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얼마면 되겠니.
관심작가 수가 구독자 수보다 많으면 없어 보인다고... 브런치 내에서 그런 말들이 오고 간다고, 아는 동생이 알려줬다. 그래서 구독자 수는 어쩔 수 없으니... 관심 작가 수를 좀 줄여보라고 했다. 이야기의 시작은, 어느 작가님은 글 여섯 개에도 구독자 수가 99명이던데... 나는 왜 글 수가 99개에 가까워도 구독자님들의 증가수가 더딘가에 대한 전략적? 측면에서였다. 특히나, 브런치에서 글 하나가 노출이 된 이후라, 구독하기에 이토록 어필이 되지 않는 글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아는 동생이 구독자 수와 관련해 글을 써보라고 할 때, 구독자 수를 의식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말한다는 것이 싫다고 해놓고... 결국 이렇게 쓰고 있다. 없어 보인다는 말이 신경에 거슬려서, 제거를 할 수밖에 없었다.
브런치에는 정말 다양한 글들이 올라온다.
열심히 종잣돈을 모으며 야무지게 성장하는 청년의 글을 읽으며 에너지를 느끼고,
홍콩에서 어느 시인이 시제를 걸고, 연락하면 시를 지어 주겠다는 얘기도 기발하고,
듣도 보도 못한 스타트 업 투자 얘기도 흥미롭고,
코믹한 일상 속에서 감동까지 챙겨주는 삽화도 재미있고,
고양이의 깜찍한 표정도 놓치기 아깝다.
어느 작가님의 세상을 보는 깊은 시각과 평온함 앞에, 화가 잔뜩 담긴 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꼴찌를 하다가 지금은 잘 나가는 약사요 강사가 되어 인생역전을 해낸 이야기도 신나고,
웃다가 눈물까지 흘린 재밌는 이야기꾼 영어쌤을,
철학을 좋아하는 수학쌤을 알게 된 것도,
'쓸수록 나는 내가 된다'는 멋진 말을 발견하고,
유쾌한 가족의 일상 이야기 속 아빠의 마음을 엿보고,
생각지도 못했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 신선한 이야기를 접하고,
혹은, 나와 같은 시선이라 반갑고 공감 가는 이야기를 맛보았다.
모두 브런치 작가님들 덕분이다.
아들 유산균과 비타민도 듬성듬성 먹이는 엄마가...
99일을 달려왔다.
브런치를 하지 않았다면,
아들이 던져 놓은 기발한 말들과 순간들을 담아 놓지 못했을 거고,
장황하게 쓰는, 글버릇도 알아채지 못했을 거다.
덜어내야 느끼는 가벼움도 모른 채,
여전히, 출판이 안된다고 파닥거리고 있었을 지도.
부족한 글을 모아 엮은 첫 브런치 책에, 유일한 라이킷을 눌러주신 작가님이 고맙고,
바쁘신 중에도 놓친 글 읽어주고 가시는 작가님도 고맙다.
잊고 지내던 그림책을 다시 돌아보게 되어 감사하고,
오늘도 쓸 수 있어 감사하다.
페이스북도 안 한 지 오래고, 블로그나 인스타... 지속성 있게 활동하는 것이 없었다.
전에, 브런치를 글쓰기 반려 플랫폼이라 이름 지어 줬는데... 나름 맘에 든다. 가끔 여러 가지 감정을 겪게도 하지만, 혼자 진정하고 다시 쓰담쓰담 끼적이기를 이어가고 있으니.
그렇게 정이 쌓이듯 글이 쌓여있다.
브런치를 하는 동안,
관심작가는, 구독자 수보다 항상 더 많을 거 같다.
그리고,
브런치에서만큼은... ‘없어 보인다’ 와 같은 말이 떠돌지 않았으면 좋겠다.
읽는 사람 없어도 쓰라면서... 뒤에서 이런 말이 돌면... 배신이다.
얼마면 있어 보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