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카오스 2017년을 마치며 part.1
ui디자이너가 되고 하루하루를 혼돈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거 같다.
어느 날은 이제야 내 일에 대해 이해했다고 생각하다가도 갑자기 모든 것이 아무것도 모르는 게 되는 날이 반복되기가 일쑤였다.
역시 내가 직업선택을 잘 한거 같다고 말하다가도 이 세상 최악의 직업이라고 세상 원수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일을 하고 있고 어떻게 해야 더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이렇게 정신없는 생각들 속에서 일 년 일 년을 보내면서 이 혼돈의 생각들을 이제는 정리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주니어 생활(현재도 진행 중인 생활이지만…)을 중간 정리해보면서 스스로 다짐할 겸 글로 남겨보고자 한다.
단순 그리는 사람이 되느냐 생각하는 사람이 되느냐를 디자이너 자신이 결정하게 되는 순간이 오는 것 같다.
기획자의 와이어 프레임을 처음 받아 본 순간 아무 생각이 안 났던 첫 1년을 지나서,
와이어 프레임을 보고 그대로만 따라 그렸던 순간도 있었고, 조금 익숙해지자 이게 맞는 것일까 하는 의문도 품게 되고 기획자와 조율을 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와이어 프레임 밖에 있다는 것을 몰랐었다.
내가 맡은 프로젝트의 배경, 이루고자 하는 목적, 경쟁사들의 흐름 등 프로젝트를 이루고 있는 다양한 정보들을 습득하지 않은 채 기획과 와이어 프레임을 접했을 시 클라이언트와 기획자가 의도하지 않은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
디자이너는 작업 전 왜 이런 와이어 프레임이 나왔는지를 더 중요하게 봐야 한다.
빠듯한 일정에서 한 프로젝트의 부분만 보고 디자인을 했다가는 더 먼 길을 돌아가게 된다.
디자이너는 더 이상 그림만을 그리는 디자이너가 아니다.
앞에 언급한 부분과 이어지는 부분이다.
때로는 기획자처럼 생각해야 하기도 하고 개발자처럼 생각하기도 해야 한다.
그들처럼 전문지식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일하는지는 알아야 한다.
더 이상 디자이너는 프로젝트의 한 부분을 담당하는 포지션이 아니다.
프로젝트 전체를 이해하고 한 흐름을 담당하는 요소이다.
기획자와 많은 것들을 이야기해야 하고 개발자와 내가 만들어 낸 작업물에 대해 긴밀하게 소통할 줄 알아야 한다.
일을 시작한 지 1~2년 동안은 기획자와 개발자들과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기만 하고 꺼려졌던 기억이 난다. 돌이켜보니 나 자신이 프로젝트 자체를 내 일이라고 생각한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의 한 부분이 내 일이라고 생각했던 거 같다.
이런 생활이 계속되면 생각의 폭도 좁아지고 더 나은 제안을 하기 힘들어진다. 영원히 일 못하는 주니어가 되는 지름길로 가는 것이다.
더 이상 한 부분을 만드는 작업자가 아닌,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성시키는 작업자가 되어야 한다.
기획자와 개발자들에 대해 항상 궁금해하고 작은 이야기부터라도 시작해보자. 여기에 클라이언트에 대해 궁금해하면 더 귣!
정보 정리는 디자이너의 힘이 된다.
나에겐 아직 미숙한 수많은 일중에 가장 못하는 일이다.
디자이너가 해야 하는 정보 정리에는 굉장히 많은 종류들이 있지만 가장 중요하게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프로젝트 스펙 정리이다.
프로젝트 스펙 정리는 작업자들에게 그 이상의 것을 준다.
시간도 없고 해야 할 일도 많은데 굳이 해야 하나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스펙 문서의 유무에 따라 작업의 품질에 확연한 차이가 났다.
2017년부터 팀 내에서 디자인 스펙 부분도 기재를 하기 시작했는데 디자인을 그저 머리에 떠 도는 이미지로 두는 것이 아니라 글로 정리하면서 실체를 명확하게 하고 논리를 세우는 것이 쉬워졌다.
작업을 하다 보면 작업자들 자체가 프로젝트에 빠져버려 목적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이 생기는데 중간중간 스펙 문서가 이정표가 되어준다.
스펙 문서는 프로젝트가 가야 할 로드맵 같은 것이라 방향을 잃지 않게 도와주고 초기 작업부터 후에 일어날 예상치 못한 리스크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이것은 가장 최근에 느끼게 된 것이다.
어느 순간 사람은 일에 익숙해지면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기계처럼 일을 하기 시작하게 되는데 이때부터가 정말 위험의 구렁텅이에 빠지기 쉬워진다.
일 년에 투입되는 크고 작은 프로젝트가 보통 15 ~ 20개 정도가 되는데 늘 새로웠던 일들이 어느 순간부터 뻔해지는 시기가 온다.
뻔한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쁜 요령’이 생기면서 새로운 일들 마저 스스로가 뻔하게 만들게 된다.
‘나쁜 요령’들은 자신을 발전하지 못하게 스스로를 가두게 되는데 동시에 일을 잘 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 같다. 이런 자만을 하다가 호되게 당하게 되면 다시 정신을 차리게 되는데 시간이 지나면 또 까먹기 일쑤이다.
이런 것들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프로젝트마다 개인 목표를 같이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서 프로젝트 목표를 세울 때, 동시에 프로젝트 내에서 내가 이루어야 하는 개인 목표를 세워보자. 나를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지표가 되어주고 매 프로젝트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다.
왜? 왜? 왜? 프로젝트에서는 그냥이 없어야 한다.
그냥 제 느낌이에요, 그냥 이쁘니까요, 그냥요, 몰라요… 등등
‘이것은 왜 이렇게 하셨어요’라는 질문에 절대 나와서 안 되는 대답들이다.
우리는 회사에서 이쁜 개인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다. 클라이언트의 고민에 적절한 답을 찾아야 하는 사람들이다.
모든 행동에는 전문가 입장의 논리가 있어야 한다.
우리가 만드는 것에는 여백에도 라인 하나에도 의미가 있어야 하고 그것으로 작업자와 클라이언트들을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한다.
여백 하나하나, 라인 하나하나에 서로 다른 의견이 있을 수는 있어도 아무것도 없어서는 안 된다.
내가 만든 모든 것에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작업 결과물 자체도 이해시킬 수 있다.
생각보다 길어져서 2편에 다른 이야기들을 더 적어볼까 한다