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듣고 있었네

너의 꽃봉오리 터지는 날

by J Lee

아들에게 새로운 습관을 잡아주려다 보니, 저항이 심하다. 첫날은 얼떨결에 했지만 둘째 날은 밥도 거부하며 완강하게 버틴다. 테이프로 공을 만들 수 있다 해서 사온 테이프도 이리저리 붙였다 자르며 다 싫다고 심통이다. 급기야 방문을 닫고 들어가 버린다. 아직 다섯 살도 되지 않았는데... 사춘기가 오면 방문이 온전하려나. 시간이 조금 지나자, 안정을 찾은 아들이 슬금슬금 식탁으로 다가와 테이프를 다시 만지작 거린다.


"이걸로 공을 어떻게 만드는 거야? 우리 한 번 해볼까?"


성이 나서 내지르는 소리에 엄마 목소리가 묻힌 줄 알았는데... 나름 듣고 있었네.




Ben은 펭귄을 선물로 받고 매우 기뻤다. 그러나, 기대한 것과 다르게 펭귄은 너무도 과묵했다. 펭귄이 뭐라고 말을 좀 해주면 소원이 없을 것 같던 Ben. 이 방법 저 방법이 통하지 않자 마침내 인내심을 잃고 폭발을 한다. 사자는 먹으라고 들이민 펭귄은 관심 없고, 대신 시끄럽게 소리를 지른 Ben을 집어삼키는데... 이때, 펭귄의 눈과 얼굴 표정이 미묘한 변화를 보인다.

사자로부터 Ben을 구해낸 펭귄은, 그동안 있었던 일을 쉴 새 없이 종알거리며 Ben을 감동시킨다.


언제쯤이었을까, 아들이 아직 말을 하기 전에 선물로 받았던 책이다. 그림이 마음에 들었는지, 아들은 책이 낡아 떨어질 때까지 보고 또 봤다. 한 번 펼치면 최소 대여섯 번의 반복은 필수였다. 시간이 조금 지나 다시 펭귄책을 볼 때는 말이 트여 있을 때였다. 아들은 마지막 장 펭귄의 그림 스토리를 로봇이 작동하는 소리로 표현했던 것을 따라 하고 있었다. 다 듣고 있었구나. 다 듣고 있었어.


펭귄 책을 볼 때마다... 아기 때 책을 듣고 있었던 아들이 생각난다. 속상해 하는 Ben의 모습도 어찌 그리 비슷한지. 작가는 혹시... 어른들끼리 하는 말... 아이가 어려서 못 알아들을 거라 생각하지 마시라는 메시지도 함께 전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다 듣고 있어요... 아이들도 다 듣고 있어요.


"00 해서 걱정이에요."

"에이 뭐... 그렇게 잘하진 못해요."

"학원 전기세만 내주고 있는 건 아닌지 몰라요."


놀이터에서 바람 타고 들려왔던 대화들... 아이들이 노느라 정신없어 듣지 못했길 바란다.

잘하는 얘기... 즐거운 얘기... 사랑한다는 얘기... 들으란 듯이 속삭여 보면 어떨까.

다 듣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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