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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Nov 06. 2021

<기쿠지로의 여름> 유년기 상처를 치유받는 기쿠지로

히사이시 조 피아노 연주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영화


Summer Of Kikujiro, 1999  

개요  코미디 / 일본 / 121분 / 2002. 08. 30 개봉

감독  기타노 다케시

출연  기타노 다케시(기쿠지로), 세키구치 유스케(마사오)


  마사오는 매일 일하러 다니시는 할머니와 단둘이 산다. 아홉 살 마사오는 방학을 했지만, 하루 종일 심심하고 즐겁지도 않다. 할머니는 변함없이 일을 나가신다. 친구들은 가족들과 바다나 시골로 휴가를 떠난다. 외톨이가 되어버린 마사오는 어느 날 먼 곳으로 돈 벌러 가셨다는 엄마의 주소를 발견한다. 마사오는 배낭 속에 그림일기장과 방학숙제를 담아 넣고, 무작정 엄마 찾아 집을 나선다. 


  마사오는 우연히 길에서 친절한 이웃집 아주머니를 만난다. 마사오의 사정을 들은 아주머니는 마사오 혼자 엄마 찾아간다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아주머니는 직업 없이 빈둥거리는 전직 야쿠자인 남편 기쿠지로를 마사오의 보호자로 동행시킨다.

  기쿠지로는 경륜장에서 도박도 하고, 마사오는 뒷전에 둔 채 오히려 자신만의 여름휴가를 즐기는 듯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알 수 없는 유대감이 생긴다.  기쿠지로는 얼굴도 본 적 없다는 엄마를 간절하게 만나고 싶어 하는 마사오를 보면서, 자신과 비슷한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기쿠지로는 서툴고 무뚝뚝하고 엉뚱하지만, 어느새 진심으로 마사오을 걱정하게 된다. 두 사람은 어느새 마치 아버지와 아들처럼 서로 의지하는 관계로 발전해간다. 


  서로의 이름도 모르는 채 시작한 둘만의 여행에서 마사오는 꿈에서 그리던 엄마를 만난다. 아니, 먼발치에서 바라다만 보게 된다. 반가움도 잠시, 엄마는 다른 아이의 엄마, 다른 아저씨의 부인으로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그런 엄마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마사오는 슬픔과 허탈감에 젖는다. 마사오의 커다란 슬픔이 화면 속에 가득 넘쳐흐른다. 


사진출처: 네이버 영화


  기쿠지로가 마사오의 슬픔을 위로하기 위해 보여주는 행동들이 우습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길에서 만난 뚱뚱이 아저씨, 문어 아저씨, 친절한 아저씨도 마사오를 위해 함께 시간을 보낸다.  마사오에겐 평생 잊을 수 없는 여름이 되는데, 마사오의 천사는 엄마가 아니라, 네 명 아저씨들이었다. 

  기쿠지로는 잠시 시간을 내서 '뚱뚱이 아저씨'와 오토바이를 타고, 시골 양로원을 찾아간다. 그는 그곳에서 창문 너머 자신의 어머니를 바라본다. 표정 잃은 늙은 어머니 모습과 슬픔에 젖은 기쿠지로의 모습이 애잔하게 교차한다. 기쿠지로는 마사오와 함께 보낸 여름휴가에서, 오히려 52년간 잠재되어있던 자신의 유년기 상처를 치유받는다. 기쿠지로는 이제야 진정한 어른이 된 듯했다. 

마사오는 할머니와 이웃 어른들의 사랑과 관심으로 건강하게 성장할 것이다. 엄마에게로 향한 그리움이 지워지진 않겠지만.


  영화 제목이 <마사오의 여름>이 아니라, <기쿠지로의 여름>인 이유를 알겠다. 마지막 장면, 집으로 돌아온 마사오는 길가에서 아저씨와 작별 인사를 하고 헤어진다. 별안간 아저씨를 다시 부른 마사오는 "아저씨 이름이 뭐야?"라고 묻는다. 아저씨는 대답한다. "기쿠지로"라고. 참 일찍도 물어본다. 어떤 이의 이름이 궁금해질 때, 비로소 진정한 관계가 시작될 때가 아닐까? 


사진출처: 네이버 영화


  <기쿠지로의 여름> OST Summer 피아노 선율은 두 사람 여행에서 희망을 암시하듯 경쾌하게 느껴지나, 마사오가 다른 아이의 엄마로 살고 있는 엄마 모습을 바라보고, 좌절하며 돌아설 때는 애절한 바이올린 선율로 흐른다. 히사이시 조 피아노 연주와 바이올린 멜로디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https://www.youtube.com/watch?v=l0GN40EL1V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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