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은 성장.
일전에 장점 확대가 먼저일까, 단점 극복이 먼저일까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이 질문을 하는 궁극적 이유는, 한 번 밖에 살 수 없는 삶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기 때문이다. 업무 성과가 아니더라도, 아이의 생활습관, 학습, 일상생활의 변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는 질문이다. 그래서 이 질문은 인간이 성장하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그럼에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정보들은 단편적이고 단정적인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최근에는 습관은 바꾸기 어려우니 그 시간에 장점에 집중하라는 것이 대세다. 단점을 개선하는데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라고까지 하는 글도 보았다. 중도보수의 성향이 있었는지, 일본 정신과 의사 가바사와 시온이 전해주는 방법에 공감이 간다. 아이는 장점, 어른은 단점에 우선순위를 두고, 궁극적으로 단점 보완 장점 극대화로 성장을 이루라는 것이다.
아직 성공에 대한 경험이 적어 자신이 없고 낯선 것이 두려운 아이들에게는, 이겨내야 한다며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보다는, 먼저 아이의 장점에 최대한 집중하여야 한다. 자잘한 실패와 성공의 경험이 쌓이도록 시간과 기회를 주어야 한다. 믿음을 가지고 응원하는 부모와 건강한 관계를 싹 틔운 아이들은, 두려울 때도 현재 자신이 두렵다는 것을 털어놓을 용기가 생긴다. 자존감 높은 아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가령, 눈에 보이는 문제는 아이가 영어에 흥미가 없고, 공부하기 싫어하는 것이지만, 그것이 다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아이가 자신의 한정적 경험치에 대한 해석으로, 영어(공부)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진짜 이유를 알아야 접근과 해결방법이 달라진다. 아이들이 가진 경험치 그리고 강점과 약점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어른들 역시, 개개인이 가진 장점과 단점이 모두 다르다. 그러나 아이들과 달리 어른들의 효과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단점을 먼저 보완해야 한다. 상황은 달라도 같은 패턴의 의사결정을 통해 실패를 반복적으로 하고 있다면, 장점만 살린다고 해결이 되지 않는다. 이것을 인지해야 한다. 문제의 근본이 자신의 단점에 있음을 누가 더 빨리 캐치하고 보완하는 가에 따라 결과치가 달라지기 시작한다. 비록 작은 한 걸음일지라도, 단점을 보완해야 반복된 실패의 고리가 끊어진다.
이때 고개를 쳐드는 무의식적인 두 가지 두려움이 있다. 첫째, 자신의 단점을 마주하는 일. 둘째, 단점을 고쳐나가는 쉽지 않은 여정으로부터 발을 빼고 싶은 마음. 성장을 위해, 단점 보완의 필요성에 깊이 공감을 했다면, 다음 단계는 자신의 무의식적인 두려움을 이겨내고자 하는 의식적인 노력이다. 단점을 개선해 보려고 시도하는 사람들은 많아도 성공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랬다면, '성공'의 희귀성은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쉽지 않음을 인정하고 꾸준히, 정확한 부위를 올바른 방법으로 ‘집도’ 해야 결과치가 보인다.
아이들의 단점을 고쳐 보고자, 아이 성향에 맞지 않게 강한 방법을 들이대면, 어른이 되어서, 포장은 그럴듯해도 여전히 울고 있는 아이가 마음에 남아 있는 경우가 생긴다. 무분별한 칭찬이 아닌, 과정에 대한 공감과 이해를 통해 아이가 자신감을 얻고 자존감이 어느 정도 단단해지면, 보완할 부분을 얘기 나누고 아이의 생각을 반영하여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순서가 맞다고 본다.
'Run!'
쓰나미 놀이를 하는 아들이 즐겨 쓰는 말이다. 강력한 파괴성에 끌린 것이 아니라 도망을 쳐도 괜찮은 그 상황이 아이에게 안정을 주었을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너무 갔나? 너무 갔다. 과도한 해석이다. 그래도 아들의 놀이를 다시 한번 바라봐야겠다. In case. 도망치고 싶어도, 도망치지 말아야 하는 상황이 있다. 그 순간의 결정으로 사람들의 삶이 드라마틱하게 달라지는 것을 보았다. 살아가면서, 도망을 쳐야 할 때도 물론 있다. 그러나, 진정으로 성장을 원한다면, 두려움으로 부터의 도피는 답이 아니다.
'Do not run!'
쓰나미는, 나약한 인간이 마주할 수 있는 수준의 재해가 아니다. 무모한 용기로 견뎌낼 수 있는 높이도 아니다. 그러나, 일상에서의 크고 작은 도전을 모두 쓰나미급으로 여겨 도망을 치지 않는 지혜로운 판단과 체력은, 간절히 성장하고픈 이들에게 꼭 필요한 요소이다. 수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들이 고쳐주었으면 하는 점도 물론 눈에 띈다. 그래도 일단, 아들은 장점부터 살려주고 어미는 단점부터 보완을 하면서 우리 가족 만세를 이룩해 봐야겠다.
빈 사과 상자 속으로 들어가 '팔아요 팔아요'를 외치는 아들. 팔아야 할 것이 필요해 보여 소꿉놀이 과일세트를 가져다주었다. 상자 밖에 장난감 드럼 의자를 놓고 마주 앉아 손님이 되어주니, 저도 앉을 곳이 필요하다고 한다. 둥근 의자를 갖다 주니 좋아라 한다. 이 짧은 시간에 어미가 여러 번 왔다 갔다 하며 손님 역할도 충실히 해 주는 것을 보더니 하는 말.
"엄마 재밌게 잘 노네. 귀엽다."
얼떨결에 칭찬을 받으니 기분이 나쁘지 않다. 이러니 나이가 들어도 장점으로만 귀의하고 싶어 진다. 그래도 기억하자. 결과치를 바꾸려면, 현재로선 단점보완이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