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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그램 May 03. 2022

오돌뼈처럼

육그램 매거진 『MEATing』_고기를 통해 만나다

안녕하세요. 저는 육그램에서 인턴으로 함께하고 있는 satty입니다. 4학년 1학기를 육그램 인턴을 하며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갈까 내일을 고민하는 너무나 평범한 오늘을 살아가는 청춘입니다. 


매일 아침 elly가 올려주는 MZ세대와 관련한 기사들을 읽다 보면 조금은 별세상 같다고 생각을 해요. 십만 원이 훌쩍 넘는 파인 다이닝을 즐기고 명품을 소비하는 세대. 그렇게 그려지더라고요. 그런 일상과 제 일상은 조금은 다른 것 같아요. 


고급스러운 공간, 접시마저 명품인 그런 곳에서 즐기는 한 끼 식사도 정말 근사할 것 같지만, 아직은 그런 곳을 즐길 형편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나마 플렉스하며 행복한 한 끼를 즐기는 곳은 ‘사거리 식당’이라는 곳입니다. 사거리 식당, 이름만 들으면 김치찌개, 된장찌개를 팔 것 같은 곳인데 사실 술집이에요. 전반적으로 간이 조금은 센, 소주 한잔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안주를 파는 곳이죠. 

그중에서 제가 플렉스하며 즐기는 음식은 2만 7천 원짜리 곱도리탕이에요. 짭조름한 국물이 자작하게 나오고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닭이 들어가 있죠. 거기에 기름진 식감이 일품인 대창의 조합은 말해 뭐할까요? 거기에 오동통한 우동면까지. 아, 술은 못 먹어요. 못 먹지만 술집에 온 만큼 예의상 소주 한 병을 시켜요. 

▲ 이 달달한 것들을 이렇게 먹는데... 왜 왜 살이 안쪄요...?

먹부림 메이트는 언제나 제 연인이죠. 항상 말없이 묵묵하게 제 곁을 지켜주는 사람. 제가 좋아하는 건 무엇이든 같이 해주려고 노력하는 사람. 그런 사람과 사거리식당을 드나든 지도 벌써 2년째에요. 


대창, 곱창을 못 먹는 사람이라서 처음에는 조금 힘들어하더니 어느새 짭조름하고 칼칼한 국물 맛에 반해 요즘엔 “사거리 식당 갈까?”라는 말을 먼저 꺼내요. 

달랐던 취향이 같아지고 아직은 그려지지 않은 제 미래에 대해 같이 고민해주고 어떤 결정을 하고 어떤 행보를 걷던 응원해주는 사람. 부끄럽지만, 첫사랑이에요. 처음 만난 사람이 그리고 사랑이 이런 사람이라 얼마나 감사한지. 인스타그램 혹은 언론에 보도되는 것처럼 화려하고 “와~ 역시 MZ세대! 이런 느낌은 아닌데, 이런 저의 사랑과 삶 역시 MZ세대의 일부분일 거예요. 


우리 육그램에서 파는 오돌뼈를 보면서 종종 묘한 감정을 느껴요. 엄청 저렴한 가격, 그러나 잔잔하게 꾸준히 베스트셀러에 올라 누군가의 훌륭한 술안주로 식탁 위에 놓이는 음식이죠. 한동안 품절됐을 때 종종 언제 구매가 가능하냐는 문의도 들어왔던 친구죠. 수수하지만, 언제나 은은하고 잔잔하게 사랑받는 오돌뼈. 화려하거나 요즘 말로 힙하진 않지만, 그 무난함 때문에 오래가는 오돌뼈. 제가 지향하는 미래도 비슷한 것 같아요. 흔히 말하는 주류, 힙함의 한 가운데 서있기보다 잔잔하게 은은하게 오래 사랑받는 삶. 


특별하지 않지만, 오돌뼈는 오독오독 씹히는 그 독특한 매력으로 사람을 사로잡잖아요. 저 역시 저만의 오독오독한 매력이 뭘까, 항상 고민하고 그걸 찾아가는 과정을 지나고 있는 것 같아요. 오빠와 저의 연애도 토마호크처럼 엄청 크거나, 화려하진 않지만 함께 식성을 맞춰가며 맛집 투어를 다니는 소소한 행복으로 내일을 약속해요. 


여러분은 어떤 삶을 누리며 어떤 사랑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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