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은 손에 잡히지 않는 '빛'을 '공'이라는 구체적인 사물에 투영했다
새벽에
누가 나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인생에는 어떤 의미도 없어
남은 건 빛을 던지는 것뿐이야
나쁜 꿈에서 깨어나면
또 한 겹 나쁜 꿈이 기다리던 시절
어떤 꿈은 양심처럼
무슨 숙제처럼
명치 끝에 걸려 있었다
빛을
던진다면
빛은
공 같은 걸까
어디로 팔을 뻗어
어떻게 던질까
숙제를 풀지 못하고 몇 해가 갔다.
때로
두 손으로 간신히 그러쥐어 모은
빛의 공을 들여다보았다
그건 따뜻했는지도 모르지만
차갑거나
투명했는지도 모르지만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거나
하얗게 증발했는지도 모르지만
지금 나는
거울 저편의 정오로 문득 들어와
거울 밖 검푸른 자정을 기억하듯
그 꿈을 기억한다
<거울 저편의 거울 2> 역시, 작가의 보이지 않는 내면의 고통,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드러난다.
작가는 <거울 저편의 겨울>을 연작으로 발표했고, 이 시들을 통해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에서 드러났던 한강의 깊은 내면의 상처가 다시 그대로 전해졌다.
<거울 저편의 거울> 연작 시에서는 한강의 '상처의 역사'가 좀 더 개인적인 실존적 고백으로 맞울림 된다.
시들은 작가의 소설 <<희랍어 시간>>, <<흰>>과 이어져있다는 느낌이 든다.
말을 잃어가는 여자와 눈을 잃어가는 남자가 만난 '희랍어 시간'처럼, 시에서도 감각의 상실과 그 너머의 소통이 이어졌고, 더럽혀지지 않는 '흰' 것들에 대한 집착이 작가의 순수한 '빛'과 '투명함'에 맞닿았다.
한강은 손에 잡히지 않는 '빛'을 '공'이라는 구체적인 사물에 투영했다.
빛은 존재의 본질처럼 손에 잡히지 않지만, 독자들에게도 삶의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차가운 겨울 아침,
오늘따라 눈부신 햇볕이 창가로 쏟아져 내린다.
한강의 연작 시 <거울 저편의 겨울>을 읽기 참 좋은 아침이다.
삶의 근원적인 질문과 그 답에 대한 막막함 사이로 빛나는 겨울 햇살이 아름답게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