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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Lee Mar 10. 2023

알파세대 아이

아날로그가 뭐예요

아들이 알파세대에 속한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다. 

MZ세대에 대한 퍼즐 조각도 다 맞추지 못했는데... 알파세대가 이미 시작되어 있었다니. 

유치원에서 보내준 '슬기로운 부모 생활'이 없었다면, 알파세대가 있는 줄도 몰랐을 거다.

느려도 어지간히 느리다. 


알파세대는 2010년 초반부터 2020년대 중반까지 태어난 세대를 일컫는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알파세대 구성원들의 삶에서 '아날로그'가 존재하지 않고 오직 디지털 기기만 존재했기 때문에 기존 영문자 알파벳이 아닌 그리스 문자를 사용해 새로운 세대로 구분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알파벳 Z 세대까지 나왔으니, 알파의 시작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었을까. 오직 디지털 기기만 존재했기 때문에... 란 연결이 어딘지 만족스럽지 않아, 구글링을 해보았다.


"Generation Alpha includes those born from 2010 onwards and who have therefore grown up in a fully digital world... using the Greek alphabet instead of the Latin alphabet and there was no point in going back to A, after all they are the first generation born fully into the 21st century and therefore they are the start of something new, not a return to the old" (Mark McCrindle, founder of the Australian consultancy firm McCrindle Research)


알파세대가 왜 알파세대가 된 것인지는 이제 알겠는데, 그래서 뭐 어쩌란 말인가. So What? 이 세대의 정의가 왜 필요한 것이었을까.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최지혜 님에 따르면, 세대의 변화와 트렌드의 변화가 시장과 사회 변화를 이끈다고 한다. 유, 초등학생들은 부모님을 통해 현재도 소비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자라 성인이 되는 십 년, 십오 년쯤 후에는 전체 소비의 1/3을 차지할 그룹이 되고,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 갈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직업이 '근육'과 관계가 있었다면,
현재의 직업은 '두뇌'와 관계가 있고,
미래의 직업은 '심장'과 관계가 있을 것이다.


런던 정치 경제학교 학장 미노체 샤피크가 한 말이다. 무슨 말일까. 브런치 캐리 작가님은 '따뜻한 심장(정서적 문해력)이 미래의 근육과 뇌가 될 것'이라고 했다. 태어나면서부터 스마트 기기와 AI와의 대화가 자연스러운 아이들이 갖게 될 직업은, 그 어느 때보다도 공감과 소통이 필요할 것이라는 것. ChatGPT를 마주하면서, 앞으로의 세상은 차가운 기계처럼 펼쳐질 것 같았다. 그래서 인간의 감성에 호소할 일이 사라질 것 같아 살짝 두려웠는데, 미래의 직업은 심장(공감과 소통)과 관계가 있을 것이라니... 다행이다. 그런데 정말, 어떤 세상이 올까.


아이폰의 숨은 기능은 다섯 살도 되지 않은 아들이 더 잘 찾아냈다. 지니를 달래가며(가끔 지니가 응답을 안 할 때가 있다.) 티브이를 켜라.. 유튜브에서 쓰나미 영상을 찾아달라며 기계가 기계인 줄 모르고 소통하는 아들은, '응답하라 1988'과 같은 시리즈로 이전 세대를 '경험' 하겠지. 그러다, 아날로그의 매력에 빠져 오래된 방식으로 음악을 듣고, 타자도 쳐볼 수 있을까.


어떤 세상이 오든,

아이가 더 크기 전에,

더 많이 뛰어놀게 하고

더 많은 종이책을 넘기게 해주고 싶다.

어차피 스마트한 디지털 기기들이 편할 테지만,

키보드를 치다가도 문득,

거친 나무둥치의 질감과 매끈한 돌멩이의 감촉이 그리울 수 있도록...

하얗게 보글거리는 파도의 느낌도 잊지 않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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