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와 칠레 현대사의 정치적 비극을 따스한 시선으로 보여준 영화
개요 드라마, 멜로, 로맨스 / 이탈리아, 프랑스, 벨기에 / 114분 / 2017. 03. 재개봉, 1996. 03. 개봉
감독 마이클 래드포드
출연 필립 느와레(네루다), 마시모 트로이시(마리오), 마리아 그라지아 쿠시노타(베아트리체 루쏘)
1950년대 이탈리아 작은 섬 칼라 디소토에서 우리는 시인 파블로 네루다와 시인이 되고 싶었던 우편배달부 마리오 루뽈로를 만난다. 로맨틱 연애 시와 민중을 노래한 사회주의자 시인 네루다는 정치적 성향으로 조국 칠레에서 쫓겨나, 이탈리아 디소토 섬에서 망명생활을 시작한다. 네루다는 경찰 허가 없이는 섬도 떠날 수 없는 처지다.
작은 섬에 네루다가 도착하자, 갑자기 우편물 양이 급격히 늘어난다. 우체국에 임시 우편배달부 모집 공고가 뜨고, 고기잡이 생활에 흥미도 열정도 없던 어부의 아들 마리오는 우편배달부가 된다. 마리오는 매일 네루다의 우편물을 나른다.
마리오는 말재간도 없고, 하고 싶은 말을 빙빙 돌려 더듬거린다. 항상 어눌한 몸짓을 한다. 네루다는 로맨틱한 시로 뭇 여성들의 사랑을 받는 시인이다. 마리오는 여자 사귀는 방법을 알고 싶어 네루다에게 접근했지만, 점점 그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따르게 된다. 마리오는 네루다와 우정을 쌓아가면서 시와 은유의 세계를 만나게 되고, 네루다의 메타포(은유)를 통해 점점 세상에 대한 이해를 넓혀나간다.
"마리오, 내가 쓴 시 구절은 다른 말로는 표현할 수 없다네. 시란 설명하면 진부해지고 말아. 시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감정을 직접 경험해 보는 것뿐이야."라는 네루다 말을 마리오는 이해된 듯도 하고, 아리송하기도 하다. 마리오는 ‘시는 만든 사람 것이 아니라 필요로 하는 사람 것’ 임을 스스로 느끼게 된다. 시를 통해 네루다와 개인적으로 가까워지면서 자신 내면 깊이 감추어져 있던 뜨거운 이성과 섬세한 감성을 발견하게 된다.
섬에서 가장 아름다운 베아트리체 루쏘는 주점 주인인 숙모와 살고 있다. 마리오는 네루다에게 이 섬에서 아름다운 게 뭔지 질문받았을 때도 베아트리체라고 대답했다. 다른 이들도 그녀를 이 섬에서 최고 미인이라고 말한다.
마리오는 네루다를 통해, 아름답지만 다가갈 수 없었던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베아트리체와 사랑을 하게 되고, 결혼까지 한다. 네루다는 두 사람 결혼의 증인이 되어준다. 결혼식이 있던 날, 네루다는 체포 영장이 기각되어 아내와 함께 칠레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듣게 된다.
네루다가 떠나기 전날, 마리오는 마지막 우편물을 배달한다. 네루다는 녹음기를 비롯한 몇 가지 물건들을 두고 가면서 마리오가 가끔씩 들러 살펴달라고 부탁한다. 보고 싶을 거라며, 편지하겠다고 약속한다.
네루다는 다시 저명인사로 전 세계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다. 마리오는 반가우면서도 쓸쓸하다. 네루다에게선 소식도 없고, 직업이 없어진 마리오는 주점 일을 돕는다.
디소토 섬에도 다시 선거철이 왔다. 민주당은 이번에도 수도 공사를 공약으로 내건다. 로사 부인과 베아트리체는 수도 공사를 하러 인부들이 주점에 대거 몰려올 거라는 약속을 믿고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네루다의 영향을 받은 마리오는 사회당을 지지한다. 선거는 부정선거로 얼룩 진 채 민주당 승리로 끝나고, 수도를 놓아주기로 했던 공약은 이번에도 지켜지지 않는다. 주점에 묵기로 했던 인부들도 떠나버리고 형편도 다시 어려워진다.
이즈음 베아트리체는 임신을 한다. 현실에 좌절한 마리오는 아들 이름을 파블로 네루다에서 따 ‘파블리토’로 짓고, 칠레로 이민 가서 시를 배우며, 키우고 싶다고 말하지만 베아트리체는 냉담하다. 네루다에게서 편지 한 통 없기 때문이다.
네루다 옛 집에서 그가 남기고 간 물건들을 돌아보던 마리오는 녹음기를 틀어본다. 섬의 아름다움에 대해 말해보라던 네루다 목소리가 흐른다. 마리오는 우체국장 코스메의 도움을 받아 녹음기를 야외에 설치한다. 네루다로부터 받았던 질문에 뒤늦은 답을 찾은 마리오는 섬의 아름다움을 소리로 하나씩 녹음한다. 작은 파도, 큰 파도, 절벽 바람소리, 나뭇가지에 부는 바람, 아버지의 고생스럽던 그물, 성당 종소리, 반짝이는 별, 아들 파블리토의 심장소리가 담긴다.
어느 날, 마리오는 네루다가 기뻐할 거라며 사회주위 시위에 참가, 연단에서 시를 낭송하기로 한다. 그러나 진압군의 무자비한 폭력진압으로 유혈사태가 벌어지고, 뜻밖에도 마리오는 우왕좌왕하는 군중 속에 깔려 죽고 만다. 참으로 안타깝고 어처구니없는 죽음이었다.
파블로 네루다는 수년이 지나서야 아내와 함께 다시 이탈리아에 들려, 디소토 섬을 찾는다. 주점으로 들어선 네루다 부부는 마리오 결혼식 사진을 보며 추억에 잠긴다.
마리오를 빼닮은 파블리토가 공놀이를 하며 나타나고, 베아트리체는 네루다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을 설명한다. 베아트리체는 마리오가 녹음한 테이프를 가져온다. 원래 네루다에게 보내줬어야 했지만 자신이 보관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 파블로 선생님께, 전 마리오입니다. 절 기억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전에 선생님 친구 분들께 우리 섬의 아름다움에 대해 말해보라고 한 적이 있었죠. 전 그때 아무 말도 하지 못했어요. 지금은 알 것 같아 테이프를 보냅니다. –
마리오는 자신이 시를 지은 것도 알린다. 부끄러워 녹음은 하지 않았지만, 군중 앞에서 <파블로 네루다 님께 바치는 노래>를 낭송하게 되었다며, 네루다가 없었다면 이 시를 쓰지 못했을 것이라고 전한다. 네루다는 마리오와 함께 대화 나누던 해변을 거닐며 그를 회상한다.
영화 <일 포스티노>는 이탈리아와 칠레 현대사에 얽힌 정치적 비극을 조금은 코믹하고 따스한 시선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마리오의 죽음으로 끝나는 결말은 당시 무겁고 어둡던 사회 분위기를 그대로 전하고 있다. 안타까운 마리오 죽음과 그를 닮은 아들 파블리토 모습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영화 <일 포스티노>는 칠레 작가 안토니오 스카르메타가 쓴 소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가 원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