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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그램 Dec 30. 2018

마장동에는 20년 내공으로 만드는 오돌뼈가 있다

매력적인 사장님이 만드는 매력적인 오돌뼈


오도독-뼈


  오도독- 재미있는 식감을 가진 오돌뼈. 포장마차 특유의 감성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왠지 이 오돌뼈의 매력을 더욱 잘 이해할 것 같다. 허기진 밤 야식의 유혹에 매번 굴복하는 사람, 매운 먹거리로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려는 사람도 한 번쯤 맛 보았을지도.


  이 글에서의 오돌뼈는 삼겹살에서 종종 발견할 수 있는 딱딱한 오돌뼈가 아니다. 딱딱한 식감 때문에 발라먹게 되는 그것 말고, 적당한 단단함에 중독되어 찾아서 먹게 되는 마성의 그것. 매콤한 양념과 함께 볶아주면 밥도둑, 술도둑이 되는 그 오돌뼈!


삼겹살에서 볼 수 있는 익숙한 오돌뼈 말고,
흰 색 연골이 박힌 낯선 이 것!

  포장마차나 식당에서 오돌뼈를 시키면 빨간 양념에 불향이 가득 배어져서 나온다. 자세히 보면 하얀 연골이 요리조리 휘어져 불규칙적인 모양을 하고 있고 간간이 보이는 살점이 흐트러져 있다. 비주얼이 좀 희한하긴 해도 매운 불향과 오도독 씹히는 재미있는 식감에 계속 먹게 되는데.. 거기에 김가루와 참기름을 넣고 슥슥 비빈 주먹밥을 함께 곁들이면, 녹초 됐을 때 처방전?..



  이 오돌뼈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보았다. 마장동 축산물 시장 북문에 위치한 대보 식품. 대보 식품은 시장 골목을 빼곡히 채운 한우 전문점들 사이로 오돌뼈 전문점이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가게 이름도 oo 축산, oo 유통이 아닌 대보 ‘식품’이다. 이 가게가 가진 내공은 대체 어느 정도일까.     



 사장님은 20년째 이 곳에서 오돌뼈를 식당으로 납품하고 계신다. 냉동으로 유통되는 오돌뼈를 한꺼번에 작업해서 오래 보관해두었다가 판매하면 편하기야 하겠지만 사장님은 주문량에 맞춰 매일 작업하신다. 작업이 복잡하고 손이 많이 가는 오돌뼈를 매일 작업하려면 새벽을 여는 부지런함은 필수다.     



  오돌뼈는 돼지의 연골과 잡육을 번갈아가면서 쌓아 올리면 완성된다. 연골은 돼지의 어깨뼈에 붙은 넓적한 부채 연골을 사용한다. 오독오독 씹어먹는 재미를 담당하는 부채 연골이다. 잡육으로는 돼지 뼈에 붙은 살점이나 발골 시 자연스럽게 나오는 살점 등을 사용한다. 잡육이라고 해서 안 좋은 고기를 사용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뼈에 붙은 고기에는 하얀 막이 있는데, 이 부분은 익혔을 때 오히려 더 쫄깃하고 맛이 좋다. 게다가 이 잡육이야말로 대단한 정성이 들어가지 않으면 손질할 수도 맛볼 수도 없는 부위라고 할 수 있다.


  잡육-연골-잡육-연골-잡육


  다섯 겹으로 쌓아 올린다. 이때 연골은 대충 쌓으면 안 된다. 이렇게 예쁘게 줄을 세워줘야 나중에 잘랐을 때 모양이 잘 나오고 먹기도 좋다는 사장님의 말씀. 그리고 사장님은 한 층에 연골을 무려 두 겹으로 올려주시는데, 씹는 재미가 있어야 제대로 된 오돌뼈가 아니겠냐는 사장님의 말씀 2.



  마지막으로 커다란 비닐에 싸서 꼼꼼하게 눌러주고 그 상태로 냉동시킨다. 이틀 동안 꽁꽁 얼린 오돌뼈는 먹기 좋은 크기로 세절되려면 또다시 해동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 이렇게 다루기 까다로운 오돌뼈는 포장할 때 더 까다롭다. 일반 손님들에게 판매할 때에는 동글동글 말린 것을 하나씩 펼쳐서 가져가기 쉽도록 납작하게 포장해드리고 있다. 여기서 만들어진 오돌뼈는 1kg에 5천 원이라는 가격에 판매된다. 바깥에서 사 먹는 오돌뼈가 한 접시에 1만 5천 원 정도였던가..?


 

  당신이 오돌뼈의 진가를 아는 진정한 오돌뼈 마니아라면 마장동 대보 식품에 가서 직접 사 먹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마장동까지 찾아가기 귀찮고 번거로운 것을 잘 알면서도 사심을 가득 담아 이 집을 추천하는 첫 번째 이유는 신선하고 저렴하다는 것이다. 국내산 돼지고기를 사용하여 사장님의 오랜 내공으로 만들어낸다. 두 번째 이유는 이 곳 사장님만의 편안하고 따뜻한 매력을 나누고 싶어서이다. 오돌뼈를 구매하고 싶다고 하면, 핫핑크색 귀마개에 오토바이를 몰고 어디선가 나타나실 사장님을 만날 수 있다!      



글 - 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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