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 아니었는데
인생을 알차게 살고 계신 대표님이 계시다. 그분이 놀이동산 가서 하루를 이틀처럼 사는 방법을 알려 주셨다. 일단, 새벽같이 일찍 출발해서 교통체증을 피한다. 해가 뜨도록 출발을 못했다면, 그날, 그분 자제분들의 놀이동산은 날 샌 거라 보면 된다.
새벽같이 출발해 제시간에 도착했다면, 놀이동산 문이 열리자마자, 인기 많은 놀이기구를 먼저 여러 번 타고, 줄이 길어지기 시작하면 슬슬 타보지 않았던 것을 경험해 본다.
그렇게 쓰러지기 일보 직전가지 한없이 실컷 놀고 느지막이 출발해서, 교통체증 없이 집에 도착한다. 회사일이 바빠 아이들과 자주 시간을 보내지 못했던 대표님이지만, 한 번 놀면 하루를 이틀처럼 늘려서 알차게? 빡시게? 시간을 보내니 아이들도 만족했다고 한다. 이렇게 다녀와서도 다음날 어김없이 새벽출근을 하는 대표님이시다.
누군가는, 놀이동산 놀러 가는 건데 ‘굳이’라고 물을 수 있다. 개인의 취향 존중합니다. 다만, 핵심은 이 분이 놀이동산 갈 때만 하루를 이틀처럼 사셨는가이다. 귀한 시간 허투루 쓰지 않는다는 철학은 자녀교육, 회사 운영, 심지어 물건을 살 때조차도 모두 적용이 되는 것이었다. 그분이 현재 누릴 수 있는 경제적 자유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원칙을 철저히 지켰기에 얻을 수 있는 결과였다.
대학 동기 중, 상고를 졸업하고 바로 취직을 해서 일을 하다가 다시 공부해서 입학한 오 년 연상의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A 지점에서 B 지점으로 이동할 때 거의 달음박질 수준으로 걸었다. 순간 이동 능력이 있었다면, 그녀는 매우 행복했을 것이다. 숨이 턱이 차게 이 공간 저 공간 뛰어다니며 그녀의 소중한 시간을 '버리지' 않아도 되었을 테니 말이다. 그녀는 시간이 아까워서 뛴다고 했다. 남들보다 오 년이 늦었으니, 그렇게 달려서 채우고 싶었던 마음. 그때는 몰랐다.
아이와 비슷한 시간에 기상을 하고, 집안일을 하고 이런저런 일들을 처리하고 나면 어느새 하원 시간이다. 아이가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놀기 시작하면 개인적 시간과 에너지는 호로록 고갈이 되고 만다. 일 년 전부터 새벽기상을 목표로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꾸준히 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몇 차례 경험했던 새벽의 고요함은, 하루 중 느낄 수 있는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미라클 모닝, 그들이 왜 그토록 새벽에 열광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한동안 아이가 자정까지도 온 집안 불을 켜놓고 노는 날이 있었다. 알아서 놀다가 잘 자라고 네 살 아들과 신랑을 뒤로한 채, 어미가 먼저 쓰러져 잠든 적도 여러 번. 새벽기상. 그게 뭔가요 하던 시절. 그러나 이제 유치원 루틴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새벽 기운이 받고 싶어졌다.
우연찮게 눈이 떠진 3월 말 새벽. 다이어리를 정리하고 책을 읽고 명상을 하고. 아이도 여유롭고 우아하게 깨워 등원 준비를 할 수 있었다. 다시 해보자 결심을 했다. 그런데 마침 그날이 4월 1일이라 그런지, 우주가 농담으로 알아 들었나 보다. 새벽의 기운이 영 협조를 안 한다. 그냥 침대에서 편히 잘 걸 그랬나 싶게, 의자에서 몸이 구겨진 채 잠이 들어 여기저기 뻐근하다. 어느새 닷새가 지났는데, 하루 성공 나머지는 헤롱헤롱이다.
일 년 정도 5시에 일어나 감사 일기로 시작하는 친구에게 물었다. 이럴 바에 편히 잠을 자야 하나, 몸에 익숙해질 때까지 일단 일어나야 하나. 친구는 일단, 깨서 움직여 보라고 했다. 책을 읽거나 명상하는 것도 좋지만 그러다 다시 잠들 수도 있으니 운동을 하거나 아침 식사 준비등 몸이 먼저 깨어나는 시간을 가져 보라고 했다. 신랑은, 자고 싶은 만큼 자야 행복하다고 믿는 일인이다. 졸려하는 걸 보면, '굳이' 새벽에 일어나 하루종일 헤롱 대느냐고 한다. 머리에 뿔만 안 달렸지... 푹 자라고 유혹하는 모양새가 꼭 devil 같다.
식목일에 다시 결심했다. 새벽을 연다. 의자에 구겨져 다시 잠이 들더라도... 일단 일어난다. 나무를 심듯 간절함을 심는다. 새벽기상의 뿌리가 내리고 싹이 틀 때까지... 일단은 일어난다.
<Early Bird> by Toni Yuly
https://www.youtube.com/watch?v=hOhzNnObRg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