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 빵집 밀도 생크림 식빵 (리치 식빵)

식빵은 실온에 보관하세요 제발..

by 모지리


2년 정도 성수에 살면서 밀도 주변을 자주 지나다녔다. 유명하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요즘 걷다 보면 빵 생각이 자주 나는데, 오늘 마침 가게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잠시 서서 고민하다 가게에 들어갔다. 내부는 좁았지만 평일 오전이라 손님이 없었고, 빵은 선반 두 층이 한쪽 벽을 채우고 있었다. 한참 매대를 두리번거리다가 기본 빵이 없는 것 같아 여쭈어보니 계산대 주변에 따로 있다고 했다. 우유는 뭔가 아쉬울 것 같아 생크림을 고르고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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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이 담긴 모양새가 만화에 나오는 것 같아서 왠지 모를 만족감이 들었다. 가격은 8,400원. 우유는 얼마인지 모른다. 예전 가격을 보면 몇백 원 정도 차이 나는 것 같다. 우유 식빵은 뚜껑을 안 덮고 만들어서 전형적인 식빵 모양이지만 생크림은 네모 모양인 것이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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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상으로는 일반 식빵보다 조금 두껍게 잘린 것이 보인다. 빵 봉투 상단에는 철사가 들어 있어 빵끈 없이 깔끔하게 보관할 수 있는 점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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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토스트 하지 않고 사온 상태 그대로 먹어보았다. 빵은 언제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구매한 시간은 오후 3시쯤이었고 먹은 시간은 오후 4시 정도 되었다. 빵은 촉촉하고 겉은 아주 살짝 바삭하게 잘 굽힌 느낌이 났다. 버터 향이 좀 나는 느낌도 있다. 혓바닥이 그리 미식가는 아니라 더 이상 얘기해도 별 의미는 없겠다. 암튼 맛은 좋았고 프랜차이즈 식빵만 먹던 나에게는 인생 식빵이라고 할 수 있겠다. 먹어본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가난한 학생입장이 또 사 먹을 정도의 맛과 가격은 아니라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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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오븐레인지 그릴 모드에서 4분 정도 토스트한 후 버터와 함께 먹어보았다. 맛이 아주 좋다. 처음으로 식빵만 먹는 게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터는 냉동한 지 조금 오래된 쿠팡산 앵커버터라 없는 게 더 나은 느낌도 있었다. 그리고 원래 식빵이란 게 특성이 강한 빵은 아니기에 버터 맛이 식빵 맛이 너무 가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난 8,400원을 온전히 느끼고 싶은데.



식빵을 냉장보관하면 안 되는 이유

다들 식빵을 냉장보관하지 말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최근에 베이킹 책에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먼저 전분은 빵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60도가 넘으면 '호화'라는 과정을 거쳐 물을 머금는다. 그 이후로는 점점 전분이 노화하면서 머금고 있는 물을 뱉어내게 되는데, 그래서 우리가 보관하던 빵이 조금 딱딱하게 변하는 것이다. 노화는 특히 0-5도씨 그리고 30-60% 습도 조건에서 잘 일어나고 이는 냉장고의 환경과 비슷하다. 노화된 빵은 수분이 없기 때문에 가열을 통해 다시 수분을 넣어주면 조금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래서 오븐에 데운 빵이 그렇게 맛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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