<셋째 형 이야기>>는 주인공과 셋째 형의 관계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재조명하면서 삶과 예술, 고독이라는 주제를 복합적으로 다루고 있다. 셋째 형의 죽음 이후에도 그가 남긴 삶의 흔적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가 이어진다. 형은 완성된 작품을 남기지 못했지만, 그의 삶 자체가 예술이었을 만큼 미완으로 남겨진 열정의 흔적들은 삶을 풍부하게 만든 요소였다. 예술을 단지 결과물에만 있지 않고, 예술가의 태도와 삶 그 자체에도 존재하고 있다.



다자이는 실제 부유한 지주 가문의 아들이었으나, 좌익 활동과 복잡한 사생활로 인해 가문에서 제명당했다. 전후, 피난 생활은 그에게 절연했던 형제들, 친척들과 다시 마주해야 하는 심리적 부담감과 화해의 과정이 얽힌 복잡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일찍 아버지를 여읜 형제는, 아무리 돈이 많아도 역시나 안쓰러운 존재라고 나는 생각한다. - 본문 173쪽



Part. 4 희망은 때론 가장 잔인한 거짓말이 된다.

로맨스에 갇힌 희망이란 환영

<<사랑과 미에 대하여>>

이 작품은 다섯 남매가 즉흥적으로 창작한 이야기와 현실이 교차하는 순간을 허구와 진실, 가족 간의 관계를 탐구했다. 노수학자를 주인공으로 한 가상의 이야기 짓기에서 시작되는 작품으로 남매들 각자의 개성과 시각이 담겨 수학자라는 인물을 세밀하게 구축해 간다. 그러나 이야기가 끝나는 순간 예상치 못한 사건이 벌어지면서 허구와 현실의 경계가 흐려진다.



남매들이 이야기한 허구의 창작 과정은 현실만큼 생생하다.

그들은 노수학자의 감정과 행동, 삶의 방식까지 구체적으로 상상하며 마치 실존하는 인물처럼 그려낸다.

수학자는 한때 사랑했던 여성과 재회하지만, 곧 다시 이별하고 장미꽃을 사서 집으로 돌아온 그는, 아내에게 꽃을 건네듯 이미 떠나간 과거의 모습이 담긴 사진 속 인물에게 말을 걸지만, 두 사람은 '사랑'을 나누었음에도 이미 서로의 마음이 머무는 세계는 멀리 떨어져 있었다.

'사랑'은 타자의 고유한 세계에 대한 인식이며, 작중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허구의 이야기 속에는 현실의 인간관계가 무의식 중에 반영된다.

다자이 오사무 또한 평생을 사랑과 자기혐오, 존재의 고독 등을 소설이라는 허구의 글로 반복해서 탐구하다 갔다.

서로 '타인일 수밖에 없다'라는 인식으로 그가 스스로 느꼈던 인간관계의 한계를 반영했던 것처럼, 우리가 지어갈 이야기도,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내면을 끌어내며 삶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나, 지금 확실히 알았어요. 당신과 나는 남이었어요. 아니, 예전부터 남이었죠. 마음이 사는 세계가, 천 리도, 만 리도 떨어져 있었던 거예요. - 본문 190쪽



희생이라는 촛불의 심지 끝, 타지 않은 나 자신을 발견하다.

<<비용의 아내>>

<<비용의 아내>>는 남편의 방탕한 삶에서도 묵묵히 버텨온 아내의 시선을 통해, 희생과 독립 사이의 복잡성을 탐구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다자이가 마지막 연인 야마자키 도미에와 동거하던 시기에 발표한 작품으로, 실제 도미에는 '현실 속 비용의 아내'로 불리며, 그의 자살 동반자로 알려져 있다. 작품 속, 주인공의 헌신과 애정은 도미에를 떠올리게 한다. 다자이는 자신이 '살고 싶지만 살 수 없는 인간'임을 드러냈지만, 이 작품 속에서는 삶에 대한 의지도 읽힌다.

