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수업료는 어디 가나 꼭 있더라는...
1961년도에 첫 출간이 되어 지금 읽어도 시대적인 변화를 전혀 느낄 수 없는 스토리가 하나 있다.
<THE SNEETCHES AND OTHER STORIES> by Dr. Seuss
뉴질랜드 키위와 타조를 조화롭게 섞어놓은 듯한 Sneetch 스니치에는 두 종류가 있다. 배에 배꼽처럼 작은 별이 있거나 없거나. 종류가 다양? 한 것까진 괜찮은데, 문제는 별을 달고 있는 측에서 그렇지 못한 그룹에 대해 우월성을 과시하고, 별이 없는 그룹을 게임이나 파티에서 배제시키는 것이었다.
별이 없는 그룹의 숫자도 많았다. 별이 없으면 없는 대로, 자기들끼리 재미있으면 될 텐데 시무룩하게 모여 앉아 별이 없는 것만 한탄하고 있었다.
이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고 나타난 이가 있었다. 이름하여 실베스터 맥몽키 맥빈. '사' 자 느낌이 듣자마자 풍기긴 하는데, 별모양의 배꼽을 갖게 해 준다는 말에 스니치들은 3달러를 기꺼이 바치고 기계 속으로 몸을 던진다. 다행히 그가 몰고 온 기계가 최첨단인지라, 생명에 지장 없이, 자신들과 다르게 우수한 종자라고 으스대던 또 다른 종과 똑같은 별을 붙이고 나왔다.
신이 나서, 자칭 우수 종자 그룹으로 달려가 배꼽을 보여준다. 같이 놀자고.
그들은 반갑게 손을 잡고 같이 놀 수 있었을까?
No way.
별 배꼽을 달고 있던 자칭 우수종자들에겐 별 배꼽이 문제가 아니었다. 자신들이 열등하다고 무시했던 애들과 구분되지 않는 것에 오히려 경악했다. 대책이 필요했다.
이때, 우리의 실베스터 맥몽키 맥빈이 다시 한번 존재감을 드러낸다. 모든 일에는 해결책이 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당신들을 행복하게 해 줄 비법이 자신에게 있다면서 이번에 10달러를 요구한다. 그의 신묘한 기계장치 속으로 들어간 스니치들은 별 배꼽을 떼고 나올 수 있었다.
그리하여, 다시 우월과 열등으로 구분선이 확실해졌다. 잠시나마 느꼈던 우수한 동질감에 취해, 스니치들은 다시 10달러를 주고, 별을 떼는 기계 속으로 들어간다. 현재, 총 13달러 지출. 그것을 본 다른 그룹의 스니치들은 다시 별을 달아 달라고 돈을 지불한다.
떼고 붙이고 떼고 붙이고 떼고 붙이고... 난리 북새통에 실베스터 맥몽키 맥빈은 행복한 비명을 지르며 순식간에 현금부자로 등극한다.
이제 남은 것은, 어느 스니치가 어느 그룹이었는지 혼란스러워진 상태의 스니치들. 결국 같은 종이었던 스니치들은 비싼 수업료를 내고 그 사실을 받아들인다.
인종이나 문화, 서로 다른 그룹 간의 차별성을, 수평적 다양성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우월과 열등으로 분리하려는 시도를 풍자한 이야기. 그 때나, 이 때나... 변한 듯 변하지 않는 속성을 보여주는 듯하다. 요새, 이 책이 자주 눈에 들어온다. 풍자는 풍자대로, 소비자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몽키 양반의 능력은 능력대로 새로운 재미가 새록새록해서일까.
책소개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아주 친절하고 자세하게 줄거리를 공개한 글이 되었다. 책 소개보다 하고 싶은 말이 있음을 결국 숨기지 못했다. 혹시, 책을 보고 싶으신 분들은... 이 내용이 잊힐 즈음... 다시 읽어봐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