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가 아니라는데요.

그럼 대체 뭐래요.

by J Lee

생일 선물을 받은 세 살배기 소녀는 겉포장 종이를 풀어보고 얼굴이 환해졌다.

"Wow!"

소녀는 매끄러운 빨간 상자를 이리저리 돌려보며 무척 마음에 들어 했다. 흔들어 보니 안에서 소리도 났다.

상자를 보고 매우 즐거워하는 아이를 한동안 바라보던 가족들.

고모가 말했다.

"Open the box"

"Wow!"

소녀는 그제야 상자 속에 든, 제대로 된? 선물을 보고 다시 한번 감격했다.




아이들은 상자를 참 좋아한다. 작으면 작은 대로, 크면 큰 대로.

아들은, 인형을 담아 놓은 상자에서 인형을 모두 꺼내 방바닥에 펼쳐놓고 상자 속엔 저가 들어가 앉아 논다.

어느 날은, 쓰나미에 쓸려가는 보트가 되고.

어느 날은, 빌딩이 되어 쓰나미에 무너져 함께 뒹군다.

쓰나미가 잠시 멈추면, 상자를 뒤집어쓰고 걸어가다 자기를 찾아보라고 한다. 거북이 등껍질 속으로 머리를 숨기듯 웅크렸는지, 상자가 움직거린다. 키득거리는 소리에 덩달아 웃음이 난다.

상자는 터널이 되고, 아지트가 되고, 노아의 방주가 된다.


세계 만국 공통으로 상자를 좋아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심플하게 표현한 책이 있다. 'simple is the best'에 걸맞게 이력이 화려하다.


<Not a box> by Antoinette Portis


https://www.youtube.com/watch?v=svlNiELjDao


도대체 아이들은 왜 카드보드 박스를 그렇게 좋아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많은 이들이 상자의 변신 가능성을 꼽았다. 어릴 적, 한 번쯤 상자 속에서 실컷 놀아 보지 않고 어른이 된 사람이 있을까. 상자 속의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 상자 속에 들어가면 그 자체로 재미있었던 기억이 난다. 밖에서 누군가 노크를 해주면 그게 뭐라고, 그리 신이 났을까. 상자는... 책 제목처럼... 그냥 상자가 아닐 수도 있다. AI 가 대신해 줄 수 없는 영역. 상상력을 자극하는 촉매제가 바로 이 텅 빈 누런 상자에 들어 있진 않을까.


가만있어보자. 풀어야 하는 문제가 있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아직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문제 해결을 하려면, 기존의 틀을 깨고 상자 밖에서 생각하라는데. (Think out of the box.) 상자 밖에서 생각하라는 기존의 틀을 깨고, 아들 대신 상자 속에 들어가 봐야 하나. 그러면 아들처럼 무한대로 상상을 하며 문제해결 실마리가 보일까. 아들의 눈높이로 문제를 바라보면 그동안 못 보던 것이 보일까.





이전 05화다 듣고 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