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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씩스미미 Jun 11. 2024

한 번 빠지면 답이 없지.

어쩔 수 없어 태생인걸 -

동네 골목골목에 고양이가 참 많다. 중장년의 아저씨들이 한달에 30~40만원씩 개인사비를 들여 사료다 츄르다 공급하는 덕에 고양이들이 아주 통통하게 살이 쪄있다. 난 그런 아저씨들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무섭고 더럽기만 한 고양이들이 뭐가 좋다고 저렇게 간식들을 나르시는지. 사료 때문에 우리집 앞에 고양이들이 장사진을 치는 것도 썩 내키지 않았다. 두어마리가 가끔 나를 힐끔힐끔 쳐다볼 때마다 이런 생각을 했다. '너네 아저씨 옆에만 있어! 나한테는 오면 안돼!!!'


그러던 주말 어느 날, 자전거를 타려고 정비하고 있었다. 타이어 바람은 빵빵한지, 브레이크는 잘 되는지 등등. 한참을 살펴보는데 어느 순간 뒷통수가 따가워졌다. 누군가 날 쳐다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천천히 고개를 돌리는데, 얼룩덜룩한 회색 고양이가 골목길 한복판에서 나를 아주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뒷골이 서늘해졌다. '뭐야 무섭게 왜 그렇게 쳐다봐???' 재빨리 자전거에 올라 타 골목길을 벗어났다.


다음 주 주말. 그날도 어김없이 자전거 타러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주 봤던 그 회색고양이 녀석이 나를 또 지켜보고 있는게 아닌가. 섬뜩 했지만, 한 번 말을 걸어보았다. "너 왜 자꾸 나 쳐다봐? 배웅해주는거야?" 녀석은 내말이 들리는지 어쩌는지 꿈뻑도 안하고 그저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했다. '뭐야 뭐 어쩌라는거야...' 속으로 중얼중얼하며 길을 나섰다.


또 한 주가 흐른 주말. 역시나 자전거타러 나갈 준비를 하는데 어쩐지 그날은 고양이가 보이지 않았다. 근데 기분이 좀 이상한거다.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안다고 괜시리 섭섭했다. '어디 다쳤나... 사고났나...?' 걱정도 됐다. '고양이가 걱정이 된다니? 아니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거야 지금?'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두어시간 정도 자전거를 탔을까. 집으로 돌아오는데 아니 글쎄, 골목길 한복판에 고양이가 있는 것이 아닌가. "너 나 마중온거야??? 그런거야???" 반가움에 냅다 소리질러 버렸다. 역시나 고양이는 표정변화 없이 시큰둥했지만 나혼자 기분좋은 착각에 빠진채 골목을 방방 뛰었다. 바로 이때부터 였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국가 불문 종 불문 수많은 고양이들이 점령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그 문제의 회색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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