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meday Nov 28. 2021

<What's Eating Gilbert Grape>

 <길버트 그레이프> - 그의 삶을 갉아먹는 것은 무엇일까?​


What's Eating Gilbert Grape, 1993

개요  드라마 / 미국 / 118분 / 2015. 11 재개봉, 1994. 06 개봉

감독  라세 할스트롬

출연  조니 뎁(길버트 그레이프), 줄리엣 루이스(벡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어니 그레이프), 다렌 케이츠(보니 그레이프)


  2020년 5월 31일, EBS 일요 시네마에서 재회했던, 30살 조니 뎁(1963년 6월생)과 19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1974년 11월생)의 젊은 날 풋풋한 모습을 담아본다. - '우리는 모두 세월을 비껴가지 못하는구나!'  


포스터 출처: 다음 영화

      

  길버트는 아버지 없는 가족을 돌보며 사는 그레이프 집안 장남이다. 과연 길버트의 삶을 갉아먹는 것은 무엇일까?

그레이프 가족은 미국 아이오와 주 작은 마을 엔도라에서 살고 있다. 장남인 길버트의 일상은 늘 그늘지고 어둡고 답답해 보인다. 그는 가족을 위해, 변화와 출구가 보이지 않는 삶을 담담하게 지켜간다. 언제부터 이들은 비정상적인 가족으로 살게 되었을까?


  어느 날, 아무 말 없이 가출했던 아버지는 조용히 다시 집으로 돌아와, 지하실에서 목을 매달아 자살한 시체로 발견된다. 아버지 자살 충격으로 심한 정신적 갈등과 스트레스를 겪은 엄마 보니는 초고도 비만이 되어, 스스로는 움직일 수조차 없는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변해버렸다. 그 거대한 몸집은 동네 사람들의 조롱거리가 되기도 하고.

그나마 누나 에이미가 길버트에겐 힘이 된다. 에이미는 거구가 된 엄마 보니를 돌보며 가사를 책임지고 있다. 막내인 여동생 엘렌은 아직 모든 일에 반항적인 사춘기 철부지 소녀다. 지적 장애를 가진 남동생 어니는 틈만 나면 가스탱크 꼭대기로 기어올라가, 마을 사람들 골칫거리가 된다. 소방대와 경찰까지 출동해서 가까스로 위험을 피하기도 하지만, 변함없이 항상 해맑게 웃는다. 어니는 혼자 남게 되면, 또 그 높은 곳을 오른다. 마을 가장 높은 곳에서 어니가 바라보는 저 먼 세상엔 희망이 보일까?


  길버트는 이 '비정상적인 가족'을 품고 살아가야 하는 책임을 지고 있다. 그는 이 집에서 오도 가도 못한 채, 마을 식료품 가게 배달 일을 하며, 가족들 생계까지 걱정하며 살아간다. 길버트는 카버 부인 집으로 배달을 간다. 두 사람은 불륜관계다. 상황은 다르지만 길버트나 카버 부인이나 엔도라를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이다. 길버트는 가족 부양에 치여 힘겹다면, 카버 부인은 보험회사 지점장으로 바쁜 남편으로부터 홀로 소외되어있다고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길버트는 항상 동생 어니를 데리고 다니며 돌볼 수밖에 없다. 어니도 형을 습관처럼 졸졸 따라다닌다. 어니는 형의 말을 잘 듣는다. 가스탱크에 올라가지 말라는 말만 빼면. 길버트는 출퇴근, 배달, 식사, 목욕까지 어니를 그림자처럼 함께 데리고 다니며 돌본다.

어니도 어느새 18세 생일을 맞게 되지만, 몸만 성장하는 어니를 항상 똑같이 돌봐야 하는 길버트는 언제부터인가 서서히 지쳐간다. 계속 늘어나는 엄마의 몸무게만큼이나 길버트 삶의 무게도 항상 그를 짓누르며 서서히 갉아먹고 있다.


  엔도라는 볼거리 놀 거리가 없는 작은 시골마을이다. 계절마다 캠핑카 족들의 긴 행렬이 엔도라를 통과하는데, 어니는 캠핑카 들이 긴 줄을 그으면 달려가는 이 장관을 바라보며 무척 즐거워한다. 어니는 높은 곳, 먼 곳으로 향하는 관심을 그대로 드러내지만, 그런 어니를 돌보는 길버트는 높은 곳, 먼 곳엔 관심조차 갖질 못하고 힘겹게 살아간다. 그는 평생 이 집을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하며 무겁게 살아간다.


일러스트 출처: 픽사 베이 무료 이미지


  어느 날, 할머니와 함께 여행 중이던 베키는 캠핑 트레일러가 고장 나, 엔도라에 잠시 머물게 된다. 베키는 캠핑카 부품을 주문하기 위해 마을 길을 걷다, 우연히 가스탱크에 올라가 있는 어니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마을 사람들 사이에 서있게 된다. 가스탱크에서 겨우 내려온 어니를 따뜻하게 보살펴주는 길버트를 보게 된 베키는 그의 순수한 마음이 느껴져 이내 호감이 간다. 답답한 일상에 지친 길버트도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베키에게 자연스레 끌리게 된다.  


