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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Lee Jul 23. 2023

너는 그때 깨달은 걸까

지금은 무얼 하고 있을까

날개를 가진 멋진 존재로 변할 수 있다는
확신도 없는데, 
하나뿐인 목숨을
어떻게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단 말인가?


이야기 하나.


저 위에는 무언가 다른 것이 있을까 더 좋은 것이 있을까 궁금해하던 애벌레들이 서로 밟고 올라간다.

맨 위에 도착한 애벌레들은 아무것도 없음을 발견한다.

그러나 침묵한다. 그리고 더 올라갈 곳도 없고 내려가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를 알고 내려가며, 위에 아무것도 없다고 알려주는 애벌레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애벌레는 없었다.

가보지도 못해 놓고 저런 소리 하는 거라고, 다들 올라가기에만 정신이 없다.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고, 결국 서울대 경영학과를 갔던 친구가 들려줬던 이야기.

위를 향해 올라가는 애벌레 무리 중에 한 마리처럼, 탑에 오른 이의 말이 그다지 와닿지 않았다.  




도서관에서 문득 눈에 띄는 제목이 있었다.

직감적으로, 그때 친구가 들려주었던 이야기임을 알았다.

생각보다 꽤 두께가 있는 책이었다.


1999년도에 초판이 발행되었던 <Hope for the flowers> by Trina Paulus. 한글판은 <꽃들에게 희망을>이다. 삶이 점점 더 녹록지 않아서일까, '위로' 올라가는 대열에 끼어 힘겨워하는 삶들이 자신만의 꿈을 응원받고 싶은 것일까. 2005년까지도 개정 2판이 1쇄로 끝났었는데, 2020년 개정 3판을 9쇄까지 찍었다. 


... 하지만 '위로' 올라가는 길은 이것밖에 없다고, 호랑 애벌레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때, 꼭대기에서 조그맣게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곳에는 아무것도 없잖아!"
 
그러자 또 다른 목소리가 대꾸했습니다.

"조용히 해, 이 바보야! 밑에 있는 놈들이 다 듣겠어. 우린 지금 저들이 올라오고 싶어 하는 곳에 와 았단 말이야. 여기가 바로 거기야!"




아이가 어릴 때부터, 영어 유치원, 과외, 학원 등 열과 성의를 다해 교육하려는 친구가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본인의 아쉬움도 조금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다. 앞으로는 대학 졸업장이 크게 의미가 없을 거라는 얘기를 나눴었다. 하지만, 남들 다 보내는 데 혼자만 낙오될 순 없다는 생각에 스트레스가 많았다.


오래전 친구가 들려줬던 얘기가 들리지 않았던 것처럼, 똑같은 상황은 반복되고 있었다.


이십 년 전에 이 책을 읽었던 그 똘똘한 친구는,

이미 깨달음을 얻고 지금쯤 자신만의 삶을 멋지게 펼쳐가고 있을까.

남들 가는 데로 돌고 도는 Rat Race에서 일찌감치 빠져나와, 나비처럼 훨훨 날고 있을까.

문득, 몇 년 전부터 소식이 끊긴 친구의 소식이 궁금하다.


Where are you? Where are we?



애벌레들은 모두 해산하여 집으로 돌아가시오.

고치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소. 

꽃들이 그대들을 기다리고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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