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메이트를 만나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브런치 메인에서, 누가 내 소원을 적어 놓았나 싶어 홀리듯 이끌려 글을 읽었다. 사람 마음 다 비슷비슷하구나 싶었다. 작가님의 글이 편하게 읽혀 전체 글 목록을 보니 그림책 이야기도 있고, 1인 출판 이야기도 있었다. 최근, 매거진으로 그림책에 관한 이야기가 쌓이면서, 브런치북으로 만들고자 구상 중이었다. 허나, 이전에 발행해 본 책의 호응이나 완독률이 높지 않아, 어떻게 접근을 다르게 해야 할까 고민이 되었다. 경험치가 낮은 사람이 본인의 문제점을 스스로 찾아내는데는 시간이 걸린다. 객관적으로 평가해 줄 수 있는, 새로운 눈이 필요했다.
작가님께, 무작정하고 댓글을 남겨보았다. 편하게 Say no 하셔도 된다고 했지만... 어쩌면 작가님보다는 본인을 위한 거절의 안전장치였다. 다행히 작가님은, 댓글을 용기라 읽으시고 답장을 주셨다. 단순히, 브런치북의 어필을 높여보고자 조언을 구했는데 작가님은 전자책 발행 계약서를 던져 주셨다. 연못에 빠진 쇠도끼를 찾다가 은도끼 금도끼를 얼떨결에 받아 쥔 느낌이었다.
작가님과의 한 시간 반정도의 첫 통화를 아쉽게 마무리했다. 중요한 얘기는 만나서 하자며...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 각개전투를 하고 있었지만 공통되는 부분이 참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글과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작가님, 지금 구두로 계약하신 거예요."라고 꼭 집어 말씀해 주시지 않았다면, 출간 제안받은 것조차 몰랐을 뻔했다. (이리 둔하니, 책의 호응도가 없지요. 문득 '둔치'라는 단어가 어울릴 것 같아 검색해 보니, 둔치는 눈치 없이 둔해서 둔치가 아니라, '물가의 언덕' 또는 '강,호수 따위의 물이 있는 곳의 가장자리'를 뜻하는 순우리말이라고 한다. 그럼, 그냥 좀 slow 한 걸로.)
방송작가로 십여 년이 넘게 작업을 해왔던 프로의 눈이, 내가 가진 콘텐츠 괜찮다고 한다. 어찌나 좋던지. 작가님은, 그동안의 여러 시도가 결코 헛된 것이 아니라며 (아직) 빛을 보지 못했던 과거까지 함께 보듬어 주셨다. 책도 책이지만, 글을 쓰며 비슷한 고민과 아픔을 이해하는 글메이트를 만나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더 흥분되는 일이었다.
"아들아, 엄마 지금 되게 신나."
아들은 괜히 뾰족하게 부리는 심통에도, 흐물흐물 두부 같은 어미의 분위기를 파악하고 날카로움을 접는다. 꼬투리 잡아 걸고넘어지고 싶었는데, 걸릴 게 없으니 전의를 상실하고 따라 웃는다.
엊그제 13살이 된 아이를 만난 건, 육 년 전 7살 때였다. 수업이 끝나고 이야기를 나누던 어머니와는 찌리릿 필이 통해, 카페로 자리를 옮겨 한참 얘기 나눴다. 아이는 옆에서 그림을 그렸다. 빨간 도화지에 반짝이는 은빛 펜으로, 공주를 그리고 크리스마스트리와 선물꾸러미를 그렸다. 그림 속 주인공이 나였다며 빨간 도화지를 건네주었다. 오 년이 넘는 시간, 공주의 성장통을 지켜보던 어머니가 해준 말씀이 있다. 투고 거절 이후 마음이 더 추웠던 겨울…
"지금 선생님의 계절이 봄이에요. 곧 따뜻해질 거예요. 씨 뿌리는 일을 멈추지 마세요. 그래야, 여름 지나고 가을이 오면 수확을 하지요."
봄. 꽃샘추위도 있고, 5월에 눈이 내리는 이상 기후도 있을 수 있겠지만. 봄은 봄이다. 담담글방 작가님과의 연합전술로, 풍성한 수확 전략을 짜봐야겠다. 출간 제안주신 작가님 감사합니다.
<This is Me!> by Philip Waechter
혼자서도 잘 놀고 있다가... 어느 날 문득 외로움이 뼈를 때릴 때. 주저 없이 달려가 차 한 잔 나누며 얘기 나눌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근사한 일이다.
어디에선가 꿈의 씨앗을 뿌리고 일구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지금 당신의 계절은 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