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부탁드려요.
담담글방 작가님을 만나러 오랜만에 홍대 쪽으로 외출을 했다. 첫 만남을 하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경의선 숲길도 여전히 아기자기하게 이뻤다. 비 온 뒤의 상쾌함, 싱그럽게 피어나는 봄꽃들, 도심 속에 남겨진 기찻길 옆 푸른 나무들. 스위스와 수교 60주년으로 전시를 준비하고 있는 분주함까지, 첫 출간을 위해 만나는 달뜬 마음과 모두 잘 어울렸다.
담담하고 담백한 글방 주인장답게, 작가님은 꾸밈없이 편안하게 이야기를 풀어가셨다. 그래서일까, 처음 보는 사람한테 할 것 같지 않았던 이야기들조차 스스럼없이 해버리고? 말았다. 직업상 인터뷰를 많이 하셔서 내공이 쌓인 걸까. 두 사람의 놀랍도록 많은 공통점 때문이었을까. 어떤 이야기가 제일 쓰고 싶냐는 작가님의 질문에 그동안 한 번도 외부적으로 발설해 본 적 없는 주제가 툭 튀어나와 당황스러웠다. 어머 웬일이니. 글메이트를 제대로 만나버렸네.
작가님은, 혹시나 해서 들고나간 알파벳 쓰기 책을 대단히 마음에 들어 했다. 전에 작업했던 홍대 학생... 지금은 사회인이 된 그에게 다시 연락해서, 드디어 인세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대형 출판사와의 미팅이 어그러진 이후 7년 만의 일이다. 신난다. 부디, 원본 일러스트레이션 파일이 온전히 남아 있기를...
작가님의 딸내미 영어 이야기를 듣다가 설명을 드려야 할 때, 내 입에선 어머니란 호칭이 자연스레 나왔고, 이런저런 질문을 하시던 작가님은 선생님으로 부르려다 멈칫하셨다. 직업병이다. 아이들 영어 교육 이야기가 나오면서 봇물이 터졌다. 작가님 얘기도 재미있고, 나의 경험도 흥미롭게 들어주시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햇살 가득한 카페 마당에 참새가 물 찍어 먹을 때 들어갔던 우리는, 저녁 조명이 켜지고 야외 의자를 모두 정돈할 때쯤에야 나왔다.
방송작가 십 년 경력 작가님의 조언 포인트:
1. 제목을 직관적으로 써라. 직관적이라… 머리로 이해는 했지만 경험치가 따라가려면 시간은 좀 걸릴 수도 있겠다. 그래도 해보자.
2. 한글 해석 없이 적어놓은 영어도, 독자를 위해서는 다소 불친절한 행위일 수 있다. 어렵다고 느껴지면 독자는 떠난다.
3. 맥락 없이 감수성 가득하게 시작하는 글, 쓰는 이의 입장이 아닌 독자의 눈으로 다시 바라보며 정리해 보자.
4. 쉽고 접근 가능한 도입부, 어려운 부분은 가볍게 뒤쪽으로 살짝, 실제 예를 들어 친밀감 확보.
5. 이 글 저 글에 숨어있는 작가를 드러나게 해야 한다. 누가 이 글을 쓰고 있는지, 작가의 스토리는 독자의 관심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쓴다고 쓴 거 같았는데, 그게 아니었구나 싶다.
좋은 것은 좋다, 이 부분은 포인트를 이렇게 살리면 좋겠다며 세심하게 글에 집중해 주시니, 케어받는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이 작가와 출간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많은 시도가 잘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계속 쓰고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뭐지. 이 구원받은 느낌은.
줄줄이 감자 캐듯, 유기농 이야기들이 나올 것 같다는 말을 작가님이 먼저 해주셨다. 오... 제 말이요. 출판사에 대놓고 그렇게 어필을 해봤는데도 소식이 없었는데 말이지요. 예정 시간을 훌쩍 넘기고, 여덟 시간의 톡톡을 마무리하며, 우리의 만남을 한 번 더 되새겼다. 작가님.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정말 반가워요.
또 만나요.
느지막이 집에 도착하니, 아들이 섭섭했었나 모른 척을 한다. 무척 보고 싶었다는 말 세 번쯤 해주니, 그제야 품으로 파고든다. 나의 모든 계절 같으니라고. 다음에 누나랑 이모랑 같이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