  동네 사람들은 남편 자살 후, 절대 외출을 하지 않던 엄마 보니가 아들 어니 문제(가스탱크에 올랐다 경찰서에 연행된 사건)를 직접 해결하기 위해, 경찰서 찾는 장면을 목격한다. 사람들은 그녀의 더 거대해진 외모에 놀라며 대놓고 조롱까지 서슴지 않는다. 보니는 자식 사랑하는 마음, 엄마로서 가족들에게 짐만 되고 있다는 죄책감까지 지극히 정상적으로 느끼고 있다.  그리고 한때는 평범하고 아름다운 여성이었던 자신의 원래 모습도 기억하고 있다. '외모는 중요한가, 아닌가?' 엄마 보니 외모를 보면, 당연히 호감이 가질 않는다.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어도, 남들 조롱거리가 될 정도로 자신을 관리하지 못했다는 건 상식적인 성인에서 벗어났다는 생각도 든다.


  한편, 카버 부인은 길버트와 베키의 관계를 눈치챈다. 그녀는 길버트에게 말한다. “세상에 쌔고 쌘 게 남자지만, 넌 항상 내 곁에 있을 것 같아서, 이곳을 떠나지 않을 것 같아서 선택했었어.”라고. 얼마 후, 카버 부인의 남편이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카버 부인은 지루한 시골 생활을 접고, 세인트루이스로 가게 된다. 서먹해진 길버트와의 관계도 끝난다.


  어니의 생일파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일들이 계속 이어진다.

말 안 듣는 어니와 갈등하던 길버트는 생전 처음 어니를 때리고 집을 뛰쳐나간다.

방황하던 길버트는 베키의 위로를 받고, 다음 날 집으로 돌아와 가족들에게 사과한다.

엄마는 길버트에게 ‘제발 부탁이니, 곁에 있어 달라며, 사라지면 안 된다.’라고 다짐을 받는다.


   어니의 생일날, 베키는 어니의 생일을 축하해주러 온다. 길버트는 곧 떠나야 할 베키를 엄마 보니에게 소개한다. 보니는 자신의 모습을 부끄러워하며, "처음부터 이러진 않았어요."라고 말한다. 베키도 같은 말을 전한다. "저도 처음부터 이렇진 않았어요."

  이전 장면에서 베키가 길버트에게 건넨 말이 다시 생각난다. "외모는 중요한 게 아니죠. 오래가지 않잖아요. 결국 얼굴엔 주름이 자글자글 머린 백발이 되고 가슴도 처지죠. 그러니 중요한 게 뭐겠어요?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한 거죠." 젊고 예쁜 베키 입을 통해 듣게 된 인생관이다.

  외모는 변한다. 그 흔적은 지나온 세월 속에 녹아있다. 세월 앞에선 '원판 불변의 법칙'도 비켜간다. 외모와 삶에 관해 평범하지만, 현실에선 실제로 행하기 힘든 대사를 듣고, 가만히 고개가 끄덕여진다.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한 데, 그 답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될까? 사람이 갖고 사는 성향이나 습관은 숱한 시간이 흘러도 옹고집스럽다. 주름이 늘어가도 자신의 관점이나 이념은 대부분 그대로 유지하며 살다 간다. 답을 아는 사람들도 그대로 실천하며 살고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매일 거실 소파에서 꼼짝도 하지 않던 엄마가 어니의 생일날 밤, 지팡이를 짚고 가족들 도움을 받으며, 2층 침실로 올라다.  길버트는 잠시 잠든 엄마 모습을 바라보다 1층으로 내려온다.


  평온한 모습으로 잠자리에 들었던 엄마는 다음 날 아침 그 모습 그대로 깨어나질 않는다. 보니는 그렇게 편안한 모습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집에 남겨진 육중한 시신은 크레인을 불러오질 않으면 다른 옮길 방법이 없다.  남겨진 가족들은 엄마의 이런 모습이 사람들 앞에서 다시 조롱거리가 되길 원치 않는다. 평생 엔도라에 갇혀 가족만 돌보며 지루한 삶을 살던 길버트는 숨 막히도록 답답한 추억만 담긴 이 집과 엄마 보니 시신을 함께 태우기로 결심한다.


사진출처: 다음 영화

  

  길버트는 동생들과 함께 짐을 모두 밖으로 나른다. 마지막으로 아버지가 지은 추억의 집을 바라보며 그는 중얼거린다. '저곳이 우리 집이었구나. 저 집에서 항상 중압감에 시달리며 살았는데 여기서 보니 참 작군.' 돌아가신 엄마도, 애환 담긴 집도 불길 속으로 사라진다. 숨 막히던 추억이 담긴 그 집을 태우면서 엄마를 함께 화장시키는 그레이프 가족들에겐 새로운 시간과 꿈꾸던 일상이 펼쳐질까? 이젠, 길버트도 이곳을 떠날 수 있을까! 물론, 어니는 그가 평생 돌보아야 할 그림자이기도 하지만, 어느새 그 자신 일부분이기도 했다.


 시간은 흘러, 첫째 에이미는 ‘데모이’에 있는 제과점에 취직을 하고, 막내 엘렌은 언니를 따라 전학 갈 예정이어서 들떠 있다. 어니는 19살이 되었지만, 형 길버트의 그림자로 곁에 그대로 남는다. 

베키의 캠핑카도 엔도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길버트와 어니도 베키의 캠핑카를 타고 함께 엔도라를 떠나게 된다. 그레이프 가족이 비로소 모두 제 갈 길을 찾아가는 모습에서 희망이 보인다.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16487


매거진의 이전글 <안개 속의 풍경> 안갯속 또 다른 여정의 시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