마지막 대사인 "인간 답지 못하면 어떠냐"라는 문장은 <<인간실격>>의 "나는 인간으로서 실격되었다"라는 문장과 대조적이다. 전자가 '그래도 인간은 살아간다'라는 의지를 보여주었다면, 후자는 '인간으로 살 수 없다'라는 절망에 가까운 고백이다.



<<비용의 아내>>는 단순한 가정 내 희생의 다룬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각자의 삶에서 어떤 관계를 지속하고, 어떻게 독립적인 존재로 살아갈 것인가에 다시 묻게 된다. 많은 사람이 가족, 사랑, 책임 속에서 자신을 희생하는 삶을 선택하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고 독립적으로 살아가야 할 필요성도 느낀다. 작품 속 아내가 점차 자신의 삶을 찾아가듯이, 우리 역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설계하고, 희생과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관계에서 자신을 잃지 않으면서도 타인과의 유대를 지켜나가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무조건 희생이나 도피가 아닌 서로를 존중하며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아가는 자세가 자신을 지키는 중요한 요소이다.


나는 별로 기쁘지도 않았고, 그저 "인간 답지 못하면 어때. 우리, 살아 있기만 하면 되는 거야"라고 말했다. - 본문 205쪽



무너진 이상 속에 담긴 현실

<<늙은 아이델베르크>>

이 소설은 자신이 들렀던 여행지를 회상하는 주인공을 통해 사랑과 상실로 형성된 정체성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그려내고 있다. 기억 속 장소, 시간이 만든 감정의 변화, 그리움과 상실 등이 사실적으로 드러난다. 타지 생활에서 인간이 마주한 존재의 내면과 추억 속 외면의 상호작용 등을 탐구한 작품이다.



주인공이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며 느끼는 아쉬움은 삶의 깊이와 연결된 예술과도 같다. 그는 과거 행복한 순간들을 그리워하지만 동시에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아쉬움과 그 시절에 머물러 있는 자신에 대한 갈등 한다. 이런 상반된 감정은 개인의 내면과 사회적 관계와 연관되어 만들어진 문학 작품세계와 이어진다.

독자는 이 작품을 통해 앞으로 삶의 시간 균형을 어디에 둘 것인지, 자신의 길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거리를 걸어도 과거의 향기는 어디에도 없었다. 미시마의 색이 바랜 것이 아니라, 내 가슴이 늙고 말라버려서 그곳이 의미 없게 느껴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 본문 219쪽



다자이 오사무의 생애와 작품 세계

인생은 차디찬 고독이다.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인간의 가장 어두운 면을 마주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은 비극을 회피하거나, 슬픔을 침잠하기 위한 독서가 아니다. 오리혀 그의 글을 통해 외면하거나 눌어왔던 감정들을, 아주 구체적이고 날카로운 언어로 드러낼 수 있는 자기 인식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의 짧은 생은 비극적으로 끝났지만, 작품은 여전히 많은 독자에게 울림을 준다. <<인간 실격>>, <<사양>> 등의 작품은 지금도 책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영화 등으로 재해석되어 사랑받고 있다.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중요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다자이 오사무(1909년 6월 19일 ~ 1948년 6월 13일)는 일본 쇼와 시대의 소설가이다. 대학교를 중퇴한 이후 첫 작품집 『만년』을 발표하였다. 그 후 일본 낭만파의 동인으로 활동하다가 일본의 패전 이후에는 기성 문학 전반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무뢰파로 활동하였다. 그의 주요 작품으로는 『달려라 메로스』, 『쓰가루』, 『오토기조시』, 『사양』, 『인간실격』 등이 있다. 그의 작품은 난해하고 퇴폐적이라는 평가가 있으나, 문체가 뛰어난 단편 · 중편 소설을 발표하여 젊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또한 사소설풍의 소설을 많이 썼는데, 대체로 자신을 소재로 한 픽션이라 할 수 있다. - 자료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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