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은 1,400년 전 찬란했던 백제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아름다운 도시다.
당시 한반도 역사의 중심지였던 익산 미륵사지를 10년 만에 다시 찾았다. 2015년 '백제역사유적지구'로 지정된 왕궁리 유적을 함께 둘러보지 못한 것이 종내 아쉬웠지만, '묵'이 많이 피곤한 상태여서 2박 3일 여정을 1박 2일로 끝내야 했다. 미륵사지에 도착한 시간도 '국립 익산 박물관' 폐장이 가까워진 시간이어서 박물관은 둘러보지 못한 채 미륵사지 절터로 향했다.
이번엔 박물관 홈페이지에 들려 당시 찬란했던 백제 역사를 자세하게 살펴보는 것으로 대신한다. 미륵사지는 24시간 개방되어 있다.
미륵사지는 백제 무왕이 창건한 백제 최대 규모의 사찰이다.
미륵사지로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국립 익산 박물관이 보인다. 백제역사유적인 왕궁리 유적, 미륵사지 등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곳으로
백제의 수도 이전과 건국 후 흐름을 한 곳에서 생생하게 둘러볼 수 있는 백제사 연구의 중요한 자료를 망라한 곳이다. 그 곁으론 어린이 박물관도 함께 있다.
관람시간: 화~일 09:00~18:00(입장시간: 17:30까지) /어린이 박물관 화~일 10:00~16:50
휴관일: 매주 월요일, 매년 1월 1일, 설날 및 추석 당일
미륵사지는 시간과 위치에 따라 보이는 모습과 분위기가 전혀 다른 느낌이다. 그만큼 거대한 규모이다. 마치 넓은 평야에 우뚝 서 있는 듯 독보적으로 보이는 미륵사지 석탑과 동원 구층 석탑의 위용과 섬세함은 특별한 조화와 균형을 이룬다.
미륵사지 석탑과 동원 석탑에는 각각 당간지주가 놓여 있으며, 이곳은 동원 구층 석탑 당간지주다.
당간지주는 절의 법회 등 행사가 열릴 때 입구에 당(幢)이라는 깃발을 걸어두는 목적으로 세워진 기둥이다.
동원 구층 석탑은 현대에 이르러 복원되었지만 서탑과 더불어 미륵사의 축을 이루던 석탑이 있던 자리에 세워졌다.
당시 미륵사는 서탑과 동탑을 좌우로 배치하여 대칭구조를 이루며 가운데 목탑이 놓여있었다고 한다.
미륵사지 동원 구층 석탑은 1974년 동원 탑 터 발굴조사 후, 1991년 복원을 시작해 1992년에 완성됐다.
봄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석탑 가까이에서는 ‘풍경(風磬)’ 소리가 은은하게 울려왔다. 고개를 들어 석탑 꼭대기를 바라보니, 석탑 모서리에 설치된 풍경이 아득하게 올려다 보였다.
미륵사는 백제 이후 고려와 조선 초기(태종) 시대의 문헌에도 유지되었다는 기록이 전해지나, 이후 터만 남았다. 일제 강점기 때는 서탑의 반쪽이 무너질까 염려한 일본인들이 콘크리트를 부어 고정시켜 놓았다. 2001년부터 2007년까지 해체와 조립 복원 작업이 진행된 미륵사지 석탑은 현재의 모습으로 남게 됐다.
미륵사지 석탑은 처음 지어질 7세기 당시, 세 기의 탑 중 서쪽에 있는 탑으로 우리나라 석탑 중 가장 크고 오래된 탑으로 평가받는다. 서탑인 미륵사지 석탑과 함께 복원한 탑이 바로 앞에서 살펴본 동원 구층 석탑이다.
서쪽 하늘이 바라보이는 쪽으론 벌써 어둠이 깃든다. 강당 터 풍경도 시간과 방향과 위치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는 미륵사지의 아름다운 풍경을 대변하고 있다.
미륵사지 석탑 왼편에는 미륵사지 출토 석조물이 전시되어 있다.
1980년부터 1994년까지 15년간 미륵사지 발굴 조사에서 출토된 석조물을 정리한 것으로, 이는 백제 시대에서 조선시대까지 망라한다.
현장 출토 석조물 하나하나엔 우리가 다 알 수 없는 긴 역사와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을 것이다.
서쪽으로 지는 봄 햇살을 아쉬워하며, 나란히 줄지어 누워 있는 석조물을 바라보자니, 새삼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한 긍지가 솟았다.
석조물 사이에서 익산 미륵사지 석탑과 동원 구층 석탑이 바라다보였다.
그리고 그 앞으론 당간지주 2기가 작게 담긴다.
잡히지 않는 세월의 묵직함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스쳐가는 순간들이 모여, 감히 체감하기 힘든 영겁의 시간들이 되었다.
지는 햇살이 점점 더 긴 그림자를 그리고 있을 즈음, 기~인 시공간을 지나온 사물들 속에 현재 내가 서 있었다.
내 그림자의 길이를 보면 시시각각 이 순간도 바삐 스쳐가고 있었지만, 어둠이 내리기 전 익산 미륵사지 절터를 흐르던 정적은 모든 순간을 딱 붙잡아 멈춰 세운 것만 같았다.
당간지주의 그림자가 끝없이 길어질 것만 같지만, 곧 해가지면 네 그림자도 내 그림자도 우릴 두고 떠날 것이다. 해가 서산으로 넘어갈수록, 길어지던 그림자도 잠시 순간일 뿐이었다는 것을, 서서히 잠식되어 가던 삼라만상 모든 그림자도 어둠 앞에서는 조용히 완전히 사라진다.
오늘 또 한 페이지의 작은 이야기들도 시공간 속으로 스며든다. 끝도 없는 이야기들, 시작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 '육생 비오톱 돌무더기' 들이 보인다.
최근엔 아파트 단지에도 조성되는 바로 그 돌무더기 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