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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Lee Mar 17. 2023

모서리 당당한 1이 많아지면,

연진이가 사라질까 동은이가 줄어들까

약속시간까지 자투리 시간이 남아, 더글로리를 보았다


인간 사는 세상에서 연진과 그 친구들 같은 무리는 끊임없이 등장할 거다. 그러나 동은이처럼 근 20년을 바쳐 복수의 칼을 갈고 그것에 성공하는 인물은 많지 않겠지. 동은이와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는 문화와 시스템이 받쳐 주어야, 연진이와 패거리의 힘이 약해진다. 아주 사라지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최소한 동은이는 우리가 지켜줘야 한다.


Kathryn Otoshi <One>

드라마를 보면서 이 책이 생각났다.

물론 현실은 그림책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연진이처럼 끝끝내 반성 안 하는 애들이 있어 쉽지 않지만... 그래도 약자와 함께 연대하며 맞서 싸워줄 이들도 있다는 희망을 버릴 순 없다. 그 희망의 씨앗을 아이들에게 심어주고자 한다. 파랑이와 모서리 당당한 1의 이야기로.


조용하고 온화한 파랑. 가끔 노랑이나 주황이의 장점이 부럽긴 해도... 자신의 색을 좋아한 파랑은 빨강에게 괴롭힘을 당하기 시작한다. 빨강은 멋지지만 파랑은 그렇지 못한 색이라고 파랑의 존재를 깔아뭉갠다. 다른 색들이 위로를 해주지만, 아무도 빨강에게 그러지 말라고 하는 이는 없었다. 빨강은 점점 기세가 등등해져서 다른 색깔들도 괴롭히기 시작한다. 그제야, 다른 색 친구들도 파랑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때, 모서리가 당당한 1이 등장한다. 1은 재미있기까지 해서, 색깔 친구들이 좋아한다. 빨강은 1과 어울리며 노는 아이들에게 웃지 말라고 한다. 1에게도 괴롭힘을 시작하려는데, 1이 맞선다. 빨강의 웃지 말라는 요구에 1은 당당히 'No'를 외친다. 이를 본 색깔들은 용기를 얻고, 다시 파랑을 타깃으로 누르려는 빨강에게 힘을 합쳐 대항한다. 커다랗게 보이던 빨강은 힘을 잃고 점점 작아져서 어디론가 굴러가 버리려는 찰나. 파랑이 빨강을 부른다. 빨강도 멋지지만 파랑도 멋지지 않으냐고... 함께 와서 놀자고.


https://www.youtube.com/watch?v=f-w_i91Ulgs

 

One이라는 글자가 화선지에 붓으로 쓴 동양적 느낌이 난다. 파랑도 화선지에 번진 듯이 은은하고 예쁘다.

심플하고 깔끔한 스토리.

멋진 책을 만들어낸 Kathryn Otoshi 작가에게 고마운 맘이 든다.

우리 아이들이, 아니...어른들이 먼저...모서리 당당한 1처럼, 아니다 싶은 상황에서 방관하지 않고 용감하고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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