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의 용기

한 주를 세우는 용기

by J Lee
Courage is
if you knew where
there were some mountains,
you would definitely climb them.


2018년생 아들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그런데 입학식을 마친 바로 다음 날부터 등교 거부가 시작되었다. 선생님이 무섭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긴 했다. 그렇다고 학교를 안 갈 수는 없다. 친구들과 노는 시간보다, 앉아 있는 시간이 길다고 했다. 학교가 그런 곳이긴 하다. 학교급식이 맛이 없다고 했다. 그래도 학교는 가야 했다.


매일 아침, 지각은 할지언정 결석은 하지 못하게 하려고 애썼다.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야 했기에. 그렇게 어느새 넉 달째. 입학 전날 설렌 가슴 안고, 브런치에 글 올렸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글 한 줄 안 쓰고도, 시간은 참 잘 간다.


등교거부는 시간도둑이다. 혼이 쏙 빠지고 나면 어느새 정오가 되어 있기 일쑤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벌써 6월이지 않은가. 이 녀석. 학교 가기가 그리도 싫은가.


그러다 문득, 반에서 회장을 하고 있는 윤희와 글을 쓰다 '당연한' 이야기를 '새롭게' 발견했다. 책 좋아하고, 싹싹하고, 야무진 4학년 윤희에게도... 학교는....


<COURAGE> by Berbard Waber

아이들이 가장 많이 공감한 용기: 다시 시작하기

버나드 와버 작가의 <용기>를 읽고 윤희는 달마다 어떤 용기가 필요한 지 적어보았다.


1월 어른들의 덕담을 가장한 잔소리 견딜 용기

2월 새 학기를 준비해야 하는 용기 (방학이 끝나가는 걸 지켜볼 용기)

3월 새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야 하는 용기

4월 담임 선생님이 봐주지 않을 때가 온다는 걸 인정해야 하는 용기

5월...

6월 선생님의 잔소리가 수그러들어서 장난을 쳐보려는 용기

7월 여름방학 숙제를 해야 하는 용기

8월 여름방학이 끝나가 학교에 가야 하는 용기

9월 선생님을 다시 마주 해야 하는 용기

10월...

11월...

12월 친구들과 헤어져야 하는 용기


윤희조차도, 학교와 관련해 이렇게 많은 용기가 필요할 거란 생각은 미처 못했다.


그래서, 다른 친구들의 용기도 궁금해졌다. 이번에는 월화수목금토일, 일주일 동안 필요한 용기를 물었다.


월요일! 학교 가기 싫지만 가야 하는 용기,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는 용기...

화요일 맛없는 급식을 먹어야 하는 용기

수요일 6교시를 버텨야 하는 용기

목요일 수업에 집중해야 하는 용기

금요일 늦게 잘 용기 (늦게 자면 다음 날 늦게 일어나서 '한 마디' 듣기 때문)

토요일...

일요일 일찍 자야 하는 용기


하나같이 월요일에 학교 가야 하는 용기를 말했고 일요일엔 일찍 자야 하는 얘기를 했다.


어쩌다 아들이 제시간에 등교하는 날엔, 교문을 향해 일제히 걸어가는 행렬에 낄 수가 있다. 제시간에 맞춰 가려고 서두르는 발걸음들.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긴 한데. 그 당연함에 의문이나 반란이 생기면, 대번에 일상이 곤란해질 수 있음을 알게 된 이후, 제시간에 등교하는 아이들이 달라 보인다. 용기를 끌어모아, 한 발작 떼는. 그 마음 하나하나 보이는 것 같아, 너무나 당연한 아침 풍경이 달라 보인다.


내일은 월요일.

아들아! 우리도 용기 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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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에 한동안 손을 놓았더니, 글 올리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졌다.

그래도,

용기를 모아 모아...

다시 한 줄 시작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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