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구민체육센터에서 수영 배우기
지난여름에 미국 서부의 산맥을 따라 걸어 올라가는 존 뮤어 트레일에 도전하였다. 자세한 얘기는 차차 나누는 것으로 하고, 결론은 작년 여름 내내 호수를 많이 만났다. 씻지는 못하고 매일같이 계곡에 몸을 담가서 존엄성을 유지한 나날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물놀이를 할 기회도 많았는데 난 수영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고작 물장구 정도밖에 치지 못했던 것이 여행 후에도 한으로 남았다. 한국에 가면 꼭 수영을 배워 다시는 그러한 수모를 당하지 않겠노라 다짐하였다.
운이 좋게도 내가 사는 곳에서 고작 10분 거리에 성동구민체육센터가 있었고, 그 길로 수영 강좌를 등록했다. 첫 시작은 2달 전인 9월이다. 급하게 신청을 하여 성동구민만 신청할 수 있는 기간도 놓치고 대기번호 14번쯤을 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다행히 개강한 지 일주일 정도만에 순번이 돌아와 강습을 시작할 수 있었다.
체육센터 맞은편에 있는 배럴 플래그십 스토어에 가서 수영복, 수모를 샀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패킹 없는 수경이 자국도 안 남고 좋다고 하여 적당한 것을 쿠팡에서 주문했다. 전부 다 해서 10만 원 내외로 구매할 수 있었다. 다른 스포츠에 비해 입문 비용이 매우 싸다고 느꼈다. 러닝화조차 10만 원부터 시작하는 세상이다.
수모나 수경은 어차피 규격품으로 나오는 제품이니 인터넷으로 사도 별 상관없다. 그래도 수영복은 입어보고 사는 게 좋다.
수영을 시작하기 전에는 이것저것 예쁜 수영복을 많이 알아봤었지만, 사실 중요하지 않다. 수영하는 중에는 다 머리를 물에 넣고 있기에 서로 볼 시간도 없다. 일단 나부터 살아야 되는 판에 옷이 뭐가 중요한가. 조금만 괜찮아 보이면 고민 없이 사자.
수모는 실리콘이 제일 기본인 듯하다. 수경은 노패킹과 패킹 두 가지 선택지가 있는데, 자세한 건 모르지만 초보자가 노패킹을 써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마찬가지로 원하는 걸 사면된다.
내가 구매한 것들
- 미즈노 엑셀아이 나쁜 눈: 34,680원
- 배럴 수모: 10,000원?
- 배럴 수영복: 50,000원 전후로 기억
처음 체육 센터에 도착하여 사워를 마치고 어영부영 물어가며 초보 레인을 찾아갔다. 도중에 수업을 듣기 시작한 탓인지 다른 설명 없이 강습이 시작됐고, 어떻게 숨 쉬는지도 모른 체 물속에 들어가서 허우전 댔던 기억이 난다. 몇 번 다녀오다가 뭔가 이상하다 싶어 강사님께 처음이라 말씀드리니 친절히 처음부터 알려주셨다.
어찌어찌 강습을 안 빠지고 다니면 한 달에 영법 하나 정도를 배우는 듯하다. 성동구민체육센터는 초보반 전부가 동일한 레벨로 강습받는 것이 아니라, 개인에 맞추어 강의를 진행해 주시기에 억지로 따라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어서 좋았다. 첫 달에는 자유형, 둘째 달에는 배영, 이제는 평형을 시작했다. 여전히 자유형과 배영에서도 고칠 점은 산더미지만 어느 정도만 만들어지면 다음 영법을 배운다.
호불호는 있겠지만, 강사님이 매우 열정적인 분이셔서 더 만족스럽게 다니고 있다. 개중에는 물에 한 발자국조차 들어오지 않는 강사님도 계신다고 한다.
처음에는 4개월만 배우고 그만두려고 생각했는데, 배울게 산더미처럼 남아 그만둘 수 있을지 모르겠다. 수영을 배우려 할 때 남자가 쓴 블로그는 거의 찾기 힘들었던 기억이 나서 소소하게 몇 글자 써보았다. 고민하고 있는 분이라면 지금이라도 마음먹고 시작하시기를 강력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