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엔 뭘 만들까.
Ask yourself this question in the morning when you wake:
in a world of possibiities, today,
what will you make?
아들의 첫 사교육으로 미술학원을 선택했다.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무언가를 뚝딱뚝딱 만들어 내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아직도 쓰나미에 빠져 있는 아들을, 외부의 힘을 빌어 건설적인 에너지로 돌리고자 하는 대안이기도 했다. 지진까지 가세를 한 터라, 유치원에서 만들어 온 목공작품 중 형체가 남아 있는 것이 거의 없다. 이 혼란의 도가니 속에서 살아남은 수제 장난감이, 지난주 미술학원에서 만들어 온, 반은 경찰차 반은 소방차로 디자인을 한 사륜구동?이었다. 거대한 사이렌이 차 지붕을 덮고 있다 보니, 조금 찌그러지긴 했다. 사다리도 떨어져 나가고 없다. 그래도 아직 형체를 보존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누구를 닮았을까. 둘 중 하나를 닮았거나, 둘을 모두 닮았거나. 아들은 종이가 조금만 구겨져도 와라락 아예 다 구겨버리기 일쑤고, 무언가를 잘하고 있다가도 하나가 틀어지면 나머지 공든 탑들마저 다 무너뜨려버리곤 했다. 그래서 커다란 사이렌 한쪽이 찌그러졌을 때 실망하는 소리와 함께 운명할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아들이 이 녀석만큼은 너그러이 받아주고 꽤나 소중히 챙겼다. 쓰나미가 와도 제일 먼저 산으로 올라가는 괴력을 발휘하여 살아남았고 지진에는 심지어 날아다니며 사람들을 구하기도 했다.
두 번째 시간에, 안 간다고 하는 녀석에게 일단 오늘까지 해보고 다시 생각해 보자고 했다. 수업이 끝나고 나온 아들은 색색이 페인트칠한 로봇과 워터파크 미끄럼틀을 만들어 양손 가득 받쳐 들고는 만족스러워했다. 자신의 생각이 최대한 반영이 되어서인지 자부심이 대단하다. 사진을 찍으라고 구도도 잡아준다.
자기 전까지도, 또 가고 싶다고 아쉬워하더니 검지를 턱에 대고, 다음엔 또 뭘 만들까 궁리를 한다. House? Jupiter? Maze? Table? Stairs? Refrigerator? 흐뭇한 표정을 짓더니, 다 만들고 싶다고 한다. 졸음 가득한 눈이 서서히 감길 때까지 아들의 얼굴을 바라본다. 꿈에서도 무언가를 만들고 있을 것만 같다. 아침이 되자마자, 어미의 감긴 눈을 제 손으로 뜨게 하고 해님이 났으니 놀자 하겠지. 뭘 만들어 볼까 내일은.
<Be a Maker> by Katey Howes, illustrated by Elizabet Vukovic
https://www.youtube.com/watch?v=H8s1XQCbS8Q
타워를 만들고, 우주선도 만들며 뚝딱거리는 얘기로만 끝이나진 않는다. 지도를 만들어 가는 길에, 친구를 사귀고 (make a friend), 간식을 여유 있게 만들어 나누어 먹고... 온 마을이 서로 도와 흐뭇하게 끝이 나는 따뜻하고 착한 이야기. 선한 이야기답게 표현들이 예쁘다. 이대로만 살면, 우리나라 좋은 나라, 누님 좋고 매부 좋은 이상적인 삶이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밝은 책 읽은 아이들이 많을수록, 어두운 곳 소리 없이 밝혀주는 마음도 함께 자라는 세상이 될 거라고 믿어본다.
아들이 집을 떠날 생각인지, 지도를 한 장 만들어 냈다. 똑똑한 로봇이랑 지도랑 잘 만들었으니 꽃구경 하면서 도파민도 듬뿍 만들거라. 그리고 네가 살아가는 동안, 스스로에게 물어 너의 '하루'라는 작품이 근사하고 만족스럽기를 바란다. 후회가 남지 않는 하루하루를 만들어 보거라.
Ask yourself this question
as the sun begins to fade:
in a day of making choices,
are you proud of what you made?
작가님이 참 멋진 책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